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브랜드 제 5회 마르코로호
Hey Brand는 체인지메이커들의 코워킹 커뮤니티 헤이그라운드에서 운영하는 브랜드 세션입니다. 본 리뷰는 오프라인에서 열린 브랜드 세션의 후기입니다. Hey Brand에서 의미 있는 일을 멋지게 하는 브랜드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안녕하세요, 헤이그라운드 커뮤니티 매니저 추리입니다. 지난 8월 6일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에서 헤이브랜드 제5회를 진행했어요. 할머니들의 일상을 행복하게 만드는 마르코로호를 만났습니다.
여러분의 노년은 어떨지 상상해본 적 있으신가요? 인생은 60세부터, 라는 말이 있죠. 고혹적인 백발로 런웨이를 휘젓는 1931년생 카르멘 델로레피체, 에이징을 축하하자는 노년 여성을 위한 뷰티 유투버 트리시아 쿠스덴, 131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크리에이터 박막례 할머니는 우리 사회에 많지 않습니다. 우리가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에 하루를 어떻게 보내시는지 알 수 없는 분들이 더 많이 있지요. 아닌 분도 계실테지만 60세가 넘으면 누군가 애써서 들여다봐야 할 것 같은 의존적인 존재가 되어감과 동시에 사회와 단절되는 세대로 접어드는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이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이 1위예요.
OECD 평균의 6~7배라는 소리인데, 노년 남성보다
여성이 월등히 높은 우울감을 호소합니다. 누군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지금보다 더 빠른 속도로 더 심각한 문제가 될 겁니다.
2015년 마르코로호 창업자 신봉국 대표는 초등학교 교사를 그만두고, 할머니들의 행복한 일상을 만들기 위해 할머니들이 일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듭니다. 일자리가 노년 여성의 빈곤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낮은 자존감, 우울감, 등의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죠. 신봉국 대표는 상주에 소재한 노인정을 찾아다니며 할머니들께 함께 하자 설득합니다. 특별한 기술 없이도 작업할 수 있고, 할머니라서 더 잘할 수 있는 일, 매듭 팔찌 만드는 일을 함께 하자고요. 잡상인 취급받던 청년의 제안은 상주에서 좋은 일자리로 소문이 납니다.
권대영, 브랜드 대표가 말합니다. "마르코로호는 브랜드의 존재 목적인 할머니들의 행복한 일상을 만드는 일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마르코로호는 단순히 할머니들이 생산자로 참여하는 수공예 액세서리 브랜드에 그치지 않습니다. 5년 간 브랜드를 운영하며 할머니들이 겪는 더 많은 문제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고령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불안전한 생활환경에 노출된 노년 여성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고요. 세대 간 갈등이 노인 혐오와 편견의 농도를 짙게 합니다. 마르코로호는 소셜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서 할머니들의 사회참여를 통한 자존감 회복을 돕고 안전한 생활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소일거리가 생긴 거예요.
소일거리라는 게 하나의 직업이잖아요.
일거리가 생기니 생활리듬이 달라져서 아주 바쁘게 활동하고 있어요.
달달둥근달 매듭지은이 할머니는 평생을 가정주부로 사셨는데, 이제는 온라인 강의 플랫폼 클래스 101에서 매듭을 가르쳐주는 선생님이자 달달콜랙숀의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달달콜랙숀은 해피빈 펀딩에서 목표 금액의 293%를 달성하였고, 아이들이 밝게 컸으면 하는 할머니의 바람을 담아 수익금 전액을 결식아동들의 식사 지원에 기부합니다. 할머니는 무려 5년 차 직장인이십니다.
일해보지 않겠냐고, 일하기 위해 배워보지 않겠냐고 묻습니다. 할 수 있다고 용기를 북돋워줍니다.
너무 재밌어, 일하는 것도, 사람 만나는 것도.
우리는 건강을 걱정하는 마음에, 또는 한 평생 고생하신 세월에 대한 배려로 할머니에게 일을 권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일하고 싶지 않으시냐 묻지도 않습니다. 할머니에게는 어떤 걸 하고 싶으시냐 묻지 않는 날들이 쌓여가고, 할 수 있는 일마저 줄어드는 듯합니다. 할머니들 중 어떤 분은 평생 직장을 가져본 적이 없고, 어떤 분은 글을 읽으실 줄 모릅니다. 감정적으로 연약하고 고집이 센 분도 있지요. 이런 상황에서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을 시도하기란 정말 어려워 보여요. 그럼에도 할머니들은 매듭짓는 일에 도전합니다. 처음엔 배워도 배워도 잘 모르겠고 매듭은 엉망입니다. 손이 아파 고생하세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습니다. 매일 아침 갈 곳이 생겼고, 그곳에선 동료들을 만나 함께 일하고 수다 떨 수 있거든요. 배우고 성장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보탬이 되는 일이 기분이 좋거든요.
마르코로호는 할머니들의 의존적인 모습 대신 여전히 배움과 성장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매듭지은이"를 보여줍니다. 매듭지은이의 이야기를 접한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노인에 대한 편견 대신 도전 정신에 대한 존경과 응원이 자리하게 됩니다.
마르코로호는 작고 반짝이는 액세서리 시장에서 고객에게 패션 소품 이상의 경험을 제공합니다. 액세서리를 구매하는 과정부터가 달라요. 팔찌 색깔과 사이즈를 고르면 기부 영역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독거노인생활, 장애아동기구, 결식학생식사, 아프리카아동, 유기동물보호 중 구매자가 원하는 곳에 지원금을 기부할 수 있어요. 구매자에게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2019년 기준 누적 기부금액이 74,883,080원입니다. 제품을 수령하면 한 번 더 놀랍니다. 액세서리를 만든 매듭지은이 할머니 카드가 동봉되어 오거든요. 카드에는 매듭지은이 할머니가 그리신 자화상, 메시지가 적혀있습니다. 할머니 말씀에 한 번 울컥, 단단한 매듭 반지를 만지고 또 울컥. (전화드릴 할머니가 없어서 오열..) 반지를 끼다 보면 자연히 바래는 색은 그대로의 멋이 있고, 끊어지지 않는 매듭에서는 할머니의 야무진 솜씨가 느껴져 종종 감탄합니다.
고객은 단순히 매듭 반지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에요. 실패해도 괜찮다는 용기, 성장이 만드는 자신감, 경험에서 나오는 단단함, 순정한 마음을 삽니다. 잊고 지냈던 중요한 무언가를 떠올리게 해주는 경험을 삽니다. 언젠가는 내가 될 보편적인 노년 여성의 일상에, 도움이 필요한 곳에 보탬이 되는 경험을 삽니다. 결국 마르코로호의 도전이 수혜자인 할머니의 도전이 되고, 그 이야기가 개인의 마음에 도전하는 가치를 삽니다. 수공예 제품에는 한계가 있다고 해요. 마르코로호의 브랜드 가치는 무한해 보입니다.
마르코로호(Marcoroho)는 '도전정신'이라는 뜻입니다. 마르코로호의 모기업인 알브이핀(RVFIN)은 Real Value Finder라는 뜻이고요. 마르코로호의 비전은 할머니들의 일상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에요. 이 도전은 브랜드가 브랜드로서 추구할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브랜드 가치를 발견하는 일의 즐거움을 목격하게 합니다.
어쩌면 브랜드는 제품을 팔기 위해 존재한다기보다 온 마음을 다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가치롭게 발견하는 장면을 지속해서 만들어가기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아요. 그 일이 브랜드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에게 즐거움으로 가닿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요.
마르코로호와 함께하는 매듭지은이 할머니들을 보며 노년이 되어서도 여전히 멋지게 성장할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다는 희망, 기대가 생깁니다. 저도 매듭지은이 할머니들처럼 멋지고 귀엽게 나이 들어가고 싶어요. 나이가 들어도 제가 애정하는 정체성은 잃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일하는 나, 애정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나, 먹을 때 행복한 나, 등등이요. 할머니들의 일상을 행복하게 만드는 브랜드, 마르코로호와 함께 해요. :)
링크1. 할머니들이 만든 제품, 브랜드가 되다.
링크2. 잘 만든 브랜드, 사회 문제를 해결합니다.
마르코로호 홈페이지 가기. 제가 해봐서 아는데 마르코로호는 레이어드 맛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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