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킹 천국 캘리포니아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캘리포니아는 그야말로 모험과 신비의 나라이다. 작년 4월에 샌프란시스코로 이사 온 후 거의 주말마다 새로운 트레일로 하이킹을 갔다. 매주 다른 곳을 가도 새로 갈 곳이 끊임없이 생기는 캘리포니아에는 regional park나, national park, national preserve 등 하이킹 장소가 무궁무진하다.
Alltrails라는 앱을 활용해서 트레일을 물색하고 하이킹 활동을 기록하는데, 캘리포니아에만 500개 이상의 검색 결과가 나온다. 등산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에게 Alltrails 앱을 강력 추천한다.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유럽, 남아메리카 등 전 세계의 하이킹 트레일을 검색할 수 있다. "Most popular" 순으로 검색 결과를 정렬하면 경치가 좋은 트레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유료 구독을 하면 무척 유용한 기능들을 사용할 수 있는데, 그중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trail map을 오프라인으로 다운로드할 수 있는 기능이다. 미국은 특히 산 깊이 들어갈수록 핸드폰 신호가 끊기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를 대비해서 지도를 오프라인 다운로드하는 것이 필수인데, 유료 기능을 사용해 지도를 다운로드하여 핸드폰에 저장해 둘 수 있다. 하이킹을 시작할 때는 인터넷이 없어도 GPS가 내 위치를 트래킹 해서 지도상에 빨간 점으로 보여준다. 경로를 이탈했을 경우에는 친절하게 진동 알림으로 알려준다. 하이킹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컴퓨터가 내 경로를 하이킹 트레일과 비교해서 일치했을 경우에 "Verified Completed" 체크마크를 준다. 나중에 내 프로필에 모아둔 체크마크를 보면 소소한 성취감이 든다!
나는 샌프란시스코에 살기 때문에 주로 bay area에 있는 하이킹 트레일들을 많이 간다. 지금부터 지난 11개월간 캘리포니아에서 했던 하이킹 중 가장 좋았던 곳 세 군데를 소개해볼까 한다.
1. Tomales Point Trail (Point Reyes National Seashore) - 5월 방문 추천!
샌프란시스코 위에 있는 Marin County에 위치한 Point Reyes National Seashore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트레일이다. 지난 5월, Wednesday Beer Running Club에서 우연히 알게 된 친구의 초대로 가게 되었다. 이곳은 5월이 되면 봄을 맞이해서 서부 특유의 이름 모를 야생화들과 양귀비 꽃들로 바다 앞 들판이 가득 찬다.
무엇보다 이 하이킹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Elk 사슴이다. 봄이 되면 건장한 사슴들이 무리 지어서 들판을 거니는데, 그 광경이 심장을 울릴 정도로 멋지다. 핑크와 노랑으로 가득 찬 들판을 사슴들이 무리 지어 거닐고, 그 너머로는 푸른 바다가 보인다. 순간, 이곳이 천국인가 싶다.
총거리는 15km 정도이고 휴식 없이 총 4시간 정도 걸린다. 우리는 아침 10시에 하이킹을 시작해서 Point Reyes의 땅끝까지 두 시간 정도 걸어 도착했다. 간단한 점심거리로 챙겨 온 샌드위치를 꺼내서 경치를 감상하면서 먹었다.
5월인데도 바람이 많이 불고 생각보다 꽤 쌀쌀했다. 긴팔, 긴바지, 바람막이, 모자, 선크림은 필수이다. 중간에 화장실도 없고 따로 음수대도 없기 때문에 주차장에 있는 간이 화장실을 꼭 다녀오고, 가득 찬 물병도 꼭 가져가길 추천한다.
계속 바뀌는 풍경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걷는다. 친구와 함께 작은 것 하나하나에 감탄하고, 웃고, 감사하며 걷다 보면 다리와 발의 피로감도 금방 잊게 된다. Elk 무리를 봤을 때의 경의로움은 아직도 심장을 뛰게 한다.
2. Dipsea Trail, Steep Ravine Trail, and Matt Davis Loop (Mount Tamalpais State Park)
Marin County에서 가장 유명한 트레일을 꼽으라면 바로 Mount Tam 트레일이 아닐까. 10km의 적당한 거리에 예쁘고 다양한 풍경이 꽉꽉 채워져 있다. 바다가 보이는 햇빛 가득한 언덕 지형부터 시작해서 Redwood 가득한 습하고 쌀쌀한 숲 속까지, 캘리포니아가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지형을 콤팩트하게 경험할 수 있는 코스이다.
이 트레일 또한 5월에 가면 푸른 잔디 위에 핀 야생화들을 볼 수 있다. 가을이나 겨울에 가면 잔디가 져서 갈색으로 변해서 봄이나 여름만큼 예쁘지는 않다. Stinson beach까지 내려가서 바다까지 본다면, 들판, 숲, 바다 모두 경험할 수 있는 하이킹이 된다. 유일하게 5번이나 다시 찾아간 곳인 만큼, 갈 때마다 새롭고 매력적인 트레일이다.
총거리는 10km이고 휴식 없이 총 3시간 40분 정도 걸린다. Mount Tamalpais 에는 코스가 다양해서 매번 살짝 다른 코스로 하이킹하는 재미가 있다. 분위기와 난이도가 코스에 따라 달라지는데, 무엇보다 코스마다 다른 각도에서 보는 bay area와 샌프란시스코 풍경이 매력적이다.
숲 속에서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작은 생물체들도 흥미롭다. 저번 하이킹 때는 바나나 민달팽이를 정말 많이 봤는데, 아마 비 온 후라 습한 땅 위로 올라온 것 같았다.
3. Emerald Bay via Lighthouse and Rubicon Trail (Lake Tahoe)
눈이 부셨던 Lake Tahoe. 샌프란시스코에서 동쪽으로 세 시간 정도 달리면 Lake Tahoe에 도착한다. 주로 스노보딩이나 스키 타러 호수 북쪽에 모여있는 스키장이나 리조트에 많이 가는데, 우리는 인파를 피해 South Lake Tahoe 쪽으로 하이킹을 하러 갔다. Lake Tahoe에서 하이킹을 하려면 주로 호수 남쪽에 예쁜 트레일이 많이 모여있기 때문에, 그 주변으로 숙소를 잡는 것을 추천한다.
이 트레일은 호수를 따라 평지를 걷는 코스인데, 길이가 총 26.4km로 꽤 긴 편이라 난이도가 좀 있는 편이다. 그것도 Loop 형 코스가 아니라 Out and Back 코스여서 돌아오는 길이 자칫 지루할 수가 있다. 예쁜 풍경은 시작점에서 3-4km까지에 모여있기 때문에, 굳이 13km를 다 오고 가지 않고, 첫 3-4km만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우리는 11월에 갔는데, 눈이 너무 예쁘게 쌓여있었다. 차도는 눈이 깨끗이 정리되어 있어서 운전하기에 어려움은 없었다. 여름에 가면 기온도 적당히 시원하고 풍경도 예쁘다고 한다. 그래서 사계절 내내 사람들이 짧은 휴양지로 많이 찾는 곳이다. 맑은 공기와 푸른 하늘, 웅장한 나무들, 눈부시게 투명한 호수가 너무 예뻤다.
몇 시간 동안 동반자와 함께 10-20 km의 자연 속을 걷다 보면 머리와 마음, 눈이 맑아진다. 땀 흘리며 시작하는 주말이 내 일상의 원동력이 되었다. 하이킹은 일상 속 3-4시간 짬 내서 하는 작은 여행이다. 자동차와 체력만 있다면 백만 불짜리 공간에서 공짜로 힐링할 수 있는 가성비 완벽한 취미. 더불어 나의 하체도 탄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