과는 몇 개의 팀으로 나뉘어 있는데, B팀장이 과장에게 업무를 조정해 달라고 한 모양입니다. 선뜻 이해하긴 어려웠지만,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는 건 언제나 그렇기에 그런 얘길 꺼낼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런 중 조정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가 B팀원 한 명이 결혼을 할 예정이기 때문이랍니다.
부끄러움도 잊은 채,
저는 손가락으로 제 귀를 후벼 팠습니다.
설마 잘못 들었겠지요?
결혼까지는 아직 5개월이나 남았고,
경조휴가에 본인의 휴가를 더하더라고 공석은 2주인데 그것을 감당할 수 없는 팀이라니.
겸손해도 너무나 겸손한 B팀장입니다.
제가 그들에게 닥친 현실을 인정하고 그 업무를 받아버린다면
B팀이 극도의 무기력함에 빠질 것 같아 애써 그들의 역량을 치켜세워 보았습니다. 구체적인 성공사례를 꺼내진 못했지만 개개인의 성품이 착하고 열심히 하려는 의지가 높다는 등의 이유를 들면서 말이죠.
B팀의 업무가 전문성과 업무의 연속성이 확보되어야 해서 한시도 자리를 비우면 안 되는 일이라면 모를까. 우린 이미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내가 없으면 조직이 움직이지 않을 거란 생각이 완벽한 착각임을 인지하지 않았습니까? 내부조정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사정은 또 무엇이 있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