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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또 Nov 17. 2019

2019년 4분기 일드 단상

셜록 / G선상의 당신과 나 / 아재's 러브 2 / 그랑 메종 도쿄

보통 분기 별로 한 두 편 정도만 봤던 것 같은데, 올해 4분기는 어쩌다 보니 예상외로 네 작품이나 보고 있다. 그래서 겸사겸사 4분기 픽들에 대한 첫인상을 정리해 봄. 요 작품들은 종영까지 챙겨볼 것 같다.


셜록(シャーロック)
대유잼은 아닌데 계속 보게 되는 마성의 콤비, 시시오 X 와카미야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의 일본 현대판 재해석 버전. 셜록 홈즈는 호마레 시시오(딘 후지오카), 존 왓슨은 와카미야 준이치(이와타 타카노리)가 됐다. BBC 셜록(베네딕트 컴버배치)이 고기능 소시오패스라면 시시오는 뛰어난 브레인과 운동(복싱) 신경을 지녔다는 게 특징. 영드 ‘셜록’에 있던 엄청난 대사량과 쾌감을 부르는 추론은 없는데 시시오 X 와카미야의 케미와 비주얼에 낚여서 보고 있다.


배우의 아우라 덕인 듯한데 위에 움짤로 쓴 오프닝이 나름 감각적이다. 시시오가 시크한 표정으로 걷다가 펜을 스윽 집어 들어 셜록이라고 쓴 뒤 화면을 휙 돌리는데, 회차마다 컬러가 다르고 시시오의 동선도 조금씩 달라지는 게 포인트.


매회 등장하는 케이스는 인상적인데 그걸 풀어나가는 과정이 너무 평면적이고 정형적인 게 흠이다. 후반부쯤 시시오가 갑자기 바이올린을 연주하면 사건이 해결되는 매직(..) 추리 쇼라기엔 살짝 엉성하긴 하다. 슬슬 모리아티 떡밥도 풀리는 중. 아직은 모리야 진죠라는 이름으로만 등장하는데 어떤 배우가 캐스팅됐는지 궁금하다.



채널W에서 방영, 네이버 시리즈on에서 스트리밍 서비스 중.


G선상의 당신과 나(G線上のあなたと私)
요즘 내 힐링을 책임지는 3인조

성인 바이올린 교실에서 만나게 된 세 사람의 이야기. 파혼 후 백수로 지내는 20대 후반의 코구레 야에코(하루), 분노 유발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40대 전업주부 키타가와 유키에(마츠시타 유키), 첫사랑 때문에 바이올린을 시작한 19세 대학생 카세 리히토(나카가와 타이시)가 바이올린을 접점으로 우정을 싹 틔워가는 중이다.


각 캐릭터의 세대차이 혹은 입장 차이를 이용해 서사를 쌓아가는 과정이 잔잔하면서도 여운이 깊다. 19세 대학생이 아직 모를 인연의 소중함을 20대 후반 백수는 절실히 알고, 고부갈등에 눈물짓는 40대 주부를 19세 대학생이 따스하고 담담하게 위로한다. 웃으면서 보다가도 이렇게 서로 진심을 나누는 모습들을 보면 괜스레 찡해진다. 종종 뼈를 때리는 대사들이 출몰해 반성하게 될 때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무척 사랑스러운 힐링작.  


카베동(벽치기) 아니고 셔터동ㅋㅋㅋㅋㅋㅋ

보아하니 야에코와 리히토는 곧 귀엽게 썸을 탈 것 같다. 바이올린 교실 3인조의 우정도, 이 둘의 러브라인도 어떻게 될지 기대. 종영 때까지 지금의 이 부드럽고 순한 맛을 잘 유지했으면 좋겠다.



TV로는 채널 J, VOD는 JBOX에서 서비스 중.


아재's 러브 in the sky
(おっさんずラブ -in the sky-)
포스터만 봐도 미치겠닼ㅋㅋㅋㅋㅋㅋ

지난해 최고의 화제작, BL의 탈을 쓴 오피스 개그물 ‘옷상즈러브’가 시즌2로 돌아왔다. 시즌1을 애증으로 달렸던지라 또 한다고 했을 때는 사골도 아니고 작작해라 싶었는데 막상 보니 너무 웃겨서 끝까지 챙겨보기로 했다.


‘옷상즈러브’의 세계관은 평행우주인데 기본적인 설정은 똑같다. 남자 주인공 하루타 소이치(다나카 케이)가 어느 날 동성인 직장 상사 쿠로사와 무사시(요시다 코타로)에게 고백받는다는 것. 시즌 1의 성공 덕인지 시즌 2에서는 피치항공 PPL을 등에 업고 한층 더 부내 나는 화면과 혼돈의 5각관계를 형성 중이다.


시즌 2 럽라는 *나루하루* 밀어봅니다(이미 주식 왕창 삼)

1-3화를 기준으로 지금까지 구 부장 현 기장인 쿠로사와 캡틴, 정비사 시노미야(토츠기 시게유키), 홍보팀 히나(사츠카와 아이미) 총 세 명이 하루타를 좋아한다. 그리고 부조종사 나루세(치바 유다이)도 하루타를 향해 마음을 여는 모양새.


전반적으로 시즌 2가 확실히 각 캐릭터의 서사와 감정선을 훨씬 더 잘 깔아 둔 느낌이다. 이미 1회에서부터 5각 러브라인 전선에 선 인물들의 각기 다른 매력이 잘 드러났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작정하고 웃기다 못해 설레는 포인트까지 잡아내고 있다. 그래서 이 사랑의 난기류 소동극이 어떻게 흘러갈지 기대된다. 4회 예고에는 이 시리즈의 전매특허 킬링 포인트인 개싸움이 나와서 더 재미있을 것 같다.  



도라마코리아 웹/앱에서 서비스 중.


+) 알고 보면 좋을(?) ‘옷상즈러브’  TMI

1부작 SP(2016), 7부작 시즌 1(2018), 지금 하는 시즌 2 내용 연결 안 됨

하루타, 쿠로사와의 이름은 같지만 직장은 다름. SP는 문구회사, 시즌 1은 부동산 영업소, 시즌 2는 항공사

시즌 1과 이어지는 건 올해 일본에서 개봉한 극장판 영화. 도라마코리아 VOD 주세요(..)

시즌 1은 SP를 7부작으로 늘려 놓은 셈. 웃기지만 몇몇 설정/장면 때문에 거부감 들 수도 있음


그랑 메종 도쿄(グランメゾン東京)
기무라 타쿠야 드라마는 거의 늘 옳다

요리하는 기무라 타쿠야도 역시 옳았다. 매 작품마다 거의 다른 직업군을 소화했던 기무라 타쿠야가 이번엔 프렌치 레스토랑의 셰프가 됐다. 비스트로 스맙 짬바가 물씬 느껴지는 것도 기분 탓은 아닐 듯.


‘그랑 메종 도쿄’는 과거 잘 나갔던 정의로운 다혈질 셰프 오바나 나츠키(기무라 타쿠야)가 절대 미각을 지닌 셰프 하야미 린코(스즈키 쿄카)를 만나, 옛 멤버들과 앙금을 풀고 의기투합해 미슐랭 3스타 프렌치 레스토랑을 만들어 나가는 드라마. 4회까지의 전개에서 오바나는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명예가 실추됐다는 것, 그 범인은 오바나 가까이에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랑 메종 도쿄의 티키타카를 담당하는 수셰프와 오너 셰프

연기하는 기무라 타쿠야가 좋아서 출연작들을 곧잘 챙겨보는데 이번 ‘그랑 메종 도쿄’는 유독 옛날 기무라 드라마 같은 느낌이 난다. 전반적으로 좀 뻔하고 올드한가 싶은데 그게 오히려 매력. 드라마 주제가까지 야마시타 타츠로-‘굿 럭’ OST 부른 분-가 불러서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무튼 한참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뒷북으로 표절 의혹 기사를 봤다(..) 브래들리 쿠퍼가 나온 영화 ‘더 셰프’를 표절했다는데 작품의 분위기는 달라도 캐릭터 설정이나 기본 플롯은 확실히 비슷한 듯. 영화 스토리가 2스타 레스토랑 셰프가 동료의 계략으로 중요한 자리에서 요리를 망치고 방황하다 다시 동료들을 모아 재기하는 내용이고, 심지어 셰프는 자존심 엄청 세고 요리밖에 모르는 캐릭터다. 우연의 일치, 단순한 오마주라기에는 살짝 꽁기꽁기하지 않나 싶은데 이 작가는 전작도 표절 의혹이 있었다고 해서 이마 짚음(..)



TV로는 채널 J, VOD는 JBOX에서 서비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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