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pear here, 리테일계의 에어비앤비 2편
지난 포스팅에서 리테일계의 에어비앤비 [appear here]이라는 서비스를 알아봤는데요.
오늘은 한국에 appear here를 런칭한다고 가정해봤습니다.
국내 시장은 어떤 상황인지, 브랜드 팝업프로모션/스토어와 개인 임대로 구분하여 분석해봤습니다.
시장성장단계 : ★★★☆☆(무럭무럭)
경쟁업체상황 : ★★☆☆☆(대행사, 플랫폼 모두 생기는 중)
요즈음 가로수길 한편에는 ‘단기임대, 팝업스토어 문의, O월 OO일부터 2주간 가능’이란 표지판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의 1일 임대료는 최대 1000만원까지도 오른다고하네요. 시장의 성장은 당연히 서비스의 성장으로 이어졌습니다. 서비스는 주로 대행/공간임대의 두가지 종류로 성장했는데요.
CONNOI라는 회사는 대표적인 팝업스토어 대행서비스입니다. 주로 전시, 예술분야에 특화된 팝업스토어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들은 자체공간인 [코노이스페이스]을 계속 리모델링하며 갤럭시노트 수중사진전, 퓨마 팝업스토어, 에뛰드하우스 팝업스토어등을 대행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서비스의 대표주자는 2015년 출범한 스위트스팟인데요. 무한도전, 르노삼성 탐스, 샘소나이트 등 다양한 기업들의 참여가 눈에 띕니다. 특히 2018년에는 알토스번처스로부터 10억을 투자받기도 했습니다. 쿠팡,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직방,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블루홀(배틀그라운드)등의 스타트업들을 조기에 알아본 알토스벤처스의 눈길을 끌었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네요.
시장성장단계 : ★★★★☆(벌써 성숙기)
경쟁업체상황 : ★★★★☆(백화점)
팝업스토어를 마케팅 및 브랜딩의 목적으로만 사용하는 브랜드도 있지만, 판매에도 중심을 두고 있는 브랜드 또한 있는데요. 이들은 백화점 단기입점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브랜드들은 짧은 시간 주력 제품을 '한정적'으로 선보이다보니 판매 성과가 좋고 입소문이 빠르게 나는 편입니다. 백화점 입장에선 매장에 활력을 줄 수 있고 중소 업체, 청년 사업가는 쉽게 인지도를 높일 수 있어 서로 윈윈(Win-Win)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신세계백화점이 수년전 선보인 망치로 부숴먹는 과자 '슈니발렌', 오타루 명물 치크케이크인 '르타오'의 경우 팝업스토어로 시작해 고객들의 좋은 반응에 힘입어 정식 입점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었습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2012년부터 본점 2층에 팝업스토어 전문 매장 더웨이브(The Wave)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4년에는 본점 식품관에 '더 푸드 웨이브'를 추가 오픈하고, 1~2달 단위로 다양한 식품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현대백화점도 지난해 연간 200회 이상 팝업스토어를 오픈했습니다.
사실상 appear here가 들어왔을때 이 백화점이 가장 큰 경쟁사라고 볼 수 있는데요. appear here는
백화점이 한정된 고객 풀(30대이상 여성)을 가진 것과 달리 다양한 고객을 타겟팅할 수 있다는 점
백화점 입점비보다 더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할 수 잇는 점
을 차별점으로 강조해야겠군요.
appear here 런칭, 브랜드 팝업스토어 진출전략
팝업스토어를 활용하기 좋은 대표적인 브랜드를 추려봤는데요.
1. 자사 브랜드에 대해 알지 못하는 고객들에게 제품을 경험시켜야 크래프트비어
2. 오프라인 매장이 있으면 좋지만 비용대비 매출에 대해 확신이 없던 인터넷쇼핑몰
3. 소속아이돌이 적거나 상품이 다양하지 않아 1년내내 굿즈매장을 열지못하는 연예기획사
각 시장별 상황을 간략하게 알아봤습니다.
1. 크래프트 비어
타겟 : 세련됨을 선호하는 2030세대
장소 : 이태원, 연남동, 가로수길 등
목적 : (곧 매장에서 팔) 크래프트 비어 브랜드 마케팅
2018년 4월 수제맥주 소매점 유통이 가능해졌습니다. 이제 "대동강 맥주 파는 집"을 검색해서 찾아갈 필요없이 집가는 길에 편의점 냉장고에서 대동강맥주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직접 브루어리에 찾아가거나 일부 펍에서만 음용이 가능했기에 소수의 고객에 한해 사업을 벌이던 국내 브루어리들에게 새로운 시장이 열린 것이죠. 이들은 본격적으로 유통과 마케팅에 집중해야 합니다.
유통을 시작한 크래프트비어 회사들에게 가장 큰 경쟁사는 당연히 "4캔만원"을 내걸고 있는 편의점 해외맥주들인데요. 브루어리들은 가장 큰 차별점을 신선도와 맛으로 꼽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들이 차별점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고객들에게 멕여보는것 밖에 없습니다.
제주도에서만 판매하고 있었던 제주브루어리 또한 주세법 개정과 동시에 본격적인 상경을 준비중인데요. 지난 5월에는 전국의 편의점 CU와 GS25에서 ‘제주 위트 에일’을 입점시켰고, 7월부터는 세븐일레븐과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로 진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유통에 진출은 하지만 아직 인지도는 매우 낮을겁니다. 때문에 제주브루어리는 제주맥주가 익숙하지 않은 고객들에게 좋은 사용경험을 남기기 위해 연남동에 팝업스토어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감히 판단컨데.. 대박을 내고 있습니다.
유통시장에 뛰어드는 크래프트비어 회사들은 제주맥주 뿐만이 아닙니다. 더부스, 구스아일랜드, 아크, 세븐브로이등 수많은 크래프트비어 회사들이 유통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소비자에게 자사의 맥주를 멕여야 하는 임무를 가진 이 회사들의 팝업스토어 시장은 적지 않은 수요를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반 사람들이 맥주를 먹으러 갈때 백화점보다는 번화가에 간다는 점을 고려할때 브루어리들은 appear here에게 좋은 고객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2. 저가형 인터넷 쇼핑몰
타겟 : 저가 의류를 선호하는 10대 ~ 20대 초반 여성
장소 : 홍대, 신촌
목적 : 오프라인 점포 진출 전 테스트 및 마케팅
인터넷쇼핑몰 스타일난다를 소유한 "난다"는 로레알에게 4000억원에 매각되었고, 쇼핑몰 순위 플랫폼 지그재그는 70억원을 투자받고 해외 진출을 노리고 있습니다. 패션에 대한 관심, 좁은 땅덩이, 높은 IT보급률, 빠른 배송시스템등이 맞물린 한국의 인터넷쇼핑몰 시장은 월 거래액이 1.57조원(2018년 4월 온라인쇼핑동향, 통계청)에 달합니다.
하지만 사용자관점에서 이들에게 치명적인 단점은 옷을 구매전에 입어볼 수 없다는 점인데요. 제 경우에는 인터넷에서 배송받은 옷의 절반은 기대에 못미치곤 합니다.
때문에 최근 온라인으로 제품 정보를 확인한 후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하는 ‘역(逆)쇼루밍(showrooming)’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을 타고 ‘스타일난다'는 전국 롯데백화점에 10개 이상의 점포를 운영중이며 임블리, 스트라입스등의 인터넷 쇼핑몰도 오프라인점포를 하나 둘 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소 인터넷쇼핑몰이 자체적인 옷가게를 구매하는 일은 인건비, 임대료의 측면에서 효율성이 떨어지기때문에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아닙니다. 오프라인 점포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지 못하는 인터넷쇼핑몰에게 appear here는 훌륭한 테스트 기간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겁니다.
3. 연예기획사 굿즈 마켓
타겟 : 아이돌 팬덤(10대 여성)
장소 : 홍대, 신촌
목적 : 앨범발매등의 특수를 노린 굿즈 판매
1000억, 흔히 아이돌 MD(굿즈)시장에 수식어로 따라붇는 액수입니다.
굿즈시장의 지배자는 역시 엑소가 포함된 SM이라고 할수 있는데요. SM은 코엑스 SM아티움을 필두로 동대문디자인 플라자, 을지로의 롯데 영플라자, 김포공항에 굿즈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6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SM의 굿즈 관련 매출은 2015년 580억 원대를 형성했다고 합니다. 이 580억원은 같은해 JYP의 총 매출액을 넘는 수준이죠. (580억원은 콜라보레이션 상품을 포한 금액으로 추정됨)
성장속도도 어마어마한데요
에스엠의 국내 MD및 FNB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에스엠브랜드마케팅의 매출액은 2013년 47억원에서 4년만에 2017년 213억으로 361%나 성장합니다.
이렇듯 아이돌굿즈는 연예기획시장에서 효자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모든 기획사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SM은 엑소, 샤이니, 슈퍼주니어, 동방신기,소녀시대, 레드벨벳등 다양한 그룹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 그룹별 다양한 굿즈 상품을 제작하는 역량과 자본이 있습니다. 이정도가 안되는 일반 기획사들이 SM처럼 자체 매장을 차려서 판매를 하기엔 팬층이 넉넉하지도, 꾸준한 매출을 기대하기도 힘듭니다.
게다가 굿즈는 콘서트직전이나 앨범발매 직후에 매출이 몰리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는데요. 연중 3개월 팔기 위해 12개월 매장을 돌리기엔.. 투자대비수익률이 떨어지죠. 팝업스토어를 활용하면 임대료 대비 효율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고 기간제한으로 인한 희소성까지 노려볼 수 있습니다.
시장성장단계 : ★☆☆☆☆(깔세)
경쟁업체상황 : ☆☆☆☆☆(2000년 초반 수준의 웹사이트)
appear here의 두번째 고객군, 개인 단기임대는 팝업스토어와 상황이 좀 다릅니다.
"깔세"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깔세란 임차할 때 임차 기간만큼의 셋돈을 한꺼번에 미리 지급하는 월세를 말하는 부동산 은어인데요. 점포에서의 깔세는 매출을 잘 내지 못하는 임차인(혹은 집주인이 직접)이 월세를 내기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임대한 공간을 재임대해주는 형식을 말합니다. 임대인은 저렴한 가격에 공간을 빌릴 수 있고 임차인은 울며 겨자먹기로 장소를 비워두거나 안되는 사업을 지속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죠.
뭔지 잘 감이 안오신다구요?
이겁니다.
경기불황의 지속으로 깔세공급은 늘어나고 있는데 아직 그 형태는 땡처리 BYC매장으로 국한되어있습니다. 이런 깔세를 중계해주는 서비스들 또한 2000년대 초반 닷컴수준의 낡은 서비스들이죠. 즉, 현재의 개인 단기 임대시장은 "아이디어 실험"에 대한 니즈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내 개인 단기임대 서비스 진출전략
기존의 시장이 해주지 못하는 "아이디어 실험"을 제공하기 위한 방법엔 뭐가 있을까요?
retail shop의 가장 많은 카테고리인 food & beverage와 fashion으로 분리해서 알아봤습니다.
1. food & beverage : 핵심은 SNS
20대의 하루평균 SNS사용량이 1시간 20분인 한국입니다.
덕분에 SNS는 사람들이 맛집을 찾는 주요 채널(맛집 검색 비중 : 지인 추천 22% SNS검색 11%)로 자리잡았습니다(맛집 어플리케이션들의 몰락과 돈먹은 네이버 블로그 포스팅에 대한 불신이 한몫했죠). 음식이 맛없어도 SNS에 잘 소개되었다는 이유로 줄서서 먹는 맛집이 되는 경우는 매우 흔한 일입니다.
appear here는 마치 위워크에 입주하는 스타트업처럼 서비스를 활용하는 단기 자영업자들에게 마케팅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appear here는 3개월동안 반짝 생겼다 사라지는 맛집들이라는 콘텐츠 소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해당 서비스들은 "실험적인 아이템"일 확률이 높죠. 즉 appear here는 "홍대, 가로수길 등의 번화가에서 남들이 모르는 실험적인 맛집"을 소개해 주는 채널이 될 수 있습니다.
2. fashion / consumer item : 개인 디자이너
종류가 많지 않은데다 특색이 강해 아직 상품성을 입증받지 못한 제품을 팔아야하는 개인 디자이너들은 점포를 임대하기 부담스럽습니다. 이들의 주 판매창구는 인스타그램, 그리고 단기간 진행되는 플리마켓입니다. 이들에게는 단기임대라도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겁니다.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꼭 매점 전체를 임대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가게 안의 남는 진열대를 임대해주면 좀더 효율적으로 공간을 활용할 수 있을겁니다. 디자이너의 입장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판매루트를 개척할 수 있고, 점주(임대인)의 입장에서는 남아있는 공간을 활용해 추가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해당 디자이너들이 매장에 대해 마케팅을 해주는 것은 물론이구요.
디자인에 국한된 상품들 뿐만이 아닙니다. 음료나 간편식 등 다양한 아이디어 상품들도 이 shelter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한 방탄커피를 사업화한다면 회사들과 가까운 가로수길 인근 매장들의 진열대를 임대하여 판매하는 유통전략을 짤 수도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