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에는 호텔이 없다.
잠잘 수 있는 곳은 여행자 캠프와 유목민의 게르 그리고 텐트 안이다.
우리의 여정에서는 두 번의 여행자 캠프와 두 번의 야영이 허락되었다.
내심 유목민 게르에서의 하룻밤을 기대했지만, 그런 건 운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띵동! 몽골에 다시 올 이유 하나를 추가로 획득했습니다.)
아쉬운 대로 게르를 닮은 곳을 향하게 되었다는_
멀리서 보니 영화 세트장인 줄 알았다.
옛날 옛적 어느 이름 모를 부족의 자취를 재현해 놓은 곳.
민속촌인가 했지만 여행자 캠프란다.
하얀색 게르 모양이 우리가 머물 숙소였다.
초원 깊숙한 곳에 숙소가 있을 거라곤 예상 못 했다.
옆으로 초원에서 보기 드문 커다란 물줄기가 있어서 신기하기도 했다.
"드디어 게르에서 묵게 되는 건가요?"
"게르 모양을 흉내 낸 것일 뿐, 진짜 유목민들의 게르와는 달라."
유목민이라면 초지를 따라 이동해야 하니 쉽게 짓고 허물 수 있는 형태여야 했다.
그런데 우리가 머물 곳은 바닥은 평평하게 닦이고 벽도 단단하게 고정해 놓은 듯했다.
게르 가장 안쪽에는 작은 제단도 만들어 놓는다는데 머리로 그려 낼 수 없었다.
그래도 둥그렇고 중심이 하늘을 향해 뚫려 있고 가운데에 화목난로가 있지 않은가?
방문했던 두 곳의 여행자 캠프 숙소가 다 비슷한 모양이었다.
한 방에 세 개의 침대가 있고, 난로가 가운데 있고 그 옆에 장작이 있었다.
처음에 난로에 불을 지피니 차가워진 밤공기를 피하기 딱 좋았다.
태우는 나무 양을 조절할 필요가 있었다.
초반에 뜨겁다가, 적당한 온도가 되었다가, 밤사이 자는 동안에 온기가 사라졌다.
누군가 나무를 넣어 불을 이어가지 않으면 꺼질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에 묵은 캠프에서는 직원 두 명이 새벽에 노크를 하고 들어와서 깜짝 놀랐는데,
알고 보니 꺼지거나 약해진 난로의 불을 살리기 위한 방문이었다.
화장실과 샤워실은 공용으로 쓸 수 있는 곳이 있었다.
드디어 저녁밥 시간.
메뉴는 말로만 듣던 찬란한 허르헉이다!
허르헉(몽골어 ᠬᠣᠷᠬᠤᠭ, хорхог / 영어 Khorkhog, Horhog)은 몽골 유목민들이 귀한 손님이 오거나 명절이나 가족 생일 등의 집안 경사에서 먹던 요리이다.
다들 입꼬리가 들썩들썩. 대접받는 기분은 언제든 좋으니까.
진짜가 나타났다.
허거억~ 허르헉! 모양부터 자태가 남다르다.
양고기로 제대로 찐 허르헉이다.
밥과 반찬과 디저트로 양젖으로 직접 만들었다는 요거트까지!!!
(요거트는 1인 1개라고 했는데, 너무 맛나서 두 개 먹음. 남는 거 같아서;;)
양고기 특유의 냄새가 짙게 하는 곳도 있다는데, 이곳은 냄새도 잡고 질기지도 않았다.
여행 동행인인 몽골인 자화가 허르헉의 돌 사용 방법을 알려주었다.(아래 동영상 참고)
그 방식 따라 했다가 한동안 양고기 냄새를 달고 다녔다는ㅠㅠ
환대는 끝나지 않았다.
마당에 쌓아 놓은 장작더미는 우리가 봐 왔던 캠핑 장작과 스케일부터 달랐다.
한쪽에서는 몽골에서 유명하다는 보드카를 꺼냈다.
술을 못하지만 맛을 보고 싶어졌다.
우웩~ 그저 더 센 알코올.
그렇게 술 취한 기분으로 불멍.
피어오르는 불꽃 서서 보다 앉아서 보다가 누워서 보았다.
여리고 붉은 점은 사뿐히 날아가더니 하늘에 닿았다.
별 만날 일 있나?
혹시 별이 되는 거?
그럼 내 소원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