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말
"우리 회사에 지원 하신 이유가 어떻게 되나요?"
"예전부터 가고 싶다고 생각했던 회사였습니다."
"어떤 이유 때문에 오고 싶으셨나요?"
대부분의 사유는 몇 가지 단어들로 수렴한다.
연봉이 높아서요.
복지가 좋아서요.
워라밸이 좋아서요.
틀린 말이 아니다.
다만 우리는 연봉과 복지와 워라밸을 쟁취하기 위해 면접관이 좋아할만한 표현으로 이를 치환할 뿐이다.
성장할 수 있는 회사라서요.
해당 산업에서 전문가가 되고 싶어서요.
오래 전부터 가고 싶은 회사였어요.
이 역시 틀린 말이 아니다.
각 개인의 가치관이 존재하며, 회사를 받아들이는 개념 역시 모두 다를 뿐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물질적인 이유들이 조금 더 인간의 본성에 가까울 것이다.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겠으나 대체로 그러할 것이다.
당장 필요로 하는 바를 얻기 위해 잠시 앞뒤가 달라질 뿐이다.
솔직하지 못하다고 하지만 목표를 얻기 위한 대답을 할 뿐이다.
"안녕하십니까 신입사원 윤태웅입니다."
나 역시 현실에 순응하며 보다 안전한 선택을 해왔다.
좋아하는 것보다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을, 먼 미래보다는 당장의 이득을 취했다.
친구들의 부러운 시선에 애써 손사래 치면서도 알게 모르게 피어오르는 우월감을 즐겼다.
그러면서도 나는 항상 순수하고 이상적인 가치를 좇는 사람이라며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다른 사람들이 가고 싶어 하는 대기업에 순조롭게 입사하고 나서도 "회사는 재미없는 곳이야. 언젠가 퇴사하고 하고 싶은 거 할래"라고 말하는 게 멋진 줄 알았다.
남들과 다르다는 콧대 높은 자만심이 분명 말과 행동과 표정으로 툭툭 삐져나왔겠으나 난 알지 못했다.
앞뒤가 달랐다. 알면서도 애써 부정했다. 솔직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 곳에서 당신을 만났다.
"너는 왜 우리 회사에 왔어?"
"예전부터 오고 싶던 회사였습니다."
"왜?"
"수평적인 회사로 소문이 나있었거든요. 그럼 제 의견도 충분히 어필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빨리 성장할 것 같았어요."
"왜 빨리 성장하고 싶어? 어떤 성장?"
고작 두 세번의 대화가 오고간 뒤 적막이 흘렀다.
나는 왜 성장하고 싶은 걸까?
"담배나 피러가자"
나는 담배를 피지 않았지만 항상 당신 옆을 지켰다.
2~3대의 담배가 모두 타들어가고도 대화는 끊기지 않았다.
대화 주제는 항상 새로웠다.
취업, 결혼, 골프, 게임, 업무...
난 내 의지와 상관없이 기습적으로 돌아오는 "네 생각은 어때?" 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나를 본 누군가는 매번 내가 혼나는 줄 알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앞으로 쓸 글들의 제목을 '꼰대의 조언' 으로 할까 잠시 망설였었다.
요즘 같은 분위기에는 당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 많지 않을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조언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잔소리일 수 있다.
그렇지만 나는 함께 담배피는 그 시간으로 인하여 지금의 내가 되었다고 믿는다.
보다 솔직하고, 보다 인정할 줄 알고, 진짜 내가 누구인지 알고, 선택의 결과를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나는 뻔한 직장인이지만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이 조금이나마 분명해 진 것 같다.
당신의 이야기들로 인해 앞뒤가 같고자 노력하는 사람이 되었다. 솔직해졌다.
나는 팀장이 되고도 여전히 당신의 말을 곱씹는다.
차장님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완벽하지는 않지만 항상 완성하고자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의 선택을 온전히 인정하고 더 좋은 결정을 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쩌면 차장님을 쫓아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당신의 조언으로 인해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한다.
그리고 이런 내가 옮겨 기록한 당신의 조언을, 당신에게 선물하는 상상을 하며 글을 써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