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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Mar 30. 2021

방문기2. 사는 것보다 즐거운 만드는 즐거움

파리 갤러리 타데우스 로팍(Thaddaeus Ropac)

가는 날이 장날이다. 속담이 무색하게도 가는 날이 장날이었으면 하는, 장날이 그리워지는 시기가 오고 말았다.


지난날, 그러니까 지난 목요일(18일) 프랑스 수상, 장 카스텍스(Jean Castex)는 4주간의 "재봉쇄"를 선언했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전시에 대한 방문 기록을 남기고 싶었던 마음이 작심삼일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금요일(19일)을 기점으로 자택으로부터 10km 이동을 제한하고 통금시간은 18시에서 19시까지로 연장된다. 이쯤이면 전시 방문기가 아닌, 봉쇄기간 동안 미치지 않고 삶을 연장하는 방법이라는 주제를 선택했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결국 따끈따끈한 전시 대신, 그나마 최근에 열었던 전시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파리 마레지구에 위치한 아트 갤러리 타데우스 로팍(Thaddaeus Ropac)은 지난 1월 20일부터 약 한 달 동안 미국 현대미술가인 톰 삭스(Tom Sachs)의 작품을 공개했다. (참고로, 톰 삭스 이외에도 바잔 멜가르Bjarne Melgaard, 로버트 로셴베그Robert Rauchenberg, Jean marc Bustament 등이 동시에 전시를 열었다.) 타데우스 로팍은, 런던에 하나, 파리와 파리 북쪽에 위치한 팡틴에 하나, 잘츠부르크에 둘, 합해 유럽에 5개의 공간의 전시시설을 갖춘 대형 아트 갤러리이다. 톰 삭스를 포함해, 죠셉 보이스(Joseph Beuys), 일리야 에밀리아 카바코브(Ilya & Emilia Kabakov), 로이 리히텐슈타인(Roy Lichtenstein), 얀 페이 밍(Yan Pei–Ming) 그리고 우리나라의 설치 미술가인 이 불(Lee Bul) 등 60명이 넘는 아티스트들을 대표하는 국제적인 현대미술 갤러리로 자리매김한 로팍은 민간 기업이나, 콜렉션, 박물관과 활발한 소통을 하며, 각 예술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갤러리이다.


Chanel Guillotine, https://ropac.net/exhibitions/547-tom-sachs-creativity-is-the-enemy/


사실, 로팍과 톰 삭스와의 인연은 약 20해를 거슬러 올라간다. 99년, 로팍은 명품 브랜드의 로고를 붙인 아이템인 '샤넬 기요틴'을 포함한 삭스의 몇 작을 대중에게 공개했었다. 아티스트로서의 경력을 시작하면서 그는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오브제들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는데, 이 초심은 다다이즘을 통해 활성화되었고 결국 사치품이 주는 위험을 경고하는 샤넬 기요틴을 탄생시켰다. 그만의 독특한 작업엔, 이외에도 샤넬 전기톱, 에르메스 포장지를 감싼 패스트푸드, 프라다 변기 등이 있다.


Chanel Chain Sale plateau McDo Hermès, https://www.opnminded.com/2013/12/09/tom-sachs-art.html
Hermès Value Meal, https://www.opnminded.com/2013/12/09/tom-sachs-art.html


톰 삭스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있는 게 있다면 그건 단순히 예술 작품이라는 콜렉션이 아닌, 실제 브랜드와의 콜라보이다. 12년 나이키 크래프트 마스야드 1.0 그리고, 17년 크래프트 마스야드 2.0. 그리고 올해 3.0 발매 확정까지.


예술이란, 혹은 예술작품(아트 워크)이란 더 이상 벽에 걸고, 거치대 위에 올려놓는 전시 용도의 소장품으로서의 의미를 소실한 지는 이미 오래돼었다. 이 의미를 다양한 방식으로 융합되고 분리되고 있다. 물론, 우리는 300달러에 산 그림을 라면 받침대로 쓰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까워서 한 번도 신지 못한 신발을 유리로 된 장롱에 모셔놓고 볼 때마다 뿌듯해할 순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예술을 바라보는 미학적 관점을 점점 달라지도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예술의 특성을 이용한 상업적 활동은 이미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중이다.


1919년에 창설된 프랑스 대표 자동차 제조업체 시트로엥(Citroën)을 예로 들어보자. 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브랜드가 대중에게 미친 영향은 아마 전부 파악할 수 없을 것이다. 그중 눈에 띄는 이벤트에 대해 말해볼 생각이다. 2000년 시트로엥은 전시 방향(Sens de Visite)이란 타이틀로 루브르에서 전시를 열었었다. 시트로엥은 각 92년, 93년, 그리고 31년 실현했던 사하라 횡단(Traversée du Sahara) 여행, 아프리카 횡단(Croisière Noire) 여행, 그리고 아시아 횡단(Croisière Jaune) 여행에 쓰였던 자동차와 그 기록들에 설명하는 전시를 열었다.


https://www.unifrance.org/film/38636/la-croisiere-noire#&gid=1&pid=2


또, 2011년 프랑스의 화가, 프랑스와즈 니엘리(Françoise Nielly)와의 시트로엥 쉐보레 콜라보 그리고 패션 디자이너 쟝 샤를 드 카스텔바작(Jean-Charles de Castelbajac)와 E-EMEHARI의 콜라보 아트카들이 대표적이다. 오늘날, 많은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아트카들을 조명시키며 유명 아티스트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거듭 강조한다. 예를 들면, BMW는 로이 리히텐슈타인, 엔디 워홀 등의 스타일을 유지하는 자동차 컬렉션을 찾아볼 수 있다.


https://fr.wikipedia.org/wiki/Citro%C3%ABn_Survolt#/media/Fichier:Autosalon_Brno_2011_(118)
https://www.citroen.fr/univers-citroen/evenements-actualites/citroen-celebre-les-50-ans-de-mehari-av



 다시 전시로 돌아와 보자.


Rituel, Tom Sachs


1층 전시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1층의 전시실 내부이다.

파리의 화요일 전시, 늘 사람이 북적북적하다. 나는 이날 코로나의 발자취에서 벗어나, 오랫동안 채워지지 않았던 북적거림이라는 갈증을 채운 듯해서 기뻤다.



Cat Carrier, 2020, Plywood, latex, paint, steel, hardware Sculpture : 41,9 x 33 x 53,3 cm


앞서 말했던 것처럼 올해 초, 톰 삭스는 'Rituel(관습. 의례적인, 습관적인)'이란 주제로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던 작품들을 선보였다. 오브제를 취급하는 그의 독특한 감각이, 오브제가 가지고 있던 미적 요소를 끌어내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Ice Box, 2020 Plywood, mixed media including steel hardware and security cameras 191,8 x 63,5 x 45,7


그의 조각들은 뉴욕과 같은 도시적인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50년대 라틴아메리칸 커뮤니티를 정착시키는 데 일조한 Bodega라는 이름의 식료품점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삭스는 상자나, 합판, 합성수지 등,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료들을 이용하여 작품 제작을 시작했고, 이는 그로 하여금 뉴욕의 역사와 미국의 문화 사이의 프리즘에 대한 소비자 운동을 조명하게 했다.


Justo Martí­가 찍은 5,60년대, NYC의 Bodega https://www.npr.org/


삭스는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그에게 있어, 오브제 제작이란 관계를 묶는 방법이자, 친밀함을 만드는 방법이다. 나는 뭔가를 만들 때, 오브제에 대해서 심사숙고를 하는데, 제품을 사는 기쁨은 내가 그 제품을 만듦으로써 대체된다,라고.


VX 1000, 2016 Plywood, latex paint, cardboard, epoxy resin, steel hardware 43,2 x 20,3 x 20,3 cm


나는 레고 세대이다. 90년대 후반, 레고는 내가 그 시절 가질 수 있었던 가장 값진 장난감 중 하나였다. 문득 이 전시를 보면서 레고를 떠올렸다는 게 조금 상이하긴 하지만, 내 손바닥 안에서 조물 거리던 레고 조각으로 뭔가를 만들 수 있었다면 아마 이런 게 아니었을 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누구나 창조적인 인간일 것이다. 우리의 존재 자체가 일단 특별한 과정을 통해 창조되었고 누구나 창작 의지와 동기를 가지고 살아간다.


삶에서 느끼는 즐거움은 다양하고, 비록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도전이 필요하겠지만 자문해 보라. 삭스가 말했던 것처럼. 사는 것 대신 만드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찾아보진 않겠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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