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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더리 Feb 19. 2023

재택근무가 끝나서 너무 다행이다.

출근이 좋아.

2년간의 재택근무 동안 나의 소원은 이른 아침에 바쁘게 출근 준비하는 것이었다. "출근하고 싶다"를 입에 달고 다녔다. 아침 7시에 일어나 바쁘게 출근 준비를 해서 오피스에 가는 것. 새벽 4시에 일어나 얼굴에 찬물을 끼얹고 잠옷 차림 그대로 노트북을 켜는 생활이 지겨웠다. 침대에서 한 발자국도 안 되는 거리에 있는 책상 위에서 여덟 시간, 열 시간 동안 컴퓨터 화면을 봐야 하는 시간이 하루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2022년 4월, 드디어 소원이 이뤄졌다. 미국에서도 코로나로 인한 락다운이 완화되고 우리 회사도 다시 문을 열었다. 일주일에 2-3일만 출근하고 나머지는 재택근무로 진행된다는 회사 정책에 따라 2년 동안의 한국 생활을 마무리하고 다시 미국으로 갔다. 대학에서 알던 친구와 함께 룸메이트를 하기로 하고 샌프란시스코에 아파트를 구했다. 파란 하늘과 탁 트인 공간, 집 앞에 바로 보이는 바다와 bay bridge 가 너무 예뻤다. 주말 아침, 요가를 하고 땀으로 흠뻑 젖은 노곤한 몸을 이끌며 집으로 걸어오는 30분이 너무 행복했다. 화상 회의 밖에서 처음 만나는 회사 동료들, 새로운 도시에서 만나는 오랜 대학 친구들, 룸메이트를 통해 새로 만난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들이 너무 신났다. 지난 2년간의 고립된 재택근무 생활을 생각하면 어떻게 그 시간들을 버텼는지, 불과 몇 주 전의 내 모습이 아득하게 느껴졌다.


샌프란시스코로 이사 온 후, 한국에서보다 몇 배는 더 활동적인 생활을 하게 되었다. 일단 일주일에 이틀이라도 출근을 한다는 것이 생활에 많은 활기를 불어넣었다. 아침부터 바쁘게 씻고, 화장하고, 비즈니스 캐주얼의 복장을 챙겨 입고, 지하철을 타고 출근해서 회사 동료들과 같은 공간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2년간의 재택근무 동안에는 회사 생활이 마치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 같았는데, 이제야 회사에 대한 소속감이 생겼다. 출근과 재택근무가 섞인 hybrid model은 정말 최고다.


두 번째로, 더 이상 새벽 4시에 일어나고 저녁 8시에 잠에 드는 생활을 할 필요가 없어지니 친구들을 마음 놓고 만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주변 사람들과 생활 리듬이 많이 달라서 시간을 맞추기가 힘들었는데, 이제는 퇴근 후나 주말에 친구들과 함께 저녁 외식을 같이 할 수 있었다. 나름 깨끗하고 효율적인 샌프란시스코 대중교통을 활용해서 곳곳을 누비고, 걷고, 달리고 하는 주말이 즐거웠다. 새로운 동네를 걸으며 예쁜 커피숍이나 브런치 카페를 발견하고, 서부 특유의 튀는 색깔과 모양을 가진 갖가지 꽃과 식물들을 보며 감탄했다. 일찍 잠에 드는 게 버릇이 되어서 밤 아홉 시면 침대에 누워야 했지만, 아침 일찍 일어나자마자 오늘은 무얼 하며 밖을 누빌까 고민하고 마스크 없이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생활이 너무 좋았다. 한국에서 했던 2년간의 재택 생활, 어떻게 참았을까.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


하이킹이라는 새로운 취미도 생겼다. 샌프란시스코에 온 후 두 번째 주말에 회사 동료들과 함께 Mount Tamalpais에 등산을 갔는데, 서부 특유의 연두색 언덕과 레드우드 나무들로 가득한 숲, 저 너머 보이는 푸르고 광활한 바다, 간혹 보이는 이름 모를 생물체들, 서로 인사를 건네는 등산객들, 이 모든 것들이 완벽했던 하루였다. 11km를 걷는 동안 친구들과 일, 사랑, 미래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깊은 대화를 하며 서로를 알아갔다. 서로 간식과 점심을 챙겨 와서 나눠먹고, 특이한 나무나 예쁜 풍경 앞에서 사진을 찍어주고, 숨을 헐떡이며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랐다. 이 첫 하이킹 이후 거의 매주 주말마다 bay area에 있는 다양한 트레일에 하이킹을 갔다. Alltrails라는 등산 앱을 활용하는데, 샌프란시스코 주변에 차로 갈 수 있는 트레일이 정말 많아서 주말마다 다른 트레일을 가는데도 다 가보지 못할 것 같다. 미국에 있는 유명한 트레일들을 다 가보고 싶다. 토요일 아침, 등산으로 시작하는 주말이 너무 좋다.


재택근무가 끝나고 나의 삶은 훨씬 더 풍요로워졌다. 같은 공간에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소통하는 것은 개인의 삶에 참 중요한 역할을 한다. 출근으로 인해 나의 하루에 structure가 생겼고, 여가 생활도 더 풍요로워졌다. 물론 코로나 이전과 같이 매일 출근하는 생활은 다시 오지 않겠지만, 출근과 재택근무를 함께 한 후로 삶의 balance가 잘 맞춰졌다. 출근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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