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워킹스페이스계의 스타벅스, 위워크 해부하기 1편
2017년, 남미여행을 다녀온 후 재정상태가 떨어질대로 떨어진 상황 창업을 한 친구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3개월만 일해줄 디자인/개발인력이 필요하다는 것.
이야기는 착착 진행되었고 머지않아 첫 출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당분간 호칭이 대표님으로 바뀔 친구가 전화를 했죠.
"위워크 을지로점으로 와"
미리 올라갈 층수를 누를때까지 내려오지않는 야속한 엘레베이터와 약간의 씨름을 하고,
사람들에게 섞여 16층 입구를 보는순간..
응..? 여기 카페아냐?
과거 좁은 가정집을 개조해서 일했던 스타트업의 기억을 되새김질 하며 갔던 눈앞에는 예상치 못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Cheers 혹은 Do What You Love를 말하며 밝게 빛나는 네온사인, 커피와 맥주를 들고 열띤 회의를 하는 사람들부터, 소파와 해먹에 반쯤 누운 채 맥북으로 작업하는 사람까지.
아직 들어가지도 않은 회사였지만 애사심이 200% 충전되는 "외국"스러움을 만나게 되었죠.
이후 3개월의 생활도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월요일 아침이면 무료 아침을 먹으러 16층으로 달려올라갑니다.
무료 커피는 하루에 5잔씩 마시고,
사무실이 답답하면 뻥 뚫린 공용공간에 노트북을 가지고 나가 작업을 하며,
점심후 식곤증은 8층의 탁구와 다트로 물리쳤습니다.
야근하는 날이면 16층으로 올라가 흑맥주를 가득 담아 내려오곤 했죠.
퇴사하는 날은 출입카드를 숨겨서 달아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이렇듯 위워크는 피 고용인에겐 매우 매력적인 코워킹스페이스입니다.
그런데... 과연 대표에게도 그럴까요?
위워크의 독립오피스(Private Office)는 자리 6개에 323만원, 10개에 517만원입니다.
아무리 총무비용이 빠진다 한들.. 월 150만원만 있어도 20평대 사무실을 구할 수 있는 상황에.. 어마어마하게 부담스러운 가격인거죠.
그 터무니없는 가격의 위워크가 미국 스타트업 기업가치 4위를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늘은 실 사용자 관점에서 위워크가 매력적인 이유를 분석해봤습니다.
우리가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찍어 올리는 몇가지 것들이 있습니다.
여행, 맛있는 음식, 잘나온 셀카나, 예쁜 카페 등등
기억하고 싶거나, 자랑하고 싶은 것들이죠.
놀랍게도 이 자랑은 위워크에도 적용되는데요.
위워크가 한국에 진출한 것은 아직 2년이 채 안된데 반해
인스타그램에 위워크라는 이름의 해시태그 게시물 수는 벌써 5000개에 달합니다.
지난 1년간 하루에 10개가량의 게시물이 위워크라는 태그을 달고 게시되었습니다.
세련된 인테리어와 자유로운 분위기를 가진 위워크는 확실히 "인스타그램에 올릴법한" 콘텐츠입니다.
입주자들에게는 자부심을, 방문객들에게는 부러움을 만들죠.
이는 브랜드 인지도가 높지 않은 스타트업이
협력업체 혹은 고객에게 좋은 이미지를 쌓을 기회가 됩니다.
자유롭고 세련된 인테리어, 무료 맥주와, 네트워킹파티 등 위워크에서 제공하는 많은 것들이
고객/협력업체로 하여금 "얘들도 혁신적인 스타트업이겠다"라는 착각을 만들어내죠.
덕분에 [세련된, 혁신적인, 자유로운, 힙한] 느낌의 브랜딩을 가져가고 싶은 스타트업이라면,
이 위워크 안에 입주해있다는 사실 자체로 긍정적인 효과를 보게될 것입니다.
(일 하는 동안 미팅과 설명회는 무조건 위워크에서 했던 기억이..)
홍보, 판로개척, 콜라보레이션 등 많은 스타트업에게 네트워킹은 중요합니다.
새로운 인맥은 스타트업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꿀 기회가 되기도 하죠.
하지만 이들이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곳은 제한되어있고 많은 에너지가 소비됩니다.
(디캠프, 스타트업얼라이언스, 고벤처포럼, 스타트업그라인드 등의 네트워킹파티 혹은 박람회)
하지만 위워크는 다릅니다.
홍보아닙니다.
위워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입주기업간의 관계인데요.
위워크는 입주한 기업간의 네트워킹을 원활하게 하기위해 다음과 같은 장치를 마련해뒀습니다.
1. 네트워킹 파티
매월 새롭게 입주하는 기업들을 소개하는 피자데이
매주 월요일마다 아침을 제공하며 진행되는 TGIM 네트워킹
뿐만 아니라 다양한 네트워킹 파티를 진행합니다.
2. 입주기업 정보 제공
위워크의 매일 타는 엘레베이터 옆에는 늘 입주한 기업 혹은 사원의 소개가 실립니다.
SNS계정과 WEWORK 앱을 통해서도 꾸준히 입주한 기업에 대한 소개를 하죠.
게다가 사무실의 경우에도 투명한 유리로 구분되어 있어
다른 회사가 어떤 분위기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대충이나마 알 수 있습니다.
3. 뻥 뚫린 공용공간
또한 한 지점 내 많은(체감 50%)의 공간이 공용공간으로 구성되는데요.
다양한 소규모 회의와 외부업체 미팅이 이곳에서 이루어지곤 합니다.
그러다보니.. 알게모르게 같은 층에 입주해있는 다른 스타트업들의
현재 문제상황이나 니즈, 핵심가치 같은게 어렴풋이 들리게 됩니다.
이러한 환경속에서
서로가 각자의 기업이 어떤 상황, 무엇이 필요한 지 알기 쉽고
이에 대해 미리 몇번이라도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는 입주사들은
빈번하게, 그리고 합리적이게 협업을 할 수 있습니다.
위워크 입주기업들은 입주와 동시에
위워크라는 채널을 가지게 됩니다.
위워크는 입주 기업의 성장을 장려하기 위해 홍보적 지원을 많이 해주는데요.
어떤 기업은 상품을 판매/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고,
어떤 기업은 교육 혹은 이벤트 프로그램을 열 수도 있습니다
.
실제로도,
교육서비스 스타트업 메이커스컬리지는 입주자를 대상으로 천연제품, 가죽지갑 등을 만드는 클래스를 열구요.
취미를 찾아주는 MYLO라는 스타트업은 다양한 요가프로그램을 열었습니다.
GOOD MOTHERS라는 기업처럼 상품을 직접 판매할 창구를 열어주는 경우도 매우 많죠.
제가 근무했던 바나나코딩이라는 회사도 이런 기회를 적극활용했는데요.
위워크 입주자들을 대상으로 드론강의를 열었을때 위워크가 재료비를 전액 부담하기도 했습니다.
스타트업에게 마케팅이란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존재입니다.
더군다나 비용/시간 소모가 큰 오프라인 마케팅이라면 두말할 것 없겠죠.
때문에 위워크에 출근할법한 사람들이 메인타겟인 경우
(= 젊은 IT계열, 트렌디한 스타트업 근무자 혹은 프리랜서)
잠재적 소비자 1만명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위워크란 채널은
그 어떤 채널보다 매우 가성비 좋은 무기가 될 것입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한 버터커피를 판매하는 스타트업을 만든다면
타겟이 정확히 들어맞기에 저는 마케팅비용이라고 생각하고 무조건 입주할겁니다:)
스타벅스는 커피만 파는게 아니고 문화공간을 팝니다.
라는 말 들어본적 있으신가요?
포스팅을 쓰면서 문득 위워크가 스타벅스라는 브랜드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타벅스 컵이나 텀블러가 왠지 내 가치를 높여주는 느낌을 주는것처럼
위워크에 입주해있다는 사실은 입주사/자들의 브랜드가치를 높여주고 있고
스타벅스에서 사람들이 서로를 만날 수 있듯이
위워크에서 기업들은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죠.
어렴풋이 감이 오는 듯 합니다.
사람들은 왜 그 비싼 위워크에 입주할까요?
위워크는 단순히 공간만 파는것이 아니고 관계와 이미지를 팔고 있습니다.
그리고 관계와 이미지의 가치는 충분히 비싼 가격을 상회할 수 있기 때문이죠.
마치 비싼데도 마시는 스타벅스의 아메리카노처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