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情)이 사라지고 있다.
포장마차에서 떡볶이를 먹고 계산하려는데 지갑 대신 핸드폰 금융어플을 킨다. 현금 대신 계좌이체로. 손에서 손으로 오고 가는 것이 아닌 전자기기를 통해 값을 지불한다. 송금을 하고 핸드폰을 넣으려고 하는데,
"근처에 토스를 킨 사람이 있어요!"라는 팝업 메시지가 뜬다.
10원밖에 안되지만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메시지가 뜰 때마다 클릭해서 적립하고 있다. 어플 화면에는 이름 가운데 글자를 *(별표) 처리한 세 글자가 뜨지만, 그가 어디에 있는지 심지어 성별도 모르고 누구인지 추측하기도 어렵다.
분명 주고받는 포인트가 있지만 말이 오고 가지 않는 무언(無言)의 시대이다. 그나마 텍스트도 디지털 화면에 뜨는 글자이다. 우리는 언제부터 당연하게 여기면서 무뎌지고 무감각해진 걸까.
편리함이 자리 잡은 곳엔 정(情)이 사라지고 있다.
카톡이 아닌 인스타 스토리를 통해 근황을 주고받는다. 실시간으로 스토리를 보지 않으면 친구들의 근황을 알기 어렵다. 시시콜콜하게 오고 갔던 대화들이 온라인으로 넘어가버렸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도 온라인의 연장선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서로 사진을 찍어주다가 문득 생각에 잠긴다. 다들 예쁜 풍경을 뒤로하고 셀카 찍기 여념이 없다. 과연 우리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 만난 걸까. 물론 다 추억이고 남는 게 사진이라지만, 온라인 공간에 잠시 올리고 휘발되는 거라면 그 추억이 과연 유효한 걸까. 그래도 오랫동안 보관하고 싶은 마음에 스토리보다는 게시물 형태로 업로드하려 한다. 이왕이면 즉석에서 인화할 수 있는 필름카메라로 서로의 모습을 보다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다.
“핸드폰만 보지 말고 벨을 눌러요 좀..”
핸드폰을 보느라 미처 하차벨을 누르지 못한 승객에게 버스 가사가 던진 한마디.
엘리베이터에 같이 탄 이웃이 같은 층에 살지만 처음 보는 얼굴이다. 세대수가 많은 것도 있겠지만, 그만큼 우리는 개인주의로 변하고 있고 괜히 층간소음으로 민원이 안 들어오면 다행인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