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억눌려진 감정의 영향력

억눌려지고 숨겨진 감정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지 안다면

요즘 저는 제 내면의 감정을 마주하고 받아들이며 흘려보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감정을 마주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감정을 느끼게 되면 그것이 현실의 상황과 연결되어 느껴지기 때문에, 감정을 독립적인 어떤 것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현실과 연결된 것으로 인식하며 반응하기 쉽습니다. 현실의 사건들은 감정을 떠오르게 하는 역할을 할 뿐인데도, 우리는 그 감정들이 현재의 일들과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사실 감정을 마주하는 것은 두렵고 떨리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인생의 위기를 경험하기 전까지 감정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고, 느끼는 것이 두려워 감정을 억누르며 살아왔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감정을 억누르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고, 내가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알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 무지의 세계에서 벗어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중년이 넘어서야 겨우 그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 세계가 무너지는 경험을 통해, 제가 진실이라고 믿고 살아왔던 세상이 사실은 환상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이로 인해 제 감정을 돌아볼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그동안 저는 애써 무시하고 자신만의 환상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어린 시절의 현실이 무서워 자신만의 환상을 만들고 그 안에서만 살아왔기 때문에, 현실을 바라보는 것은 여전히 두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점차 현실을 바라보면서, 삶이 그렇게 두렵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두려움은 어린 시절의 두려움이지, 현재의 두려움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너무 오랜 시간 동안 현실과 동떨어진 환상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제 인식은 현실과 환상을 번갈아 가며 혼동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점진적으로 현실을 더 잘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마음을 열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는 능력을 키워야 했습니다. 물론 그 과정은 시간이 걸렸지만, 주위의 건강한 사람들과 만나면서 조금씩 익혀갈 수 있었습니다. 마음을 열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들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면서 성장해 나갔습니다. 부모와 이러한 관계를 맺은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생각하는 힘과 정서적인 성장을 이루어갈 기회가 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감정을 나눌 안전한 대상이 없을 때,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합니다. 결과적으로 감정적인 성장을 이루지 못하고, 나중에는 왜 자신이 그런 상황이 되었는지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자신의 삶에서 무엇이 부족했는지 알아차리지 못한 채, 감정이 오면 두려움으로 인해 그 감정을 억누르거나 그 감정에 대항하기 위해 자신만의 대응 방안을 만들게 됩니다. 결국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더 나쁜 경우는 부모의 감정을 자신의 감정처럼 느끼는 것입니다. 정서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부모는 자녀가 자신과 다른 감정을 느끼는 것에 화를 냅니다. 부모는 자신과 자녀가 다른 존재이며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자녀가 자신과 다른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화를 냅니다. 이는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부모는 자신이 왜 화를 내는지도 알지 못합니다. 여러분도 자신의 부모님이 그들의 감정을 여러분이 느끼지 않으면 화를 냈던 적이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보세요.


이런 부모 밑에서 자란 사람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합니다. 감정은 각 개인의 차이를 만들어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자신의 감정을 느끼고 공감받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발견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겪지 못합니다. 그 결과, 자신의 정체성을 세우는 과정을 경험하지 못하게 됩니다. 결국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게 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억눌린 감정은 단순히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가는 과정을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그런 삶은 껍데기만 남은 삶이 됩니다. 억눌린 감정은 두려움을 바탕으로 합니다. 어린 시절, 감정을 느끼는 것 자체에 대해 부모에게 벌을 받거나 혼났던 경험, 아니면 세대를 거쳐 내려온 트라우마로 인해 감정을 억누르게 된다면,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없게 됩니다.


결국, 감정을 마주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감정은 우리의 삶과 직결된 중요한 요소이며, 이를 무시하거나 억누르는 것은 자신을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이제는 제 감정을 마주하고 받아들이며, 그 과정을 통해 진정한 나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 길을 계속 걸어가며, 더 나은 삶을 살아가고자 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트랜스(Tranc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