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구가 퇴사 후 6개월 가량 쉬다가 전에 다녔던 회사에 재입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친구는 다시 근무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는데 괜히 들어왔나 후회가 살짝 들었다고 했다.
나는 정규직 포함 프리랜서까지 합치면 10군데 가까운 곳에서 근무하면서 '그만둔 회사는 다시 들어가는 거 아니다.'라는 신념이 생겼기에 친구가 재입사하기 전에 얘기를 해줬더라면 같은 선택을 하더라도 미련과 후회가 덜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글을 남겨본다.
26살. 처음으로 입사한 회사에서 7개월 가량 근무를 했었는데, 하루 아침에 잘렸다.
사장님의 그만두라는 이야기를 듣고나서 그 날 하던 일을 인수인계하고, 짐을 다 싸들고 사장님께 '그동안 수고했다'는 말을 듣고 회사를 나왔다.
그 당시에는 심경이 복잡했지만 다시 돌아보니 내가 퇴사하고 싶다는 표현을 은연 중에 했던 내 탓도 있었다. 여튼, 그 당시에 직장을 잃었다는 상실감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내용증명이 집에 도착했다. 내가 무단결근을 하고 있으니 다음주까지 출근하지 않으면 해고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살면서 처음 받은 내용증명에 무섭기도 했지만 당혹스러운 마음이 컸었다. 평소에 친분을 쌓았던 회사 직원에게 연락을 해서 회사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고, 얼마 후 사장님께 문자를 받았다.
'잘 쉬었으면 다시 출근하라'는 내용이였다.
금전적으로나 심적으로 힘든 상황이어서 다시 돌아가고 싶기도 했지만, 부모님은 그런 회사에 다시 돌아가는 게 아니라고 하셨다. 그리고 돌아가면 또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 보이기에 화도 나고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끝맺음을 잘 해야한다는 생각에 죄송하다고 정중히 답변드렸다.
그 후에 국비지원 취업 교육을 받으면서 실력을 쌓았고, 자기소개서를 업데이트해서 연봉이 더 높고 규모가 더 큰 회사에 취업할 수 있었다.
내가 어느 회사에 입사한다는 건 그 곳에서 원하는 요건에 충족되었다는 의미이고, 나도 그 회사의 분위기와 연봉이 마음에 들었기에 입사한 것이다. 물론 입사 후에 지내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지랄맞은 일들이 많이 생기긴하지만 그래도 내가 버틸 요량이 있기에 버티고 있다는 의미다.
위의 그림처럼 고통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들면 어떻게든 버티려고 노력한다.
회사에서 얻을 이익보다 고통이 큰 상태가 되면, 퇴사 마려워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더 이상 못 버티겠다' 싶은 이유가 생기면 퇴사를 저지르게 된다.
회사도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나를 뽑았고, 나 또한 돈을 벌기 위함이거나 나의 성장을 위해 입사를 했으니까 고통을 감내하면서까지 회사에 봉사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MZ세대가 퇴사율이 높다는 뉴스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젊은이들은 회사가 부조리해서 나온다고 하고, 늙은이들은 젊은이들이 인내심이 부족하다한다.
장기 근속자가 많은 회사에 다니고 있는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풍요롭게 자란 젊은이들이 상대적으로 인내심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었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현시대에 옛 것을 고집하는 꼰대의 부당한 업무 지시에 스트레스 받으면서까지 일할 필요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현대인들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하루를 살아가는데도 큰 피로감을 느끼기 때문에 이 회사에서 끝까지 버텨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좋은 회사에 대한 정보도 많이 접하고 있고 얼마든지 더 좋은 곳으로 옮길 준비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퇴사를 선택했는데 그런 곳에 다시 돌아간다는 건 그 당시에 있었던 힘든 일들을 '잊었거나' 그 곳보다 더 좋은 곳을 '갈 수 없어서'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어쩌면 같은 회사에 다시 돌아갔다는 건, 내가 성장하지 않았다는 결과일 수도 있다.
만약에 퇴사 후에 열심히 자기계발을 해서 자격증을 하나라도 더 땄다면,
대학교나 대학원을 진학하여 학위를 올렸다면,
공모전에 참가하여 수상경력을 추가할 수 있었다면 그 회사로 돌아갔을까?
연봉이나 복지, 근무 환경 면에서 더 조건이 좋은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당연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물론, 세상은 하나의 현상만으로 언급할 수 없을만큼 복잡다단하기에 퇴사한 회사에 재입사했다는 것을 개인의 성장 부재로만 말하기에는 억지일 수도 있다. 그 회사가 좋았는데 건강 악화라던지 어떠한 불미스러운 상황으로 퇴사를 했는데 다시금 회복되었다던지 등의 다양한 변수가 있기 마련이니까.
어딜가나 나를 100% 만족시키는 곳은 없다.
대기업은 대기업 나름의 힘든 점이 있었고, 스타트업은 스타트업 나름의 고충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건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지만, 단점도 결이 다르게 존재한다. 단점은 내가 감내할 수 있는 단점과 감내할 수 없는 단점으로 나뉘어진다. 감내할 수 없다는 단점은 내게는 치명적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그것을 구분하기 위해선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나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통찰력은 경험의 데이터에 기반되어 나온다.
같은 회사를 계속 다니는 것보다 다양한 회사를 다니는 것이 '나와 맞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회사를 발견하는 안목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좋은 경험으로 남을 수 있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처음부터 좋은 회사에 입사해 감사함으로 꾸준히 다니는 것이겠지만, 삶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
많은 사람들에 선택과 그에 따른 결과에만 초점을 둘 뿐, 그에 따르는 책임을 감내해야겠다는 생각은 비교적 덜 하는 것 같다. 어떠한 선택으로 어떠한 결실을 낼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기에 따르는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대해 고민한다면 조금 더 평온한 삶을 살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