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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혼 Apr 06. 2022

내로남불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빅뱅의 새 노래가 나왔다. 몇 년만의 신곡이다. 빅뱅을 머릿속에서 지운지 꽤 되엇는데 이번 노래는 갑자기 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재생해 보았다. 듣다보니 술 한잔한 것 마냥 금새 감상에 젖어들었다. 노래에 대해 왈가왈부할 생각도 없고 좋다 나쁘다 말할 깜냥도 안 되지만 그냥 몇 번이나 듣고 말았다는 사실은 숨길 수 없다.


  솔직히 말하면 노래가 좋다라는 느낌이 확 들지는 않았다. 듣다보니 까맣게 잊고 지내던 청춘의 한 부분을 발견한 기분이 되었고, 노래라기보다는 지나간 시절을 회상할 수 있는 우연히 만난 옛 친구에 가까운 느낌이 들었다.


 빅뱅은 지금까지 많은 논란이 있었고 이제는 지울 수 없는 꼬리표가 되었지만 그 와중에도 여러 노래를 발표했었다. 꼬리표가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노래를 찾아듣는 일이 점점 줄어들었고 이번 신곡이 나오기 까지 정말 원래 없었던 존재처럼 잊고 살았다.


 그런데 이번 래를 들으면서 지금껏 그들의 노래를 듣지 않았던 이유가 이제 와서 다르게 보인 까닭이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단순히 가장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 멤버가 탈퇴하여서 그런 것은 아니고 방송계를 대변하는 언론의 입장에 동의하기 때문도 아니다.


 아마도 가장 큰 원인은 그들이 잠자코 있는 동안 내가 아버지가 되어버렸기 때문인 것 같다.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자라난 나에겐 큰 의미가 있다.


 내가 아내보다 무거운 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꾸만 내가 더 짐을 짊어져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많은 걸 바라지 않지만 등 뒤에 두 사람을 태우는 일은 생각보다 힘이 들었다. 세 가족이 소박하게 살아가겠다는데도 가만두지 않고 탐욕적인 사람들은 넘쳐났고, 예전보다 이빨을 드러내고 내가 다치더라도 가족을 보호하는 사람이 되어갔다.


 그렇게 살다보니 대마초 정도야 무슨 대수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 옆에서 한 것도 아니고 나에게 피해준 것도 아닌데 단순히 사회적 본보기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불매하기에는 내 주변이 더 악취가 나고 상종을 말아야 할 인간들로 넘쳐나기 때문이다.


 멀리 가지 않아도 당장에 길을 걸어가다보면 길에서 늘 담배를 피우는 그XX들이 보인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장난삼아 입에 담배를 물려주는 어른도 있었지만, 세월이 이만큼 흘렀는데도 몰염치한 인간들을 보면 아들을 데리고 다닐 때마다 담배빵을 하나씩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리고 같은 교단에 있지만 역겨울 정도로 이기적인 직장 동료들과 매일 말을 섞고 인사를 하는데, 노래로 날 즐겁게 해주었던 빅뱅을 얼마만큼 거북하게 느껴야 하나 의문이 들었다.


 그렇다고 빅뱅의 노래를 예전처럼 찾아 듣거나 부르진 않을 것이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있었던 모든 연예인이 활동을 그만둔다 해도 연여계를 가득 채워줄 다른 연예인들은 넘치고, 되려는 사람도 많다는 생각은 변함없다.


 어느 순간 '멀어져버린' 친구를 길에서 우연히 마주하고 변해버린 서로를 잊은 채, 변했기 때문에 그리운 옛추억을 되새기는 시간, 딱 그 정도에 빅뱅은 머무를 것이다. 언젠가 또 보자고 말해보지만 그게 마지막 인사가 되는 그런 친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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