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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딴 Jan 26. 2024

몽골 초원에서 말 타는 기분



도시를 벗어나니 처음 마주하는 것투성이였다. 

이토록 호기심 담뿍 담은 표정은 오랜만인 듯. 

어린 날의 기분으로 다가오는 것을 다 느껴 버릴 테다 했다.     

꽤 기특한 생각이다 싶었는데 내 몸이 싹둑.

졸음이 슬그머니 스멀스멀 는질는질 사부작사부작… 와락.

덜컹거리는 푸르공 안에서 같은 화면을 틀어 놓은 거 같은 초원을 보고 있자니;;

감았던 눈이 떠지면 다시 처음 초원을 마주한 사람처럼 '오~'와 '우와!' 남발. 

그러다 진짜 센 게 나타났다.  

어쩌면 나의 짬짬이 잠은 이 순간을 위한 것이었을 수도.      




기다리라는 말 

7시 가까워 여행자 캠프에 도착했는데, 바로 말타기로.

(9시가 넘어도 해가 지지 않는 몽골 여름이라 가능.)

유목민 몇몇이 인원수만큼의 말과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몇 가지 주의 사항을 듣고 도움을 받아 말에 올랐다.  


  -말을 탈 때와 내릴 때는 왼쪽을 이용할 것.

  -말의 뒤쪽으로 가면 차일 수 있으니 뒤로 가지 말 것.

  -등자에 발을 다 넣지 말고 앞꿈치 정도만 얹을 것.

  -고삐는 너무 팽팽하거나 느슨하지 않게 적당히(?) 잡을 것.


말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말과 인사하고 위에 오르니 살짝 긴장되기도 하면서 달리고 싶은 마음도 불쑥.   





달리고 싶다는 말 


말을 처음 타거나 말타기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유목민 한 사람이 각각 말 두세 마리를 이끌며 나아갔다. 각 말에 연결되어 있는 줄을 붙잡고 일행의 앞이나 옆에서 동행하는 것이었다.  


얼핏 보면 앉아만 있으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말과 함께하는 사람 나름의 몫이 있었다. 말의 움직임에 맞춰 중심을 잡지 못하면 말에서 떨어질 수 있었다. 고삐도 순간 팽팽해지면 말이 격하게 움직이기도 했다. 자꾸 발이 등자 깊숙이 들어가 발꿈치를 살짝 올리는 것도 쉽지 않았다.


나름 혼자 말 타는 사람 기분을 내보려고 했다. 자세도 바꿔보고 고삐도 슬쩍 당겨 보고 발을 조금씩 튕겨 보기도 했다가 떨어질 뻔했다. 온 힘을 짜내 겨우 추락을 막았다. 말에서 떨어지는 기분이 이런 거구나를 일부 실감했다. 떨어질 뻔한 상황을 몇 차례 겪다 보니 몸이 바짝 경직되었다. 소심하게 말에 몸을 맡기기로 했다. 무엇을 하든 배우든 힘을 빼는 게 어렵지만 그만큼 중요하다고 하는데 말타기도 그런 것 같았다.    





말 걸음으로 해 질 녘 초원 


말의 움직임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니까 주변을 더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었다. 

기우는 해를 좇아가는 사람들, 우리들.


초원의 일몰이 펼쳐지는 상황이라면 혼자 말 달리는 모습이 그럴싸하겠지만(더군다나 나는 백마를 타고 있었는데...) 그런 초현실적인 풍경은 다음으로 미룰 수밖에.(떨어지지나 말자ㅠㅠ)


적당히 선선한 바람과 유목민의 휘파람과 말의 숨소리 걸음 소리와 가릴 것 없이 열린 하늘과 다소곳해진 빛... 개도 늑대도 사라지게 만드는 초원의 밤이 다가오고 있었다.    





말 통해 


누워서 별 보고 지평선을 향해 걷고 자연 화장실에서 시원하게 일 보는 것과 함께 몽골에서 꼭 해야 할 일로 말타기가 빠지지 않았다. 그래서 기대를 했건만... 


한 시간을 탔는데 꽤 힘들었다. 어색한 자세도 긴 시간 있는 것도 불편했고, 순간순간 너무 힘을 주어서 그런지 몸의 일부가 쑤시기도 했다. 추락할 뻔한 순간의 아찔함도 아예 가신 건 아니었다. 즐길 수 있으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과 경험이 필요한 건데, 말타기도 예외가 아닌 듯. 몽골에 다시 올 이유 한 가지를 획득했다. 


살아 있는 존재 위에 오른 게 두 번째였다. 코끼리를 탈 때는 너무 안쓰러운 느낌이 들어서 그 뒤로 안 타기로 마음먹었는데, 말은 조금 다른 느낌이긴 했다. 지극히 사람에게 치우친 생각일 수 있지만, 맞닿아 숨을 나누고 서로의 움직임에 귀 기울이면서 교감하는 느낌이 들었다. 

헤어질 때가 되니 서운해졌다. 인사 대신 옆에 잠시만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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