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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뚝 ttuk Jan 09. 2024

더하기보단 덜어내기

덜어냄으로써 앞으로 나아갈 힘을 채우다.



새해가 밝은지 어느덧 일주일이 지났다. 신년이 되면 우리는 작년 한 해 이루지 못했던 것들을 꼭 이루겠다는 목표로 버킷리스트처럼 묵직하고 비장한 다짐을 한다. 대부분은 그간 해보지 못했던 것들과 매년 끝까지 해내지 못했던 아쉬움을 가득 담아 적어낸다.


그런데 어느 순간서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우리는 죽을 때까지 목표를 세우고, 다짐하고, 실행에 옮기고 쳇바퀴처럼 반복할 텐데 매번 추가되기만 하지, 짐처럼 부담이 되는 것들을 덜어내는 연습을 목표 삼아본 적이 있을까. 청소와 집 정리를 주기적으로 해야 하듯 하고 있는 것들을 내려놓는 연습도 필요한데 말이다.


해내야 하고, 더 무언가를 이루어야 하니깐. 목표했던 지점에 도달해도 더 높은 성과를 달성하고 싶은 게 사람의 심리니깐. 하지만 매해 반복되는 새해 다짐을 보면 작년, 재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거창하게 적어뒀던 몇 년 전의 목표들을 아직 밑줄 긋지 못한 채 보류 중이다. 작년보다는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은 마음에 새로운 목표들을 추가해 보지만 정작 해결하지 못한 영역들 투성이다. 그렇다면 나의 부족함을 받아들이고, 완벽의 잣대도 내려놓고 조금은 덜어낸 가벼운 목표로 수정해보려 한다.


부담이라는 발목에 잡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덜어냄으로써 앞으로 나아가는데 힘을 실어본다. 조금은 멋이 없어도 간지가 안나도 괜찮으니 내가 할 수 있는 것들로 채워보려 한다. 항상성처럼 계속 지속해나가고 싶은 마음이다. 목표했던 바를 포기하지 않고 뚝심 있게 밀고 나가고 싶은 마음.



   집이라는 공간은 나에게 '안락함'을 제공해 주는 나만의 아지트이자 보금자리이다.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은 무엇보다도 집에 들어갔을 때의 편안한 분위기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것은 경직된 몸을 풀어줄 수 있는 요가매트와 폼롤러, 그리고 온갖 서적들이 책상·바닥 할 거 없이 가득 차지하고 있다.


한때 미니멀리즘 열풍이 불었다. 여전히 맥시멀리즘 vs미니멀리즘 구도로 우리는 더하냐 덜어내냐로 일상에 많은 것들을 적용시키곤 한다. 필자는 맥시멀리즘이라고 말하고 수집병이라 불린다.


만약에.. 만약에.. if절을 매 상황에 적용시킨다. "나중에 언젠가는 쓰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보관해 둔 것들만 산더미다. 수년이 지나고,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에 도달해야만 버리고 만다. 그렇게 큰 맘을 먹고 비우고 나면, 묵혀있던 체증이 깨끗하게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다. 왜 진작에 버리지 못했을까 싶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쌓이는 걸 보면 역시 사람은 변하면 못쓰나 싶다.


비단 집에서만 이럴까? 별명이 보부상이라 어디를 가게 되면 ‘혹시 몰라’ 병으로 “이게 필요하지 않을까, 저게 필요하지 않을까?” 가방 주머니가 겨우 닫힐 정도로 꽉꽉 채우는 습관이 있다. 이제는 의식적으로 하나씩 덜어내려고 하지만, 어느새 뒤돌아보면 새로운 무언가가 채워져 있다. 뭐든 다 하고 싶은 욕심이 맥시멀리즘으로 이어지는 것일까. 뭐든 적당한 게 좋을 텐데 말이다.


이는 자기 전에도 적용이 된다. 물론 유튜브 쇼츠 보다가 잠든 날이 대부분이지만 핸드폰도 보기 싫은 날에는 침대에 눕기 전, 책·노트·필기구며 한가득 가지고 눕는다. 그저 끄적끄적 낙서를 하거나 잠이 깨지 않을 정도의 생산적인 무언가를 하고 싶은 마음에 이것저것 챙기는 것이다. 어차피 다 보지도 못하고, 차라리 하나를 집중해서 읽는 게 좋을 텐데 자기 전까지도 욕심을 내려놓지 못하는 모양인가 보다.


   그래서 이번 새해에는 욕심을 내려놓고 가지고 있는 것들을 덜어내는 연습을 하기로 했다. 우선 집안 대청소부터 시작했다. 움직이기 편한 후줄근한 옷을 입고 음악을 틀고 창문부터 연다. 바닥에 있는 것들은 죄다 위로 올려놓고 시작한다. 대청소도 이렇게 큰 결심이 필요한데 갖고 있던 물건을 버리는 것은 더 큰 결심이 필요하다. 품이 많이 드는 행위이기에 아예 날을 잡고 사용하지 않을 만한 것들을 한쪽에 모아둔다. 그리고 모아둔 물건들을 하나씩 들춰내며 다시 한번 고민해 본다. "정말 안쓸 것 같지? 버려도 후회 안 하겠지?"라고 스스로 물어본다. 그렇게 "YES!"라고 답한 것들은 가차 없이 당근마켓에 올리거나 분리수거함에 넣는다.


'그래도 언젠가 한 번은 입지 않을까?', '그래도 나름 고민해서 산 옷인데 몇 번 입지도 못하고 너무 아까워.' 와 같은 옷장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들은 만들면 한도 끝도 없다. 그래도 너무 찜찜한 것들은 나름의 유예기간을 둔다.


특히 어린 시절 추억이 가득한 물건들은 버림과 동시에 그 시절의 소중한 기억도 사라지는 것 같아 잡동사니처럼 보이지 않는 구석 한쪽에 보관해 둔다.


부피를 줄이고 꾹꾹 누르고, 수납함을 이용하여 정리를 얼추 하고 나면 시원섭섭함과 동시에 마음의 평온이 찾아온다. 비움으로써 다시 새로운 것들을 채워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한결 물건 찾기도 쉬울 거고, 불필요한 소비도 막을 수 있고, 미니멀리즘은 마음도 지갑도 가볍게 해주나 보다.


아직 정리하지 못한 책상 위 종이책들과 컴퓨터 바탕화면 정리, 외장하드 정리 이참에 보류해 뒀던 것들을 하나씩 정리해보려 한다. 물질적인 것의 비움만큼 마음의 군더더기들도 덜어내는 연습을 하다 보면 보다 단단한 삶을 이뤄나갈 수 있지 않을까.






올 한 해도 다들 하고자 하는 일들 하나씩 이뤄나가시면서 무엇보다 몸 마음 건강하시길 바라요! 저는 올해도 꾸준하게 한 자, 한 자 적어내 보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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