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마룻바닥에서 공기놀이하다가 손에 가시가 들어가 양호실 가서 급하게 처치했던 기억, 디지몬카드나 그리스 로마 신화 신작이 나오면 총알같이 문구점이나 서점에 가서 선점했던 기억, 들판에 피어 있는 진달래 꼬다리 부분의 단물을 쪼옥 빨아먹었던 기억들.
지금은 보기 어려운 광경들이자 어린 시절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소소한 행복들이다.
나이가 들면서 변화하고 잊힌 기억들이 sns에서 "몇 년 전 사진"으로 뜰 때마다 "아 그땐 그랬지~ 그립네.." 라며 연신 중얼거리며 추억에 잠기곤 한다. 몽글몽글해지면서도 가슴 한편이 저며온다.
불과 10년 전의 일인데도, 너무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는 바람에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이 되어버렸다. 그때 그 시절에만 느낄 수 있었던 감성을 회상하다 보면 때로는 그리움에 사무치다 못해 공허함으로 번지곤 한다. 분명 그때는 그때 나름대로 힘들고 어려운 순간들이 존재했겠지만, 세월이 흐르고 나니 지금의 내가 존재하기까지 한 편의 서사가 완성되는 느낌이다. 그렇게 힘들었던 기억들도 하나씩 미화되기 시작한다.
과거를 회상하고 추억을 그려보는 건 좋지만 때로는 현실을 부정하고 싶을 만큼 과거에 머물러 정체하게 된다. 현재의 내가 불행하게 느껴지고, 하고자 했던 의욕들이 하나둘씩 사라져 가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는 걸까. 그래서 과거를 자꾸 곱씹게 되는 걸까. 돌아갈 수 없는 걸 알면서도 붙잡아본다. 다들 시시각각 변하는 세상에 적응하는 거 같은데 나만 제자리걸음 같다. 옛 사진들을 보면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가 없다.
반복되는 슬럼프로 인해 당장 내일의 컨디션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들과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 하루살이 같은 인생. 그래서인지 목표의식이 점차 사라지며 현실에 안주하게 된다. 사실과는 달리 왜곡돼 있을지언정 행복한 기억들로 자리 잡고 있다면 타임머신을 타고서라도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다.
추억을 곱씹을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 현재 이 순간을 즐기지 못한다. 현재를 부정하게 되고 무력해져 있는 내 모습을 보며 합리화하게 된다. 부디 과거의 기억들이 앞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 제동을 거는 것이 아닌, 추억을 연료 삼아 발판역할이 되어줬으면 한다.
추억은 미화되듯, 지금 이 고비들도 지나고 나면 '아.. 그땐 그랬지'라고 가볍게 넘길 수 있는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