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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울기a Apr 11. 2024

주어진 것 이상의 것을 해내는 자세

차장님의 조언 EP07


차장님


스카이캐슬 봐? 스토리가 엄청 자극적이고 재밌어.     

주인공이 입시선생님한테 과외를 받는데, 완전 족집게로 시험문제를 다 맞춰주는 거야. 그런데 나중에는 결국 시험지를 몰래 빼돌려줬었다는 걸 알게 돼. 당연히 어떤 시험문제가 나오는지 다 알 수 있었고, 그래서 성적이 잘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야.


처음에는 그 사실을 몰랐어. 그동안은 그냥 선생님이 문제를 잘 찍어줘서 점수를 받아왔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지. 그런데 내가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무고한 사람이 구속돼. 이 상황에서 누가 스스로의 잘못을 시인할 수 있을까.

원래 그러려고 했던 게 아닌데도 어쨌든 범죄를 저질러 온 거잖아. 사실대로 이야기기하면 내가 망가지는 데 있는 그대로 밝히기 참 어려울 것 같아.


그리고 처음부터 부정을 인지하고 저질러 온 것과 모르고 시작했다가 중간에 부정인 것을 알게 된 것도 완전히 다른 거지. 그런데 난 물리적 여건만 된다면 (여유가 있고, 형편이 된다면) 전자의 경우도 굉장히 참기 어려울 것 같아. 그냥 부정을 저질러 버리는 거지.


무단횡단이랑 똑같은 거야. 나는 정직하게 횡단보도로 건너는데, 무단횡단한 사람들은 나보다 훨씬 빨리 도착해 있어. 게다가 걸리지도 않아. 그런 상황에서 난 참을 수 있을까. 시험지 빼돌리는 것도 똑같은 거지.


드라마뿐만 아니라 사람 살아갈 때 이런 애매한 순간들이 참 많은 것 같아.




옛날에 이경규의 양심냉장고 프로그램에서도 아주 늦은 밤에 교통신호를 지키는지 몰래카메라 찍는데 대부분이 지키지 않았잖아요.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걸리지도 않으니까요. 그거랑 똑같은 것 같아요.



차장님

 

그렇지. 만약 너라면 어떻게 할 것 같아? 네가 물리적으로 풍요롭다면, 1억 주고 입시선생님 붙일 거야?

웬만해서는 걸리지 않아. 너만 조용히 하면 아무도 알 수가 없어. 편하게 전교 1등하고 대학도 잘 갈 수 있다면?




저는 돈 있어도 절대 안 붙일 거예요. 결국 성적이야 오를 수 있겠지만, 그 이후 스스로 판단 내리고 끌어갈 수 있는 자립심이 생기지 않잖아요. 혼자서 오랫동안 고민한 뒤 ‘이게 맞아!’ 라고 생각할 수 있는 판단력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을 위해 물리적인 요인을 사용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차장님


그럼 아이가 혼자 긴 고민 끝에 “아빠 입시선생님 붙여줘.” 라고 한다면?

이건 네 말처럼 아이 스스로 고민한 끝에 이게 맞다고 판단 내린 거잖아. 부정이라는 걸 알면서도 저지르겠다고 의사결정 한거지. 이 경우에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려운 것 같아요.



차장님


나도 모르겠어. 스카이캐슬보면 아이들이 입시선생님한테 아무런 힘도 못 써. 그냥 계약이 성립된 관계고, 남남이잖아. 그런데 엄마보다 선생님을 더 무서워하거든. 엄마들도 선생님이 한마디 하면 기도 못 펴. 왜냐면 방법이 어찌 되었든 원하는 대학교를 보내주니까.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게 해주니까 찍소리도 못하는 거지.

그런데 이게 잘못된 방향이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어. 할 수 있으면 스스로 깨닫고 공부해서 1등이 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데, 그게 잘 안되니 잘못되었다는 걸 알면서도 목표를 이루려고 하는 거지. 우리 부모님 세대들도 아이들한테 "공부해! 공부 안 하면 뭐 할건데?" 라고 소리만 지르지 왜 공부를 해야하는 지는 가르쳐 주지 않거든.






차장님


마찬가지로 만약 내가 너를 엄청 심하게 압박한다고 해보자. 욕도 섞어가면서 거칠 게 대하고, 업무도 훨씬 촘촘하게 들여다 봐. 그리고는 계속 못살게 굴어. 그러면 너도 지금보다는 훨씬 얼어있겠지. 왜냐하면 네가 이 상황을 벗어나는 방법은 나를 고발하거나, 퇴사하거나, 참고 견디는 방법밖에 없는데, 결국 참고 견디는 방법이 제일 리스크가 적거든. 그럼 그냥 나한테 맞춰서 꾹 참고 사는 거지. 야근도 많이 하고, 스트레스도 상당히 많이 받겠지. 그런데 결과만을 따져봤을 때는 지금의 너보다 더 빠릿빠릿하고, 일도 훨씬 잘하게 되어 있을 거야.


그럼 왜 이렇게 하지 않을까 생각해보면.. 일단 내가 너한테 그럴 필요도 없고, 무엇보다 이건 잘못된 방법이잖아.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되는 확실한 방법이 있는데, 그러면 안되는 거니까 안 하는 거지.

가장 좋은 건 네가 자발적으로 하는 거야. 아까 네가 말한 것처럼, 스스로 판단해서 자기 자신을 압박하는 거지. 게을러지면 안 돼. 끊임없이 공부하고, 계속 일해야 해. 그런데 솔직히 그러기 어렵지. 사람은 누구나 편하게 살려고 하잖아. 딱 주어진 만큼만 하게 되는 거지.


집에서 공부하면 이동 시간도 줄이고 편한데, 왜 굳이 독서실로 가겠어. 심지어 요즘에는 내가 목표한 걸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 돈을 내야 하는 어플리케이션이 있어.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스스로를 구속하는 거야. 자발적으로 하기가 어려우니까 그런 거겠지.


결국 돌고 돌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표를 달성하려고 하기보다는 올바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렵고, 이걸 이겨내는 사람이 결과를 쟁취할 수 있는 것 같아. 나에게 주어진 것 그 이상으로 항상 해내려고 하는 자세가 필요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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