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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딴 Jan 22. 2024

어서 와 몽골 초원은 처음이지?


왜 몽골인가요?

"가 본 적 없는 곳이라 궁금했어요." 

"휴식이 필요한 시점에서 새로운 곳을 접하면 좋을 거 같아서요."

"좁은 땅에서 다닥다닥 붙어 사는 삶과 다른 환경을 접해 보고 싶어서요."

"인스타에서 몽골 사진을 접하게 되었는데 내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더라고요."

"가슴이 뻥 뚫릴 정도로 시원한 곳에서 답답한 마음을 비우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비어 있는 자연에 머물면 마음에 쌓인 걸 덜어낼 수 있을 거 같았어요."

두근두근몽골원정대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들은 이야기다. 

몇 가지 정해 놓은 답 중 하나를 고른 것처럼 비슷한 이유들이 모여 있었다.

그만큼 저마다 다른 모습 안에 닮아 있는 마음 몇 가지가 있는 거겠지. 

어쩌면 '너는 나다.'

이야기를 들으니 사람들과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나도 '여백'을 만나러 몽골에 가려고요. 



도시 끝 초원 시작


울란바토르는 아침에도 여느 도시 풍경과 다르지 않았다. 

길을 가득 메운 차들이 요상하게 엉켜 있었다. 

접촉 사고도 목격하게 될 줄이야. 어쩐지 차선이 흐릿하다 했다;;  

바라던 초원은 언제 나오나 싶었는데, 출발한 지 30분이 지났나 얼마 안 되어서 나타났다. 

이렇게 가까운 거라면 진작에...





영화처럼 


급작스런 초원의 출현이 너무 반가워서 나름 소심한 환호를 보냈지만,

며칠 동안의 여행에서 보고 듣고 맡고 만진 건 온통 초원이었다.

그래서 차에서 찍은 초원 사진은 초반에 몰려 있다. 

그렇다고 다 비슷한 풍경은 아니었다. 

며칠 동안 다양한 초원의 표정을 마주할 수 있었다.    

아직 초원 깊숙이 닿기 전엔 미 서부와 닮은 듯. 

낯선 문자로 된 이정표와 황량한 거리는 어딘가 영화처럼. 





건강에 가까운


초원 사이를 누비며 건강해지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우선, 눈이 확실히 좋아진 듯했다.

도시와 달리 눈에 걸리는 게 없다 보니 세상 편안했다.

더불어 몽골인이 된 것 마냥 멀리 있는 것들이 잘 보이는 것 같았다.     

다음으로, 마음이 너그러워졌달까.

차가 심하게 덜컹거려도 누군가 썰렁한 개그를 쳐도 It's okay.

한 가지 더한다면, 여행지에서의 조급함 조바심 치운 것.

여행지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보거나 많이 느껴야 한다는 생각은 빠이빠이.   

멍하게 창밖을 바라보며 자다가 군것질도 좀 하다가 멈춰 서서 사진도 찍다가...






초원과 담배


술을 잘 마시지 못하지만 마시고 싶을 때가 있다. 

취하지 않으면 닿을 수 없는 몽롱한 세계에 초대받지 못한 느낌이 들 때.

그래서 술자리 그와 그들과 더는 가까워질 수 없다고 여겨지길 때.

담배를 안 피우지만 피고 싶을 때가 있었다. 

초원의 어느 길 위에서 꺼내 든 한 대는 그 많은 구름의 일부가 되는 듯해서.

나눠 피우지 않았지만 피우는 기분을 나눈 듯 가만히 먼 곳을 바라봤다. 

고개를 높이 들지 않아도 어느 쪽을 봐도 하늘이 잘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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