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하고 싶은 게 많은게 문제도 아니잖아.
나는 항상 하고 싶은 게 많았던 사람이다.
하고 싶은 게 많으니, 하는 것도 많았고 항상 바쁘게 지냈다.
20대엔 항상 "너가 가슴이 뛰는 일을 해봐!"라고 말하고 다녔고
주변 지인들은 그런 나를 보고 눈을 반짝이며 어떻게 그렇게 에너지가 넘치냐면서 대단하다고 칭찬해줬었는데 30대가 접어드니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냐는 핀잔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변한게 없는데, 나는 그대로인데
주변의 시선이 달라졌다.
한동안 주변의 시선을 따갑게 받으며 나를 자책했었다.
'왜 난 제대로 하는게 없을까?'
'나는 왜 이렇게 끈기가 없는거지? 앞으로 험난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 괴로워하다가 어느날 문득,
나는 다양한 경험을 했지만 어찌보면 걸어온 길이 일관된 경험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경영정보학을 전공하다가 웹 디자인 공부를 시작했고
디자인 공부를 하다가 코딩 공부를 했고,
회사를 다니다 그만두고 인테리어 디자인을 공부했고,
디자인 대학원에 진학해서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일을 하며 학업을 병행했다.
누군가의 시선에서는 '쟤는 뭘 하다가 말고 자꾸 진로를 바꾸네' 싶었겠지만
UI/UX 디자인을 하면서 대학생 때 배웠던 경영학 지식이 결국에는 다시 연결이 되었고,
코딩 공부를 했기에 웹에 대해 빠삭하게 알기에 군더더기 없는 심플한 디자인을 하게 되었고,
인테리어 공부를 하면서 캐드 자격증을 취득했기에 지금 회사에 취업할 수 있었다.
미시적으로 보면 다사다난했지만 거시적으로 볼 때에는
나는 안정적인 '직장'이 아닌 롱런할 수 있는 나만의 '직업'을 만들기 위해서 디자인 관련 경험을 부단히 쌓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은 다양한 경험을 쌓아가며 살아가고 있고,
하고 싶은 것이 딱히 없는 사람은 한 자리에서 꾸준히 실력을 쌓아나가고 있다.
우리는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밥벌이를 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고 싶은 게 많아서 문제인 것도 아니었고,
하고 싶은 게 없어서 문제이지도 않다.
타인과 비교할 것 없이
내가 가진 것들을 잘 활용하며, 나를 챙기며 살아가는 것으로 충분한 삶이지 않을까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