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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식 Aug 06. 2019

여기 학교에서 일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교육당국의 교육공무직 배제와 차별을 규탄하며

여기 사람이 있습니다우리는 학교에서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가장 먼저 출근해 청결한 학교를 준비하고, 이른 아침부터 영양 가득 신선한 급식을 채비합니다. 퇴근 없이 남아 불 꺼진 학교의 안전을 지키는 불빛도 우리고,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며 아이들의 잠자리를 살피는 사람도 우리입니다. 학교 보건실에서 아픈 아이를 돌보고, 마음이 아프면 다가가 아이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상담합니다. 체육활동을 지도하고, 방과후학교나 돌봄교실에서 정서적 발달과 안정을 책임지며, 교육의 기초라는 독서교육을 위해 도서관 운영도 담당합니다. 우리는 교사들이 수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사무를 도맡고, 누구는 영어교육을 직접 담당하고, 누구는 특수교육 학생들을 위해 기꺼이 손과 발이 됩니다. 통학버스 안전도 책임지는 우리는 학교비정규직(교육공무직) 노동자입니다. 모르셨습니까. 우리는 학교의 모든 곳에 있습니다. 그러나 교육당국의의 눈에는 안 보이나 봅니다.      


대한민국 교육사회가 성대한 교육잔치를 벌입니다.

7일부터 시도교육감협의회와 교육부 등 교육당국 주최로 3일간 ‘2019대한민국 교육자치콘퍼런스’가 열립니다. 전국의 학교는 물론 지역의 모든 교육주체들이 머리를 맞대 교육의 ‘자치와 혁신’을 논의한다고 합니다. 각계의 뜻을 모아 교육자치선언문도 발표하고 교육거버넌스도 구축하는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합니다. 부디 유익한 발걸음이 되길 바랍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불편한 심경을 밝히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최 교육당국은 “전국의 다양한 교육주체인 어린이, 청소년, 학생, 학부모, 주민, 교직원(교사), 교육전문가 등이 함께 참여하여 다채로운 발표와 토론”을 한다며, 그야말로 학교 안팎의 모든 구성원과 외부 주민들까지 교육주체로 호명했지만, 교육공무직은 주민등록 자체를 말소시켰습니다. 비정규직은 학교의 모든 곳에서 일하지만, 어디에도 없는 유령 취급을 받았습니다. 교육당국에게 학교비정규직은 교직원도 아니고 교육주체도 아니며, 교육에 대해 생각할 줄도 모르는 학교의 한낱 부속품에 불과했습니다. 설마 했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고 말하는 대한민국의 교육마을은 오늘 학교비정규직을 마을 밖으로 추방시켰습니다.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을 하겠다는 교육사회의 책임감과 공동체윤리는 어디로 간 것입니까. 


     


교육당국은 교육공무직을 노무관리의 대상으로 취급할 뿐입니다. 

여기서부터 차별이 시작됩니다. 줄여야 할 비용이고, 의견 따위를 가질 존재가 못 되는 통제와 지시의 대상인 듯합니다. 이러니 교육공무직 노동조합을 상대하는 교섭이 성실할 수 없고, 노동존중도 위선적입니다. 10만 조합원을 대표해 지난 4월 1일 요구한 교섭은 석 달이 다 돼서야 한 차례 본교섭을 했을 뿐이며, 시도교육청은 총파업 후 지금까지도 사실상 교섭이 불가능한 처우개선 동결만 고집합니다. 게다가 법적 의무인 시도교육청 별 개별교섭을 아예 하지 않겠다고 나오는 탓에, 교섭은 전혀 진척이 없습니다. 열쇠는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감이 쥐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 앞에 약속한 교육부의 교섭참여는 시도교육청들의 반대로 막혀있고, 교육감들은 진보와 보수 가릴 것 없이 단 한 명도 노동조합과 직접 대화할 생각조차 없습니다. 시도교육감들의 공정임금제 약속은 누구에게 물어야 합니까. 당장 실현하자는 것도 아닌데 교섭에선 논의조차 거부하고, 교육감들은 대화조차 거부합니다.      


콘퍼런스와 함께 열리는 시도교육감 총회에 전합니다.

시도교육청 등 교육당국 전체가 교육공무직의 존재와 역할 자체를 무시할수록, 우리는 투쟁은 무시하진 못하리란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음을 밝힙니다. 때문에 우리는 2차 총파업을 다시 결의합니다. 우리는 투쟁도 대화도 포기하지 않습니다. 중단된 실무교섭이 8월 8일 재개됩니다. 진전된 교섭안을 가져오겠다는 시도교육청의 약속이 지켜지고, 진정으로 교섭이 진전되길 바랍니다. 만일 8월 교섭에서도 노동조합을 기만하는 교섭안만 강변하며 불성실 교섭으로 일관한다면, 우리는 즉각적인 총력투쟁에 돌입하고 다시 조합원 역량을 집중해 2차 총파업에 나설 것입니다. 파업권 등 노동기본권은 민주시민의 핵심 권리입니다. 학교가 가르치지 않는 시민의 권리, 노동자의 권리를 우리의 투쟁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파업은 권리라며 불편해도 괜찮다는 학생, 학부모, 교사, 그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파업이 어떻게 잘못된 현실을 바꾸고, 왜 헌법이 보장한 권리인지 반드시 보여드리겠습니다. 기필코 차별을 넘어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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