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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light Jun 29. 2023

관운이 있나요?

공직생활에서 부러움을 사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관운(官運)이 있는 사람인대요.     


관운이라 하면 대개 승진을 떠올립니다. 


직급이 높아지는 승진은 급여의 상승은 물론이고 위계상 권한이 많아져 영향력이 커지게 됩니다. 독립된 공간에서 결재 서류를 들고 찾아오는 이에게 지시하거나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 많아져(적어도 겉으로는) 상대적 우월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관운이 있는 사람이란 직위가 높아지는 쾌감에 빨리 도달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 그중에서 합이 잘 맞는 상사를 만나는 사람입니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가족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보내는 회사에서 

같은 방향으로 생각하는 사람을 만나기란, 

아니 다른 방향이어도 서로 다른 이유를 말하고 조정할 수 있는 동료를 만나기란 


로또 3등에 당첨될 확률 정도랄까요. 


그런 사람이 동료가 아니라 직상급자일 확률은 

로또 2등에 당첨될 확률 정도는 족히 될 것 같습니다.     




얼마 전 한 친구에게 시련이 닥쳤습니다.     


정기인사에 부서장이 바뀌었는데, 승진하여 처음 부서장이 된 사람이었답니다. 

인사발령이 나기 전 유력하게 거론되던 부서장의 레퍼런스를 체크했다지요. 그런다고 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부서장도 직원 인사에 세평을 확인하니, 직원도 부서장의 평가를 신랄하게 공유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딱히 좋지도 않았지만 나쁘지도 않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특히 '일을 직원에게 미루는 스타일은 아니고, 직접 하는 스타일이다.'라는 평가에 친구와 동료들은 안도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부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부서장이 실무자처럼 업무를 깊이 들여다보며

담당자의 업무처리 속도가 느리고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점들을 발견했습니다.  


부서장이 직접 수정하고 보완했던 일들이 있었는데, 그걸 여기저기 말했던 모양입니다. 

그런 얘기가 다시 부서원에게 메아리쳐 돌아왔을 즈음엔


직원들은 상사가 자신의 틀에 맞지 않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틀린 것이라 평가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1달이 지났을 즈음.


부서장의 말대로 친구와 그 동료들은 자신들이 보기에도 놀라울 정도로 무능력해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부서장이 자신의 능력을 뽐낼수록 부서원의 능력은 연일 하한가를 치는 꼴이 되었답니다.       



친구는 한 달 전으로 기억을 돌이켜봅니다. 

      

당시 친구는 예전 상사와는 가끔씩 따뜻했고 종종 냉담했으며,

대부분 거리를 두고 바라보았기에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었습니다. 


다만, 업무에 무관심할 때면 좀 더 적극적이었으면, 

문제 해결에서 선두에 서서 부서장의 역할을 하길 원했었죠. 

그런 생각이 깊어질 즈음 상사의 전보 소식에 속으로 기뻐했답니다.    

  

그런데 너무도 잘나서 모든 일에 앞장서는 부서장을 만나보니 

살짝 빗겨 서서 직원의 활동 반경을 넓게 잡아주고 

무심한 듯 기다려준 구관이 명관이었던 것을 비로소 알게 된 것이지요.    

 

그때 자신이 상사운이 있었다는 것을

왜 상사가 떠난 후에야 알게 되는 것일까, 하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지금의 상사와 너무도 맞지 않아 헤어지고서 싶다면,

(갑질상사로 신고할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는 전제하에서) 

혹여 나중에 다른 상사를 만났을 때

구관이 명관이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 장점이 있는지 찾아보아요.   

  

어떤 면에서 그가 나에게 로또일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점이 생각나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관운이 없는 겁니다.      


직접 승진해서 상사가 되거나

퇴사하는 수밖에는...     



Image by Hans Linde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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