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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망 Jun 19. 2018

매장도 에어비앤비처럼
빌려줄 수 있을까?

appear here, 리테일계의 에어비앤비


홍대나 건대, 인형뽑기가게들이 즐비합니다.


여기도 인형뽑기가게, 저기도 인형뽑기가게.

유행도 유행이지만,

감안하더라도 점포늘어나는 속도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인형뽑기방의 증가는 젠트리피케이션의 결과로 해석될 수 있는데요.

 젠트리피케이션의 진행은 결국 높은 임대료와 그로인한 높은 공실률이라는 결과를 낳습니다. 비싸고 텅빈 건물을 어떻게든 활용해야 하는 건물주들에겐 인형뽑기방만한 아이템이 없죠. 조리기구, 수도/가스시설, 종업원 하나 없이 인형뽑기기만 채우고 24시간 열어두면 알아서 돈이 굴러들어오니말입니다.


젠트리피케이션
[요약] 낙후됐던 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이르는 용어
[네이버 지식백과] 젠트리피케이션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젠트리피케이션은

[1단계] 임대료가 낮은 낙후된 지역에 (주로 젊은 창업자들의) 실험적인 식당/카페가 몰림.
[2단계] 해당 지역이 유명해져 유동인구가 많아지면 임대료가 올라가고,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만한 안정적인 아이템의 식당/카페가 들어오고 원주민들이 쫓겨남. (망원동, 샤로수길)
[3단계] 더 높아진 임대료, 주료 거대자본을 베이스로 하는 프랜차이즈들이 들어오기 시작하고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는 청년창업자들도 쫓겨남. (홍대, 가로수길)
[4단계] 프랜차이즈가 늘어나 지역의 특색이 사라지면 유동인구가 줄어듬. 하지만 여전히 비싼 임대료에 가게들이 떠나가고 도시는 휑해짐. (압구정)

의 프로세스로 진행됩니다.


 인형뽑기가게의 증가는 특히 이 2~3단계의 지역들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데요. 지금은 해당 지역들을 지탱해주는 젊은 세대들에게 인형뽑기(와 코인노래방)가 유행해준 덕에 버티고 있지만, 벌써 끝자락에 도달한 듯한 이 유행이 지나갔을 때 빠르게 공실이 늘어날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조만간 "점포정리, 완전폐업"따위의 스티커를 도배한 매장으로 바뀔지도 모르죠.


 분명 이런 잠깐 생겨나는 공실이 쓰일 방안은 이뿐만이 아닐겁니다.

 팝업스토어를 열고싶은 기업이나

 창업아이템을 실험해보고 싶은 청년 등

짧은 공간 대여를 필요로 하는 소비자들이 많으니까요.


 이런 단기적인 공실을 상품화시킬 수 있을까요?

 마치 에어비앤비가 빈집을 빌려주는 것처럼 말이죠.

 오늘은 매장을 에어비앤비처럼 빌려주는 플랫폼 [Appear here]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01

팝업스토어는 비효율적인 마케팅수단이다.

인형뽑기방을 대신할 첫번째 임차인




 팝업스토어는 기업이 브랜딩을 위해 집행하는 대표적인 마케팅 수단중에 하나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가장 비싼 마케팅 수단이기도 하죠.


팝업스토어에 드는 비용은 어마어마합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진행해야 하니 연남동, 홍대, 가로수길 등 높아질대로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해야하기 때문이죠. 더군다나 장기임대가 기본인 부동산 특성상 단기임대의 공급은 극히 일부인데요. 이 때문에 장소를 구하기도 싶지 않을 뿐더러 기준가격이 없으니 가격은 일 20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 천차만별입니다.

 여기에 내/외부 인테리어 비용과 운영 대행비용까지 합쳐진 팝업스토어의 집행비용은 쉽게 억단위를 넘기죠.


그에 반해 얻을 수 있는것은 가치의 측정이 힘든 사용경험제공과 브랜드 인지도 향상입니다.

자연스레 팝업스토어는 몇억정도는 쉽게 쓸 수 있는 대기업들의 전유물이 되었습니다.


자본 빵빵한 대기업의 전유물 팝업스토어


물론 모든 기업에게 브랜딩은 중요합니다. 팝업스토어는 좋은 브랜딩 수단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현금부족에 시달리는 스타트업들이 마케팅에 억단위의 자본을 쏟아붓는 것은 너무 큰 도박입니다.


 작은 스타트업들은 단기간, 저렴하게 빌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02

자영업에는 린스타트업이 없다.

인형뽑기방을 대신할 두번째 임차인




 식당, 옷가게, 커피숍을 창업하기 위해선 많은 비용이 필요합니다.

장기임대가 기본인 국내 부동산시장에서 임대료와 보증금, 권리금은 창업의 부담을 가중시키죠.


이렇듯 개인의 투자금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가는 자영업에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은 사치입니다.

리스크가 높은 아이템을 선정해서 창업했다가 실패할 경우 임대기간이 끝날때까지 업을 지속해야하거나 권리금 손실등의 이슈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줄어드는 자영업자 수(좌), 반면 늘어나는 프랜차이즈 점포 수(우)

때문에 많은 자영업자들의 선택은 안정적인 프랜차이즈로 돌아갑니다.



린스타트업은 자영업에 적용될 수 없습니다.



*린스타트업 : 아이디어를 빠르게 최소요건제품(시제품)으로 제조한 뒤 시장의 반응을 통해 다음 제품 개선에 반영하는 전략


사람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창업 아이템을 찾기 위해선 여러 시행착오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시행착오를 하기엔 장기임대로 인한 실패의 리스크가 너무 큽니다.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자들에겐, 보다 가볍게 아이템을 실험해볼 공간이 필요합니다.




03

[APPEAR HERE] Airbnb for Retail shop

월매출 150억원의 스타트업을 만든 20세 영국청년




시장의 니즈는 확실합니다.


건물주(공급)

 문제 : 낭비되는 공실

 해결 : 장기임대자가 나타날때까지 공실을 채워줄 단기임대자를 만날 시장형성.

 

기업(수요)
 문제 : 비싼 팝업스토어 임대 가격

 해결 : 단기임대 시장의 활성화로 팝업스토어의 적정가격 형성


예비 창업자(수요)

 문제 : 사업아이템을 테스트해볼 곳 필요

 해결 : 단기 임대매물의 증가


이들의 니즈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이 2013년 갓 20살이 된 영국청년에 의해 탄생했는데요.

Airbnb for retail shop이라는 별명을 가지고있는 [appear here]입니다.

appear here 설명영상


 이들은 상가 임대시장의 공급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인데요. 실제 airbnb와 유사한 [appear here]의 웹사이트를 들어가면 다양한 임대공간들이 레스토랑/바, 리테일 등의 카테고리에 맞춰 보여집니다. 원하는 공간을 찾은 유저가 들어가는 날(appear)과 나가는 날(disappear)을 설정할 경우 해당 공간을 소유하고 있는 임대인에게 요청서가 보내지죠.

실제 UI도 airbnb와 많이 닮아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가격도 airbnb처럼 유동적으로 조절한다는 것입니다. 창업자 Ross bailey는 "12월 매출이 전체의 70%를 차지한다면 1월에도 임대료를 똑같이 책정할 수는 없다"라고 말하는데요.

 덕분에 임차인은 가장 돈을 잘 벌 시기에만 장사를 할 수 있고, 임대인은 여름에는 스무디매장에, 크리스마스에는 케이크매장에 매점을 임대해줄 수 있으니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사진출처 : appearhere.co.uk

 시장의 반응은 좋았습니다. 영국에서 승승장구하던 appear here은 현재 뉴욕, 파리, 런던에 각각 1000개 이상의 공간을 가지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공간들은 식당이나 카페, 패션, 꽃집 등으로 활용되었고요. 코카콜라, 나이키, 워너브로스등의 대기업을 포함하여 80,000개 이상의 브랜드와 팝업스토어를 만들기도 했다는군요.


출처 : crunchbase

 수익모델은 15%의 수수료입니다. 매월 $110M에 해당하는 예약신청이 이루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그 15%에 해당하는 금액은 $16.5M(약170억원)으로 어마어마한 매출이죠. 확실한 니즈와 탄탄한 수익모델을 갖춘 appear here는 현재 Series B단계의 투자를 받은 상태이며 누적금액은 $21.4M(대략 225억원)입니다. 창업자 Ross Bailey는 향후 일본-도쿄나 영국-맨체스터, 프랑스-톨루즈등으로 확장을 고려중이라 밝혔습니다.


 이 서비스를 가지고 있는 스타트업은 이뿐만이 아닌데요.

런던, 파리, 뉴욕, 암스테르담,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홍콩등 임대료가 비싼 지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기업들이 빠르게 확장하고 있습니다.

 

short term leasing commercial space service competitors (출처 : owler)

 pop-up republic, Brandspots, we were pop up, storefront등의 기업들이 제법 안정기에 접어들었으며 최근에는 2017년 출범한 맨해튼에서 출범한 Bulletin은 Y combinator에게 투자를 받기도 했죠.


가게를 잠시동안 빌려주는 말도안되는 일은,
빠르게 당연한 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집을 빌려주는 일이 그랬듯이 말이죠.






플랫폼 서비스의 성장은 일상의 틈을 채워 세상을 효율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는,

비어있는 집을 활용하여 돈을 벌 수 있고요.(https://www.airbnb.co.kr)

늘 가던 출근길에서도 돈을 벌 수 있습니다.(https://www.uber.com/ko-KR/)


비어있는 집과 차에 남은 자리는 이미 기회가 되었습니다.

건물주와 스타트업, 예비자영업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려하는 [appear here]도 당연한 서비스가 될 수 있을까요?


다음 포스팅에서는 현재 한국의 단기임대시장은 어떤지,

또 appear here가 한국에 들어온다면 어떻게 해야할지를 담아보겠습니다.


출처 :

http://kostat.go.kr/portal/korea/kor_nw/2/11/3/index.board?bmode=read&bSeq=&aSeq=368248&pageNo=1&rowNum=10&navCount=10&currPg=&sTarget=title&sTxt=

https://www.appearhere.co.uk/landlords

http://uk.businessinsider.com/interview-appear-here-ceo-ross-bailey-2018-2

https://techcrunch.com/2017/05/17/appear-here-a-marketplace-for-short-term-retail-space-raises-12m-series-b/

https://www.thestorefront.com/about

https://jejubeer.co.kr/

http://www.ttimes.co.kr/view.html?no=2018020713297763822

https://www.nemoapp.kr/Search/Franchise

https://www.connoi-space.co.kr/

http://www.koreafashion.org/info/info_content_view.asp?num=1533&pageNum=1&cataIdx=803&clientIdx=1602&SrchItem=&SrchWord=&flag=2

https://thevc.kr/AltosVentures

https://1boon.daum.net/ppss/59db12886a8e510001ad1ea9

http://m.the300.mt.co.kr/view.html?no=2015051910067695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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