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별나도 괜찮아 시즌 3(2019)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샘 가드너(키어 길크리스)는 대학 입학을 앞두고 압박을 느낀다. 자폐아 5명 중 4명이 제 때에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 막상 겪어 보니 고등학교와는 완전히 다른 새 환경에 적응하는 건 확실히 벅찬 일이다.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사귀는 일이나 강의 노트를 필기하고 과제를 준비하는 것까지 뭐 하나 쉬운 게 없다. 새내기 신입생이 된 샘은 과연 무사히 대학 생활을 만끽할 수 있을까.
시즌제로 제작되는 미드나 영드의 단점 중 하나는 시즌 1만 한 새 시즌을 좀처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첫 시즌이 참신하고 좋았던 만큼 시즌이 거듭될수록 루즈해지거나 산을 탈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그 반대의 케이스가 바로 이 작품,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별나도 괜찮아’다. 매 시즌마다 각 캐릭터와 작품 자체가 같이 성숙해져 가는 느낌.
‘별나도 괜찮아’는 너무 재미있어서 꺅 소리를 지를 정도는 아니지만 이 드라마는 일단 틀어 놓으면 시즌 피날레까지 쭉 보게 만드는 묘한 마성을 갖고 있다. 샘과 다른 인물들이 얽힐 때마다 소소한 재미와 감동이 터지는 지점도 있고, 샘의 가족이 드라마틱한 사건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자극적인 맛은 안 느껴진다.
매 에피소드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펭귄 이야기도 여전하다. 시즌 3에서는 이 펭귄 이야기가 작품을 더 깊숙이 관통하는 듯한데 특히 에피소드 6 ‘펭귄의 본질’ 편이 압권. 나와 우리의 삶을 펭귄과 샘을 통해 바라보게 하는 찡한 에피소드였다.
매 시즌 피날레마다 샘의 성장이 느껴지긴 했지만, 시즌 3 피날레에서는 그 성장사가 더 감동적이기도 했다. 특히 샘이 절친 자히드(닉 도나니), 여자 친구 페이지(제나 보이드)를 위해 한 생각과 행동들은 그간의 세월과 겹쳐진 서사와 함께 더 뭉클하게 그려졌다.
아쉬운 점을 꼽자면 여동생 케이시(브리젯 런디페인)의 행보랄까. 그런데 이건 케이시가 캐붕됐다기보다는 케이시와 얽히는 이지(피벨 스튜어트)를 매력적으로 잘 풀어내지 못한 미스 같기도 하다. 개취로는 이지의 임팩트보다는 그동안 케이시의 남자친구로 곁을 지킨 에번(그레이엄 로저스)의 존재감과 서사가 더 좋았다. 그래서 케이시의 선택을 존중해주고 싶다가도 에번이 그저 너무 안타까움(..)
어쨌든 샘의 성장에 집중해 생각해보면 시즌 1보다는 2가, 2보다는 3이 더 진국인 ‘별나도 괜찮아’. 번역 제목이 읭스러울 수는 있지만 일단 첫 회를 보면 어느새 가슴 한 구석이 몽글몽글해지며 엄빠 미소를 짓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영업 마무리는 참 좋았던 시즌 3 에피소드 6에서 샘이 한 대사로. 시즌 4 컨펌 소식도 조만간 들리면 좋겠다.
“penguins live in abnormaly harsh conditions and they never leave.
They're one of the few species that stays, struggles and persevers.
So to me, that's the essence of a penguin.
It stays.
Which I can appreciate because sometimes college feels like that, too.
So I guess in a way you could say
I'm like a penguin and Denton is my Antarctica.”
(펭귄이 사는 환경은 굉장히 혹독한데 평생을 거기에서 살죠.
그곳에 머물고, 환경에 맞서고 버텨내는 몇 안 되는 종 중 하나예요.
저는 그게 펭귄의 본질이라고 생각해요.
머무는 거요.
전 그 기분을 이해해요, 가끔은 대학도 혹독한 곳처럼 느껴지거든요.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거예요.
제가 펭귄이고 덴턴은 제 남극이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