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또 Nov 12. 2019

자폐 스펙트럼 소년의 대학 입성기

[넷플릭스] 별나도 괜찮아 시즌 3(2019)

샘 가드너, 새내기 신입생이 되다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샘 가드너(키어 길크리스)는 대학 입학을 앞두고 압박을 느낀다. 자폐아 5명 중 4명이 제 때에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 막상 겪어 보니 고등학교와는 완전히 다른 새 환경에 적응하는 건 확실히 벅찬 일이다.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사귀는 일이나 강의 노트를 필기하고 과제를 준비하는 것까지 뭐 하나 쉬운 게 없다. 새내기 신입생이 된 샘은 과연 무사히 대학 생활을 만끽할 수 있을까. 


atypical: 이례적인

시즌제로 제작되는 미드나 영드의 단점 중 하나는 시즌 1만 한 새 시즌을 좀처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첫 시즌이 참신하고 좋았던 만큼 시즌이 거듭될수록 루즈해지거나 산을 탈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그 반대의 케이스가 바로 이 작품,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별나도 괜찮아’다. 매 시즌마다 각 캐릭터와 작품 자체가 같이 성숙해져 가는 느낌. 


‘별나도 괜찮아’는 너무 재미있어서 꺅 소리를 지를 정도는 아니지만 이 드라마는 일단 틀어 놓으면 시즌 피날레까지 쭉 보게 만드는 묘한 마성을 갖고 있다. 샘과 다른 인물들이 얽힐 때마다 소소한 재미와 감동이 터지는 지점도 있고, 샘의 가족이 드라마틱한 사건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자극적인 맛은 안 느껴진다. 


매 에피소드의 수미상관을 완성하는 존재, 펭귄♥

매 에피소드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펭귄 이야기도 여전하다. 시즌 3에서는 이 펭귄 이야기가 작품을 더 깊숙이 관통하는 듯한데 특히 에피소드 6 ‘펭귄의 본질’ 편이 압권. 나와 우리의 삶을 펭귄과 샘을 통해 바라보게 하는 찡한 에피소드였다. 


샘 X 자히드, 평생 절친해

매 시즌 피날레마다 샘의 성장이 느껴지긴 했지만, 시즌 3 피날레에서는 그 성장사가 더 감동적이기도 했다. 특히 샘이 절친 자히드(닉 도나니), 여자 친구 페이지(제나 보이드)를 위해 한 생각과 행동들은 그간의 세월과 겹쳐진 서사와 함께 더 뭉클하게 그려졌다. 


가드너 부녀와 시즌 3의 아픈 손가락 에번, 케이시 왜 그랬어(..)

아쉬운 점을 꼽자면 여동생 케이시(브리젯 런디페인)의 행보랄까. 그런데 이건 케이시가 캐붕됐다기보다는 케이시와 얽히는 이지(피벨 스튜어트)를 매력적으로 잘 풀어내지 못한 미스 같기도 하다. 개취로는 이지의 임팩트보다는 그동안 케이시의 남자친구로 곁을 지킨 에번(그레이엄 로저스)의 존재감과 서사가 더 좋았다. 그래서 케이시의 선택을 존중해주고 싶다가도 에번이 그저 너무 안타까움(..)


어쨌든 샘의 성장에 집중해 생각해보면 시즌 1보다는 2가, 2보다는 3이 더 진국인 ‘별나도 괜찮아’. 번역 제목이 읭스러울 수는 있지만 일단 첫 회를 보면 어느새 가슴 한 구석이 몽글몽글해지며 엄빠 미소를 짓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영업 마무리는 참 좋았던 시즌 3 에피소드 6에서 샘이 한 대사로. 시즌 4 컨펌 소식도 조만간 들리면 좋겠다. 

펭귄은 사랑♥

penguins live in abnormaly harsh conditions and they never leave.

They're one of the few species that stays, struggles and persevers.

So to me, that's the essence of a penguin.

It stays.

Which I can appreciate because sometimes college feels like that, too.

So I guess in a way you could say

I'm like a penguin and Denton is my Antarctica.


(펭귄이 사는 환경은 굉장히 혹독한데 평생을 거기에서 살죠.

그곳에 머물고, 환경에 맞서고 버텨내는 몇 안 되는 종 중 하나예요.

저는 그게 펭귄의 본질이라고 생각해요.

머무는 거요.

전 그 기분을 이해해요, 가끔은 대학도 혹독한 곳처럼 느껴지거든요.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거예요.

제가 펭귄이고 덴턴은 제 남극이라고요.)

매거진의 이전글 스파에 다녀왔더니 내가 둘이 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