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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뚝 ttuk Feb 04. 2024

응원과 리스펙 문화

작년 말에 스우파 2(스트릿우먼파이터)와 스걸파 2가 화제리에 종영했다. 그리고 마라톤의 수능 격인 JTBC 서울 마라톤을 기점으로 마라톤 대회들이 모두 끝이 났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이야기를 담은 독립출판도 최종적으로 인쇄가 완료됐다. 오랫동안 묵혀있던 체증이 씻겨져 내려가는 기분이다.


매일같이 책상 앞에 앉아 인디자인 작업을, 힘든 월요일을 지나 화요일을 책임졌던 스우파, 틈틈이 주 2-3회는 시간을 내서 꾸준히 해온 러닝까지 쳇바퀴 굴리듯 지내왔다.


러닝에 댄스씬에 있어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힘을 실어주는 응원의 문화가 자리 잡혀 있다는 점이다. 물론 어떤 스포츠든 관객과 응원은 존재하지만 무엇보다 승부를 떠나 그 춤을 끝까지 출 수 있도록, 완주할 수 있도록 자리를 함께 해준다.


중간에 실수했어도 그 춤(무대)을 끝까지 추는 게 의미가 있기에 끝까지 할 수 있게끔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 낼 수 있도록 우렁찬 기합과 함께 힘을 실어준다. 그리고 경기가 끝나고 나서는 고생했다며 서로를 안아준다. 배틀은 배틀이기에 승자와 패자가 정해지지만, 상대를 향해 리스펙*을 아낌없이 보낸다.


* 자신의 춤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면서도 상대의 스타일을 인정하고 판정 결과를 깔끔히 인정하는 방향을 지향하는 것.


마라톤 또한 빨리 완주하기 위한 스피드도 중요하지만, 장거리 전에서는 일정한 속도로 페이스*조절하는 것이 관건이다. 오버페이스로 인해 퍼지거나 다리부상이 생겨 중도포기 하는 것보단 일정한 속도로 완주하는 게 더 중요하다.


*육상 경기의 장거리나 마라톤에서, 달리기의 속도. 1km당 소요시간을 의미한다.

 


결승지점이 얼마 남지 않은 구간과 마의 구간이라 불리는 35km에는 응원단들이 포집해 있다. 다리가 덜덜덜 떨리고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는 것을 넘어 폐가 고장 난 것 같은 느낌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응원단들이 흔드는 플래카드와 간식들 덕분에 남아 있는 한 방울까지 쥐어짜 내본다. 그렇게 또 한 고비를 넘긴다.


배틀상대를 이기기 위해 아프지만 몸이 부셔저라 추기도, 앞사람을 추월하고 싶은 마음에 미간을 가득 찌푸린 채 다리를 절뚝거리며 속력을 더 내보기도 한다.


승리가 가져다주는 부상투혼. 승리라는 영광 뒤에는 남모를 아픔이 따른다. 댄서들에게는 몸이 생명이기에 다치면 춤을 한동안 못 춘다. 러닝 또한 무릎이나 다리 어디 한 부위라도 자칫 잘못 다치면 한동안은 뛰지 못한다.



물리적 공간은 떨어져 있지만 각자가 뛰고 있는 곳에서 각자만의 속도로 뛰는 삶을 응원한다. 그게 지역과 지역 간의 가까운 거리든, 대륙과 대륙간의 먼 거리든 뛸 수 있는 길만 있다면 거기가 곧 주로 이자 무대이다. 날씨와 주변 환경 탓 하지 않고 꾸준하게 해 나가는 러너와 댄서들을 응원한다.


대회를 위해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러너들과 댄서들. 비록 생면부지의 사람들이지만 ‘달리기’와 ‘춤’ 이공통분모 하나로 뭉친다. 각각의 다른 크루가 있지만 그곳에서는 서로 하나가 되어 응원해주는 문화.


혐오와 시기•질투로 가득한 사회 속에서, 연대와 지지를 모처럼 온전히 경험할 수 있는 이 순간들이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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