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디 맑은 푸르른 하늘과 싱그러운 나무들.
미국 센트럴파크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서울숲 시민공원. 머리 좀 식힐 겸 나왔다가 초록초록한 풍경을 보고 홀린 듯이 들어갔다. 요 며칠 뜨겁게 작열하는 태양 아래, 외출 자체가 엄두가 안 날 정도로 덥습한(덥고 습한) 날씨에 정신을 못 차렸다. 해가 지고 나서야 서서히 걸을 수 있을 정도이다. 감사하게도 이 날은 바람도 솔솔 불고 비교적 선선한 날씨와 함께 푸르른 하늘, 싱그러운 나무들 속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미 몇몇 나무 데크 위에는 돗자리를 깔고 피크닉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필자와 같이 예쁜 풍경에 연신 감탄을 자아내며 카메라에 담기 바쁜 사람들도 보였다. 백통 카메라를 들고 전문적으로 사진을 찍는 작가님도 계셨다.
이렇게 몇 안 되는 화창한 날에 돌아다닐 수 있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기에 잠깐이나마 지금 이 순간을 마음껏 누리고 싶었다. 그리고 이런 예쁜 풍경을 두고 혼자만 보기엔 너무 아쉬워 오랜만에 인스타그램 피드에 짤막한 한 줄과 함께 글을 올렸다.
"이때만 느낄 수 있는 초여름 특유의 싱그러움. 미국 센트럴파크로 같은 푸르른 하늘과 드넓은 초원 뷰."
벤치에 앉아 기지개를 켜고 몸을 쭉쭉 늘려본다. 마침 헐렁한 옷을 입고 와서 그런지 평소보다 말랑말랑하게 풀어진다. 그리고 온몸에 힘을 빼고 추욱 늘어진 채로 멍을 때려본다. 풀멍, 하늘멍, 구름멍. 시야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힐링요소다. 그렇게 한참을 멍 때리다 보니 순간적으로 '내가 이럴 때가 아니지'라고 아차 싶다가도 이럴 때라도 충분히 행복감을 누리고 싶기에 잠시나마 사치를 누려본다.
찰나의 순간이 주는 소소한 행복(serendipity).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오는 행복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