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없는 두려움, 분노와 수치감이 삶을 망가뜨릴때
많은 사람들이 감정은 지금 경험하고 있는 어떠한 사건이나 인간관계가 원인이 되어서 발생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어떠한 두려움과 분노를 느끼게 되면, 그 상황을 기준으로 해서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일과 사람들에게 자신이 느끼는 감정의 원인을 돌리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그 상황이나 사람들을 원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고통스러운 감정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 눈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해결하거나 그 사람들과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하게 됩니다. 물론 많은 경우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현재 느끼는 감정의 원인이라고 생각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항상 이러한 이해가 맞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층간소음이나 주차시비로 상대방을 폭행하거나 죽이는 사건이 종종 발생하는 것을 볼수 있습니다. 사실 층간소음이나 주차시비가 사소한 말싸움의 원인이 될수는 있지만 서로 몸싸움을 한다거나 살인을 저지르는 상황까지 간다는 것은 무엇인가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분노의 정도가 벌어진 일에 비해서 너무나 큰 것이라는 판단을 내릴수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그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 단순히 층간소음이나 주차시비로만 만들어진 것이라고 판단하기에는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그러한 심각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평소에 분노의 감정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한채 살다가 해소되지 않은 감정들이 누적되었고, 그러한 해소되지 않은 누적되어있던 분노의 감정이 층간소음이나 주차시비 등의 사건으로 인해서 댐이 무너지듯이 폭발했다고 가설을 세워볼수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이러한 범위를 넘어서서 조상들이 경험했던 트라우마등의 사건으로 인해 만들어진 감정들이 적절한 방법으로 해소되지 않을 경우, 이러한 감정들이 자손들에게 전달된다는 연구도 관심있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즉 한 개인의 삶에서 해소되지 않은 감정이 쌓여갈수 있고, 단순히 자신의 삶뿐만이 아니라, 조상들의 해소되지 않은 감정도 한 개인에게 영향을 줄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해소되지 않은 감정들이 한 사람의 내면에 깊이 쌓여있으면 쌓여있을수록 그 맥락없는 감정들로 인해서 삶은 부정적인 감정이 꽉차서 그 감정을 억누르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에너지 대부분을 사용해야 할정도로 삶이 어려워질수 있습니다.
그리고 조상들로부터 해소되지 않고 꼬여진 감정을 많이 물려받으면 받을수록 자신의 삶을 살기는 더욱더 어려워질수 밖에 없습니다. 어떠한 감정을 해소하려고 해도 맥락이 있어야 해소가 가능한데, 아무런 맥락없는 감정들이 내면에 깊숙하게 쌓여있기 때문에 그러한 것들을 제대로 해소할수 있는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삶이 더 어려워질수밖에 없다고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중년의 위기를 경험하면서 저는 이런 해소되지 않은 감정들이 내면에 너무나도 많이 쌓여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감정들로 인해서 제대로 삶을 통해 배워야 하는 것들을 배우지 못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토록 피하고만 싶었던 감정들을 결국에는 느껴야 하는 상황이 직장생활에서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제 내면에 있는 감정들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고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 있던 감정들은 저의 삶을 통해서 제가 경험해야만 하는 감정들이었는데 제가 억누르고 있다가 결국에는 그 감정을 경험해야 할 상황이 만들어지고 그 과정을 통해서 제가 뼈져리게 그 감정들을 경험하게 된 것입니다. 회사생활을 통해서 저 자신이 그토록 두려워 하고 피하려고만 했던 감정들을 하나씩 실제의 삶에서 느끼면서 아 내가 피하려고 했던 감정들의 실체가 이러한 상황이었구나, 아마도 내 자신이 그토록 피하려고 했던 감정들의 실체가 이정도 이구나 하고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경험하고 인정하고 나니, 제가 왜 그토록 두려워 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막상 경험해 보니, 제가 그렇게까지 두려워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즉 그토록 피하고 싶어서 도망쳐 다녔던 감정을 실제로 경험하고 나니, 어떤 면에서는 허탈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한 이후에 저는 한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만약 제가 어렸을때 그러한 감정들에 대해서 이해하고 경험을 했더라면 중년의 나이가 되어서 인생 후반전을 준비하고 안정을 추구해야 할 상황에 이런 힘든 감정들을 느껴야 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결국 한살이라도 젊을때 다양한 감정경험을 두려워 하지 말고, 경험해 보아야 하겠다 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내가 느끼고 있는 그 감정들이 모두 자신이 경험하는 일들이 원인이 된 것은 아닐수 있다라는 단순한 생각과, 그러한 감정들을 피하려 들지 말고 당당하게 경험해보려는 마음자세가 어쩌면 감정을 날마다 마주해햐 하는 현대인의 삶에서 가장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