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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실장 Nov 02. 2018

아파트에서 청춘을

맞춤형아파트프로젝트 : 어디사세요?

청춘의 이미지는 시끌벅적하다. 이리저리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엉뚱한 짓거리도 하다가 여기저기 사고도 치고 해야 왠지 청춘 같다. 그래서 청춘의 시기를 그럭저럭 고시원에서 날 수 있는 걸까. 물론 돈이다. 돈 때문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래도, 주머니가 가벼워야 그 또한 청춘이다!



1.5평 청춘기 (상편)

https://comic.naver.com/bestChallenge/detail.nhn?titleId=704549&no=18


1.5평 청춘기 (하편)

https://comic.naver.com/bestChallenge/detail.nhn?titleId=704549&no=19


다카도 히데유키의 소설 <1.5평 청춘기> 는 딱 이런 청춘이다. 욕실도 없고 부엌은 공용인 낡은 공동주택의 방한칸에 세를 든다. 물론, 세값은싸다. 그곳에서 돈을 아끼기 위해 먹지 않고, 먹지 않고 버티기 위해 꼼짝도 않고 누워만 있는다. 환각을 경험하겠다면서 독버섯을 먹고, 꽃의 씨앗을 먹는다. 그렇게 엉망진창 제멋대로 살다가도 꼬박꼬박 쌀밥을 해 먹고, 규칙적으로 구민 수영장에 다닌다. 인스턴트 라면보다 쌀이 더 싸게 먹히고, 목욕탕 가는 돈을 아끼기 위함인 건 안 비밀...


그러고 보면 치카 우미노의 <허니와 클로버> 에서도 청춘은 낡고 좁은 집에 모여 산다. 누군가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면 마감 직전의 고로케를 50% 세일 가격에 왕창 사와 다 같이 나눠먹는다. 다 같이 돈이 없어 면만 먹다가도 졸업한 자취집의 선배가 고기 햄을 잔뜩 공급해 순식간에 부유해지기도 한다. 양배추 같이 생긴 화단의 꽃을 보며 군침을 삼키는 모습을 선배가 발견하고는 구휼해 주기도 한다. 



그러나 내 청춘의 기억은 반대로, 혼자 보낸 시간이다. 40일간의 첫 유럽 배낭여행 그리고, 30일간의 오토바이 반국일주. 


혼자 식당에서 밥 주문할 용기가 없어서 맨날 콜라 빵 감자튀김 등으로 때우다가, 도저히 당이 딸려 버틸 수가 없겠다 싶을 때 가끔 햄버거와 케밥... 호스텔에 뜨거운 물 달라는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돼서 설익은 컵라면을 먹고, 미지근한 라면 국물에 찬 햇반을 말아먹고... 그렇게 유럽을 돌아다니다 외로움에 지쳐 두 번 다시 혼자서 여행은 하지 않으리라 다짐한 것도 겨우 3년. 이번엔 50cc 스쿠터 한대에 몸을 싣고 길을 떠났다. 일산 파주를 시작으로 강원도를 굽이 굽이 거쳐 경상도 진해. 아버지가 해군으로 복무하셔서 진해에 있던 친구 집에서 잠시 외로움을 달래려다 그대로 귀향을 했더라지.


나의 청춘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를 소원한다. 다음 청춘 기행으로는  <00에서 한 달 살아 보기>를 실현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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