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형제들의 먹거리 찾기
2015년 7월, 배달의 민족이 수수료 0%를 선언했습니다.
응? 거기 수수료로 돈벌던 곳 아니야?
당시 우아한 형제들은
전체 매출의 30%를 바로결제 수수료에서 벌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영업이익도 마이너스였고,
한창 "O2O 스타트업은 다 거품이야!"라는 이야기가 나오던 시절이라..
너무 과한 실험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배달의 민족은?
1~2억 버는 회사도 아니고..
수백억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가 매년 매출이 두배 가까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수수료 0%를 선언한 바로 다음해인 2016년에는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고요.
아니 30%가 빠졌는데.. 이렇게 성장했다고?
매출 성장의 가장 큰 원인은
우선 끊임없이 늘어난 유저수에 있습니다.
수수료가 높았던 시절,
많은 사람들은 자영업자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
앱으로 음식점을 검색한 뒤 직접 전화를 걸어 주문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 수수료가 0%가 되자
사람들이 망설임없이 배달의 민족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죠.
결국 이는 폭발적인 사용자 증가라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게다가 그동안 우아한 형제들은 광고 서비스를 강화했고,
이는 탄탄한 광고수익으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비공개 입찰 서비스인 슈퍼리스트는
업주당 평균 75만원의 수익을 올릴 정도로 든든한 BM이 되었죠.
이것 때문에 며칠전 김봉진 대표가 국정감사에 나가야하긴 했습니다:(
유저 증가와 광고의 성공도 물론 놀라운 일이지만,
사실 우아한 형제들의 미래가 계속 기대되는 이유는
수익 다각화에 성공했기때문인데요.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위해 노력한 결과
우아한 형제들은 현재 배달대행, 반찬배송, MRO(소모품 제공)서비스를 안착시켰습니다.
배송이 불가능한 음식점 배송대행 서비스
출시일 : 2015년 6월
목적 : 배달시장 확장하기
서비스 지역 : 서울 전지역 및 경기 일부지역
배달음식하면 어떤 것들이 생각나시나요?
전 아직도 치킨, 피자, 족발/보쌈, 중국집 이 네가지만 떠오르는데요.
목표시장(SAM)이 배달시장인 배달의 민족에게 이는 썩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아무리 로열티가 충만한 유저라도, 매일 저 음식들만 먹을 수는 없기 때문이죠.
이는 결국 인당 월 주문 횟수가 제한되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우아한 형제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배달시장 자체를 키웁니다.
배달이 불가능한 식당에 배송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말이죠.
배민 라이더스는 자영업자에게 새로운 매출 창출 기회를
유저에게는 새로운 음식을 시켜먹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OOO도 우리민족이었어"라는 매력적인 광고 시리즈 덕분일까요?
배달의 민족에서 배민 라이더스의 비중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강남권에서는 배민라이더스가 전체 주문의 3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네요.
정말 한국인을 배달의 민족으로 만드려는 배달의 민족..
배민 라이더스는 배달의 민족의 목표시장을 배달시장에서 요식업 전체로 확장시켰습니다.
반찬 배송 서비스
출시일 : 2015년 10월(배민 프레시) -> 2017년 9월(배민찬)
목적 : 새로운 수익모델(유통)
경쟁사 : 마켓컬리, 더반찬
2015년 5월, 그러니까 수수료 0%를 선언하기 바로 직전에
우아한 형제들은 덤앤더머스라는 신선식품 유통회사를 인수합니다.
이를 통해 우아한 형제들은 냉장트럭과 물류센터를 움직이기 시작했죠.
배달 플랫폼을 넘어, '푸드테크'로의 도약을 선언한 우아한 형제들은
기업 비전부터 바꿉니다.
이후 유통에 과감한 투자를 집행하는데요.
2015년 06월 : 덤앤더머스, 동네 유명 빵집 배달 스타트업 헤이브레드 사업 인수
2015년 11월 : 배민프레시, 반찬 정기배송 ‘더푸드’ 인수
2016년 01월 : 배민프레시, 옹가솜씨 인수로 도시락 홈딜리버리 사업 본격화
2016년 03월 : 배민프레시, 해독주스 1위 츄링 인수 내추럴 푸드 신선배송 본격화
와 같이 공격적인 M&A를 통해 다양한 PB상품을 만들고,
제조-유통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를 시도합니다.
하지만,
새벽배송과 고급스러운 브랜딩으로 무장한 마켓컬리가 하이엔드 시장을 점령하고
이마트와 같은 유통 공룡들이 가격경쟁력으로 시장을 뺐어갔습니다.
결국 신선식품에서 경쟁력을 잃은 배민프레시는
전략을 바꿔 반찬에 집중해야 했죠,
다행히 윤식당과의 콜라보, 다양한 PB상품과 공격적인 상품 입점으로
반찬 부문은 1년사이 주문량이 10배로 늘어나는 등 성공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난해부터는 아예 '배민찬'이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빠르게 전환했네요.
요식업 자영업자에게 용기, 소스등의 소모품 제공 서비스(MRO)
출시일 : 2017년 6월
타겟 : 비-프랜차이즈 자영업자
목적 : 새로운 수익모델(MRO)
배달의 민족은 공급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플랫폼입니다.
즉, 소비자 쪽이 아닌 공급자 쪽에서도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숙박O2O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야놀자는
컨설팅, 객실상품, 리모델링, 점포매매 등
공급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해 수익 다각화에 성공한 바 있는데요.
배달의 민족이 있는 요식업 분야는
주기적으로 소모되는 식자재, 설비, 소모품 등의 규모가 컸으면 더 컸지
결코 숙박업에 비해 부족하지 않은 시장입니다.
이를 알고있는 프랜차이즈들은 이미 재료판매비를 주 수입원으로 삼기도 했고요.
작년 6월 우아한 형제들도 드디어
음료, 포장지, 식재료등을 판매하는 MRO시장에 진출했습니다.
배민상회는 특유의 위트넘치는 디자인으로 업주들을 사로잡고있는데요.
아직은 재료비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식재료의 종류가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점차 다양성을 늘려간다면
광고만큼이나 안정적인 수익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축척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공유주방 서비스
그렇다면 우아한 형제들의 다음 먹거리는 뭘까요?
감히 예상하자면 공유주방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공유주방이란 배달음식을 전문으로 하고싶은 요식업 자영업자들에게
주방 기기와 설비가 모두 갖추어져 있는 조리 공간을 제공해주는 서비스입니다.
마치 사무실 공유 서비스 WEWORK가 사무공간을 대여해주는 것처럼 말이죠.
요식업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임대료와 식자재, 인테리어 등 많은 고정비가 필요합니다.
이런 비용을 견디지 못해 많은 요식업이 실패로 끝나기도 하죠.
그러나 공유 주방은 이들에게 최소한의 비용과 시간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뿐만 아니라 공유주방에 입점한다면
다양한 음식점들이 함께 식자재와 저장공간을 공유할 수 있고,
어려운 마케팅과 영업, 위생관리등은 전문가에게 맡길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매력덕문에 공유주방은 이미 미국, 유럽, 중국 등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요.
미국의 경우 2010년 이후 점포수가 2배로 성장했으며,
그들 중 82%가 지난 3년간 매출 성장을 이뤘습니다.
2013년과 2015년을 비교했을때 각 주방의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죠.
국내에서는 인큐베이팅에 집중하는 WECOOK이 작년 3월 출시되었고요.
공간대여 및 관련 서비스에 집중하는 심플키친은
이미 주요 지역에 9개의 점포를 가질 정도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재밌는 사실은 이 공유주방의 경쟁력이 마케팅 채널과 데이터에서 나온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최근 배달 스타트업들이 공유주방에 진출하는 모습들이 눈에 띄는데요.
영국의 Deliveroo, 인도의 Swiggy와 zomato, 독일의 foodpanda
등이 대표적으로 공유주방을 시작한 배달 스타트업입니다.
배달의 민족은 2016년 이미 누적 주문 2억건을 돌파했고,
매달 2000만에 달하는 주문 데이터를 쌓고 있습니다.
게다가 MAU가 600만에 달하는 채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다음 먹거리를 공유주방 서비스로 기대해봐도 되지 않을까요?
는...
이미 '배민키친'이라는 이름으로
2016년에 시작해서 벌써 3호점이나 냈습니다.
하하... 부끄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