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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민트 Oct 02. 2023

아프면 화가 난다

분한 마음 다스리기


유년시절

는 주로 침대에

반듯하게 누워있었


한마디로 몹쓸 병에 걸려

현대 의학에 절망하고

검증되지 않은 민간 치료법

무속이며 주술까지 붙들었던 차였다


끙끙 앓는 소리가 났다


림과 육아, 돈벌이를 홀로 감당했던 그녀

늘 피곤하고 아팠다


앓는 소리가

너무 익숙해서,


실은

그녀가 아픈 줄 몰랐다


저녁마다

땡땡 부은 다리를 주무르면서도

괴로움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대하면서도

약국 아저씨가 우리를 단골 대접할만치

리돈을 사나르면서도


둔감하고 무심했다


'가 아프다'는

대전제 아래


그녀의 고통은 사그라졌다

고통도, 나보다 두 살 어린 아이의 고통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인식에서 를 제외한 나머지 3인이 아픈 건 아픈 게 아니었다


철저히 배제되고 무시되었다


' 아프지 않아. 건강해'

그녀 자랑처럼  말


그건 사실이라기보다

간절한 바람에 가까웠다


내가 아픈 건 아픈 게 아니었고

난 아프면 안 되는 아이 었으니


중학생 때

지금 돌아보면 독감이었던 거 같다


방에서 나와 몇 걸음 걷지 못하고

그만 쓰러졌다

화장실 가려다가

순간 정신을 잃고 퍽 떨어졌다


지척에 그녀 있었는데

엄청난 힐난과 함께 일어났다


서러운 것도 몰랐다

아픈 건 원래 그런 거였다


아프면 언제라도

거적때기에 돌돌 말려

내던져질 거라는 자각만이 의식에

선명하게 남았다


이런 얘기를 줄줄이 늘어놓는 이유가 있다


가족 중 누가 아프다고 하면 

화부터 난다 굉장히 깊은 데서부터 올라온다


병 걸림에 대한

내 분노의 뿌리를 더듬다 보면

혹시나 해결할 실마리라도 잡지 않을까 해서


나보다 두 살 어린 아이가 아프다


게으르고 사치하고 양극단을 오가며

부딪히는 게 다 그 질병의 증상이란다


연락 끊은 지 꽤 됐다


화난 건가

실망스러운 거 같기도 하다

조금 배신감도 들고


위로한답시고

공감 안 되는 거 숨겨가며

자주 끊기는 맥 빠지는 대화

억지로 끌어갈 능력이 없다


잔소리는

건강한 사람에게 하는 거


화내는 것도

건강한 사람에게나 할 수 있다


병자와는

다투는 게 아니다


증상이 나오는 걸 두고 혼내는 건

의미 없는 일이다


질환이 있다는 게

인정이 된다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


무슨 말인들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고


내가 대신 아파줄 수 없고

아픈 거 조금이라도 나눠질 거 아니면


믿어주고

기다려주는 수밖에 없겠다


물론 내 맘도

다독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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