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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딴 Jan 30. 2024

초원의 낯선 잠을 보듬는 은근한 온기


초원에는 호텔이 없다.

잠잘 수 있는 곳은 여행자 캠프와 유목민의 게르 그리고 텐트 안이다. 

우리의 여정에서는 두 번의 여행자 캠프와 두 번의 야영이 허락되었다. 

내심 유목민 게르에서의 하룻밤을 기대했지만, 그런 건 운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띵동! 몽골에 다시 올 이유 하나를 추가로 획득했습니다.)

아쉬운 대로 게르를 닮은 곳을 향하게 되었다는_




덩그러니 작은 마을 


멀리서 보니 영화 세트장인 줄 알았다.

옛날 옛적 어느 이름 모를 부족의 자취를 재현해 놓은 곳.

민속촌인가 했지만 여행자 캠프란다. 

하얀색 게르 모양이 우리가 머물 숙소였다.  

초원 깊숙한 곳에 숙소가 있을 거라곤 예상 못 했다.  

옆으로 초원에서 보기 드문 커다란 물줄기가 있어서 신기하기도 했다.   





무늬만 게르? 

"드디어 게르에서 묵게 되는 건가요?" 

"게르 모양을 흉내 낸 것일 뿐, 진짜 유목민들의 게르와는 달라."

유목민이라면 초지를 따라  이동해야 하니 쉽게 짓고 허물 수 있는 형태여야 했다. 

그런데 우리가 머물 곳은 바닥은 평평하게 닦이고 벽도 단단하게 고정해 놓은 듯했다.   

게르 가장 안쪽에는 작은 제단도 만들어 놓는다는데 머리로 그려 낼 수 없었다. 

그래도 둥그렇고 중심이 하늘을 향해 뚫려 있고 가운데에 화목난로가 있지 않은가?    

방문했던 두 곳의 여행자 캠프 숙소가 다 비슷한 모양이었다.

한 방에 세 개의 침대가 있고, 난로가 가운데 있고 그 옆에 장작이 있었다. 

처음에 난로에 불을 지피니 차가워진 밤공기를 피하기 딱 좋았다.

태우는 나무 양을 조절할 필요가 있었다. 

초반에 뜨겁다가, 적당한 온도가 되었다가, 밤사이 자는 동안에 온기가 사라졌다. 

누군가 나무를 넣어 불을 이어가지 않으면 꺼질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에 묵은 캠프에서는 직원 두 명이 새벽에 노크를 하고 들어와서 깜짝 놀랐는데,

알고 보니 꺼지거나 약해진 난로의 불을 살리기 위한 방문이었다.     

화장실과 샤워실은 공용으로 쓸 수 있는 곳이 있었다.   




잔치다, 허르헉~


드디어 저녁밥 시간.

메뉴는 말로만 듣던 찬란한 허르헉이다!

허르헉(몽골어 ᠬᠣᠷᠬᠤᠭхорхог / 영어 KhorkhogHorhog) 몽골 유목민들이 귀한 손님이 오거나 명절이나 가족 생일 등의 집안 경사에서 먹던 요리이다. 

다들 입꼬리가 들썩들썩. 대접받는 기분은 언제든 좋으니까. 


진짜가 나타났다.

허거억~ 허르헉! 모양부터 자태가 남다르다.  

양고기로 제대로 찐 허르헉이다. 

밥과 반찬과 디저트로 양젖으로 직접 만들었다는 요거트까지!!! 

(요거트는 1인 1개라고 했는데, 너무 맛나서 두 개 먹음. 남는 거 같아서;;)

양고기 특유의 냄새가 짙게 하는 곳도 있다는데, 이곳은 냄새도 잡고 질기지도 않았다. 


여행 동행인인 몽골인 자화가 허르헉의 돌 사용 방법을 알려주었다.(아래 동영상 참고)  

그 방식 따라 했다가 한동안 양고기 냄새를 달고 다녔다는ㅠㅠ 






캠프는 파이어


환대는 끝나지 않았다. 

마당에 쌓아 놓은 장작더미는 우리가 봐 왔던 캠핑 장작과 스케일부터 달랐다. 

한쪽에서는 몽골에서 유명하다는 보드카를 꺼냈다. 

술을 못하지만 맛을 보고 싶어졌다.

우웩~ 그저 더 센 알코올. 


그렇게 술 취한 기분으로 불멍.

피어오르는 불꽃 서서 보다 앉아서 보다가 누워서 보았다. 

여리고 붉은 점은 사뿐히 날아가더니 하늘에 닿았다.

별 만날 일 있나? 

혹시 별이 되는 거?  

그럼 내 소원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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