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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WK Jun 29. 2022

좀 다른 방법은 없을까

미드데이의 스튜디오 이야기 

2021년, 한국으로 돌아와 회사를 차렸다. 이름은 미드데이라고 지었다. 일단 스튜디오라고 부르기로 했다. 뭐하는 스튜디오라고 묻는다면, 거기엔 여전히 대답하기가 좀 어렵다. (공간)디자인 스튜디오이기도 하고 건축(디자인)스튜디오이기도 하고, 건축 아뜰리에에 가까울 수도 있고, 디자인 컨설팅 스튜디오에 가까울 수도 있다. 사업자등록증에 대표 업종은 디자인 컨설팅이라고 되어있다. 어쨌거나 아이디어를 파는 일이 메인이 될 테니 그것은 컨설팅이라고 불러도 무방하지 않을까.


그렇게 회사를 차리고 보니, 일을 해야 했다. 무슨 일을 할까. 원래 해오던 일 중 가장 익숙한 일은 공간과 건물을 디자인(설계)하는 일이다. 풀어서 말하자면 클라이언트로부터 특정 사이트를 의뢰받아 건물이나 인테리어를 디자인하고서 그에 맞는 도면을 그려주고 공사하는 동안 그 도면대로 잘 지어지나 확인하는 일이다. 사실 그 일을 나름 잘했다. 칭찬도 많이 받고 주도적으로 담당했던 프로젝트들이 잡지에도 많이 실렸다. 이대로만 가면 그 길로 제법 자리를 잡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어째 그 일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좀 더 근본적인 지점을 건드리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 때문이었다. 디자인한 결과물의 가치 형성에 좀 더 깊게 개입하고 싶었다. 생각해보면, 미시적인 설계를 잘한다고 하여, 그렇게 도면이 잘 나오고 건물이 잘 지어진다고 하여, 그렇게 지어진 공간/건물이 아름답거나 쓰임새가 좋다고 하여 그 결과물의 갖는 디자인적인 가치가 근본적으로 격상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막말로, 세상엔 명품보다 튼튼한 가방도 많고 때로는 더 예쁜 옷도 있을 수 있지만 그들은 끝내 명품으로 분류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명품을 찬양하는 맥락은 아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그러한 가치의 형성에 좀 더 주도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이런 긴 생각의 끝에, 우리가 그동안 디자인했던 결과물 중 하나를 골라, 다시 말해 이미 지어지고 난 공간을 하나 골라서, 그것의 가치를 우리가 다시 처음부터 끌어올리는 일을 해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따지고 보면, 이 일은 누구보다도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기는 했다. 지어진 공간의 숨어있는 가치를 끄집어내는 일을 하는데 그 공간을 심지어 우리가 디자인하였으니까! 그런데 문제는 세상이 이것을 필요로 하냐는 것이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공간의 가치를 올리는 것이, 과연 신생 스튜디오를 고용하여 비용을 투자할 만큼의 혜택이 있는 일일까. 그런데 어딘가 설득할 자신감이 가득 있었다. 그렇게 부랴부랴 제안서를 만들기 시작했다. 


세상엔 잘 생긴 건물은 많다. 멋진 실내도 많다. 비싼 집도 많고, 또 이런 결과물을 만들어 낼 줄 아는 사람도 많다. 인터넷으로 조금만 찾아봐도 멋진 이미지가 쏟아지는데, 그것 따라서 못 만들면 그게 바보인 세상이다. 이를 통해 말초적인 감동을 주는 것은 분명 어렵지 않은 일이다. 튼튼하게 만드는 것 또한, 자본을 투자하고 관심을 기울이면 해결되는 일이지, 기술이 없어 못 만드는 시대는 아니다. 게다가 이젠 여기에 너도나도 이야기를 불어넣는데 이마저 당연해졌다. 공간을 조금이나마 더 빛나게 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소위 브랜딩이 묻은 컨텐츠가 온갖 미디어에 차고 넘친다. 레토릭은 언제나 과잉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기에 영속적인 힘을 불어넣는 것은 쉽지 않다. 달리 말하면, 우리가 무언가 새로운 길을 뚫어낼 여지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좀 더 다른 방법은 없을까. 우리의 고민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디자인과 현대건축' 매거진과는 다르게 이번 매거진에서는 되도록 쉽게 써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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