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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식 Mar 10. 2019

대구교육청만 나홀로 독박돌봄

한 학교에 돌봄전담사 달랑 1명, 전담사 희생과 봉사에 기댄 돌봄확대

튄다고 문제랄 건 없지만 어쨌든 대구는 튄다. 지역감정이 강한 대구는 지역 자체가 보수 꼰대의 이미지를 풍긴다. 미안하지만 과언이 아니다. 촛불에 보수가 홀라당 끄슬린 작년에도 유일하게 대구·경북만 보수교육감이 당선돼 명맥을 유지했다. 나의 외가도 대구다. 서울에 오시면 박정희 묘지에 참배를 가고 웬만한 부정에는 남이 아니라며 극우보수에 투표한다. 대구의 강은희 교육감은 대놓고 새누리당 소속임을 밝혀가며 당선됐다가 선거법 위반죄로 교육감직 상실 위기에 처해있다. 교육감들 가운데 단연 튄다. 


그가 책임진 대구의 초등 돌봄교실도 튄다. 전국의 돌봄교실은 한 교실 당 1명의 돌봄전담사를 배치해 운영하는데, 이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반면 대구만 학교 전체에 달랑 1명의 돌봄전담사만 배치한 '나 홀로 독박돌봄'을 고집한다. 여기서 과다정원 문제도 파생된다. 영유아보육법의 보육종사자 배치기준에는 취학아동 20인당 1인의 보육교사(전담사)를 두라고 돼있다. 그러나 유독 대구의 돌봄교실만 30명 이상이 다반사고 평균 40여 명에 일부는 80명까지 책임지기도 한다. 돌봄전담사들의 말처럼 "아이들은 화초가 아니다". 친구들과 어울려 쉼과 놀이를 통해 배우는 돌봄교실은 "아이들이 더욱 활동적 에너지를 발산하는 시간"이기에 정원 20명 내외는 최소한의 기준이다. 그럼에도 대구는 두 배 이상의 정원을 책임지라고 한다.  


그것도 하루 고작 4~6시간의 임금을 주며 그 시간 안에 돌봄프로그램 운영은 물론 특강관리, 안전책임 및 귀가관리, 학부모 상담, 행정업무까지 다 해내라 한다. 이런 상태로는 양질의 돌봄교육을 제공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관리도 할 수 없어서 아이들이 방치되기도 한다. 게다가 8시간 전일제가 아닌 4~6시간 단시간제 노동으로는 학교가 요구하는 업무량을 다 맞출 수가 없어서 공짜 초과노동도 해야 한다. 또한 아이들과 대면한 상태에선 돌봄활동 외에 다른 어떤 업무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법정 휴게시간조차 가질 수 없다. 4~6시간 단시간 돌봄전담사는 아이들이 돌봄교실에 머무는 4~6시간에 딱 맞춰서 값싸게 쓰려는 인건비 절약정신에 따라 생긴 근무형태다.   

대구지역 돌봄전담사들은 지쳐가고 있다. 결국 2018년 겨울, 뇌종양과 암으로 돌봄전담사 2명이 사망하는 비극도 겪었다.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력 저하, 뇌졸증, 이석증 등을 호소하기도 한다. 아이들도 고달프다. 오전에 통제된 정규수업을 마친 아이들에게는 쉼과 놀이가 필요하다. 아이들도 놀이를 통한 즐겁고 자유로운 돌봄교실을 원한다. 그러나 대구 아이들은 돌봄교실에 와서도 특강수업에 참여해야 한다. 수업에 가기 싫다고 우는 아이들이 생기고, 특강수업에 보내지 말라는 학부모들의 요청도 많다. 그럼에도 유독 대구만 돌봄교실의 특성(쉼과 놀이가 어우러진 교육)을 무시하고 특강수업 위주로 운영한다. 아이들은 정규수업 후 방과후수업, 방과후수업 후 특강수업, 하교 후 학원수업으로 이어지는 수업부담에 시달린다.


이 상태로 정부의 돌봄확대 정책과 맞물리면 대구 돌봄전담사와 아이들의 부담은 더 악화될 것이다. 때문에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대구지부 돌봄전담사들은 정상적인 돌봄교실 운영을 요구하며 3월 8일 현재 5일째 전면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미 지난 2월 15일 하루 1차 경고파업을 했고, 2월 18일~22일로 예정됐던 2차 파업을 연기하면서까지 노조는 대구교육청에 대화를 촉구했다. 강은희 교육감은 선거법 위반에 따른 직위 상실 위기에 돌봄 파업까지 겹치자 이례적으로 노조에 대화를 요구해 1전담사 2교실과 정원 50명 이상을 개선책이라고 제시했다. 그러나 노조는 여전히 전국 수준에 미달하는 현 제도를 유지하는 얼토당토 않는 제안이라며 파업을 이대로 끝낼 수 없다고 결의하고 있다. 노조는 돌봄교실 정상화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8일부터 무기한 파업으로 투쟁 강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대구 돌봄전담사들의 요구는 대단한 것이 아니다. 전국의 돌봄전담사들이 그것도 문제라고 아우성인 1교실 1전담사라도 해달라는 요구다. 아이들 돌봄교육에 충실하고, 학교가 부담스럽다는 각종 업무까지 잘 해내기 위해 8시간 전일제로 열심히 일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돌봄교실을 더 많이 더 따뜻하게 만들겠다고 생색을 내는데, 돌봄 현장에선 교육당국의 책임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 책임을 돌봄전담사들의 희생과 노력에 떠넘기는 형국이다. 그 중에서도 대구교육청은 참으로 고약하게 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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