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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그라운드 Nov 25. 2022

일이 재밌는 조직, 스페이스오디티 김홍기 대표

헤이리더스 라운지 뉴스레터 인터뷰


"좋아하는 일을 선택한 사람들이 후회 없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Q. 회사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무엇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스페이스오디티는 K-pop 팬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음악 전문 스타트업입니다.


K-pop 팬덤 자체가 하나의 팬더스트리(fandustry)라는 시장으로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팬들은 공급자적 시장에서 한 번도 대접받아본 경우가 없어요. 스페이스오디티는 팬들을 중심으로, 그들이 편리하고 행복하게 덕질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팬들을 위한 앱 서비스 <블립>과 K-pop 전체 데이터를 조망하는 <케이팝 레이더> 두 가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 스페이스오디티 소개


Q. 조직을 운영하며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사업을 시작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건 조직 문화를 만들고 지키는 것이었어요. 저는 회사를 만들면 재미있는 일을 해서 돈을 벌고 좋은 사람을 채용하면 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경험해보니 회사가 돌아갈 수 있도록 비전, 미션, 핵심 가치를 만드는 일이 가장 중요하더라고요.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직원들이 먼저 했어요. 직원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먼저 제안해 주니 너무 고마웠죠. 


초반에는 “스페이스오디티 뭐 하는 회사에요?” 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이제는 “우리는 케이팝 팬들을 위한 브랜드이자 서비스를 만듭니다.” 라고 명확하게 정리해서 말할 수 있게 되었고요. 내부적으로 정리한 비전, 미션, 핵심 가치를 실제 업무에 적용하면서 변화도 생겼어요. 예전에는 회의할 때 서로 다른 말을 하는 것 같을 때도 있었다면 이제는 대화가 더욱 명료해지고 서로에게 공감할 수 있게 되었어요. 회사의 다음 방향성을 잡는 데도 도움을 많이 받았고요.


▲ 스페이스오디티의 비전과 미션.



Q. 회사의 핵심 가치를 1.0에서 2.0으로 업데이트 하는 중이라고 들었어요. 조금만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아직 만들어가는 중이라 조심스럽게 공유해보자면, 주요 키워드는 오픈(open)과 플렉서블(flexible) 이에요.


헤이리더스의 <Leader’s HR> 세션을 들으면서 인상 깊었던 내용이 있어요. ‘다양성을 받아들인 종족만 살아남았다'는 찰스 다윈의 연구 사례를 들려주셨는데, 이 이야기가 기억에 남더라고요. 구성원들 각자가 성향도 다르고, 맡은 업무도 다르지만 이를 받아들이고 유연하게 일하는 게 중요하겠다고 생각했죠.


성장을 위해서는 내가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유연함이 꼭 필요한 것 같아요. 다른 사람에게 피드백을 받다 보면 현타가 오기도 하잖아요. (웃음) 그런데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면 그 사람은 계속 그 자리에만 머무르게 될 거에요. 


최근에 입사하신 분이 “회사에 덕질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직원들에게 덕질을 제대로 알려주자는 제안을 하셨죠. 그 결과 ‘덕잘알 TF’가 탄생했어요. 


제가 그 이야기를 듣고 불편한 나머지 ‘저희도 나름 생각해서 일하고 있고, 다 히스토리가 있다'며 반대할 수도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저희는 진짜 팬들의 마음을 이해해야 하는 사람들이잖아요. 지금까지의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오픈(open)과 플렉서블(flexible)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스페이스오디티의 핵심 가치를 실천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시나요?


스페이스오디티의 핵심 가치는 채용부터 조직문화까지 여러 곳에 녹아 있는데요. 가장 대표적인 예로 스페이스오디티는 채용할 때 평범한 이력서와 함께 ‘덕질 이력서'를 받고 있어요. 지원자가 K-pop 덕질에 얼마나 진심인지를 보여줄 수 있는 서류입니다. 


스페이스오디티는 팬을 중심으로 모든 것을 고민하고 실행하기 때문에 더더욱 덕질에 진심인 사람들을 채용하고 있어요. 팬덤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야 서비스 기획을 하든 마케팅을 하든 할 수 있죠. 


이 외에도 K-pop 이해도를 꾸준히 높이기 위해 구성원들이 직접 기획/제안하여 운영하는 다양한 사내 TF나 스터디, 그리고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제도들을 만들어 실행하고 있습니다.



Q. 스페이스오디티의 조직문화 사례들을 소개해주세요.


1. 덕잘알 TF

K-pop 덕질을 잘 모르는 요원에게 덕질을 알려주기 위해 ‘덕잘알 TF’를 만들었습니다. 덕잘알 TF에서는 2주에 한 번씩 덕잘알 퀴즈를 내고 있어요. 덕질을 잘 모르는 요원들도 덕질을 조금 더 쉽고 재미있게 알 수 있도록 돕습니다.

▲ 덕잘알 TF가 만든 '덕잘알 퀴즈' 예시.


2. 덕질 지원금과 덕질 이력서

덕질에 사용하는 비용을 50% 정도 1년에 최대 60만 원까지 지원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덕질을 해봐야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까요. 또 입사할 때 일반적인 이력서 외에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위해서 어떤 것을 했는지 이야기하는 ‘덕질 이력서’도 함께 받습니다. 


3. 오디티 인스피레이션

구성원들의 성장을 위해, 스타트업 대표님부터 저명한 디자이너, CPO 등 각 포지션에 도움이 될만한 외부 연사를 모셔 실무부터 큰 주제까지 다루는 강연을 진행합니다.  


4. 오픈 마이크

구성원들이 대표인 저에게 물어보고 싶거나 하고 싶은 말을 솔직하게 할 수 있는 제도예요. 최대한 성실하게 답하려고 노력합니다.


5. 금요일 땡큐 쓰레드

한주의 업무가 끝나가는 금요일 오후에, 한 주 동안 ‘내가 감사했던 사람들’을 슬랙에 태그해서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서로 나누는 정기적인 루틴이 있어요. 다들 즐겁게 정성을 담아 감사 인사를 하고 있어요. 감사의 말을 쓴 모두에게 커피 쿠폰을 드리고, 그중 1명을 랜덤으로 뽑아서 치킨, 피자 쿠폰 등의 깜짝 선물을 추가로 드리고 있습니다. 



▲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스페이스오디티 슬랙의 땡큐 쓰레드.


Q.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조직 운영 원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조직 운영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공유 기반의 신뢰’에요.


먼저, 스페이스오디티가 쓰고 있는 슬랙과 노션에서 어떤 정보든 마음만 먹으면 찾아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슬랙 내에서는 DM 사용을 최대한 지양하는 등의 노력도 하고 있어요. 이러한 규칙들을 ‘매너 오브 오디티'라는 이름 하에 정해 놓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많은 양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고 있지만, 너무 디테일한 룰을 만드는 것은 지양하고 있습니다. 그 아래에는 신뢰가 있기 때문이죠. 



Q. 스페이스오디티를 어떤 조직으로 만들어가고 싶나요?


최대한 회사가 재미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20년 동안 음악 일을 하는 게 굉장히 즐거웠어요. 그래서 저뿐만 아니라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재미를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재밌게 일하는 사람들은 뭔가 다릅니다. 덕질 이력서를 예로 들면, 진심으로 즐기면서 쓴 사람들은 서류만 봐도 티가 나요. 떨어지더라도 감사하다는 연락이 옵니다. 덕질 활동을 스스로 정리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정리하는 동안 너무 행복했다면서요. 


재미에서 오는 에너지는 단순히 열심히 하는 것보다 더 큰 에너지가 나와요.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있다면 엄청난 뜻과 에너지가 나올 테고요. 저는 좋아하는 일을 선택한 사람들이 후회 없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더 즐겁게 일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근무 제도에도 적용했어요. 9시에서 11시 사이에 자유롭게 출근하는 유연 근무제를 도입했고, 집에 일찍 가고 싶은 날 한 달에 한 번 일찍 퇴근할 수 있는 ‘땡땡이 찬스'를 만들었어요. 대신 지난달 지각을 3회 이상 하면 땡땡이 찬스는 못 씁니다. (웃음) 이처럼 즐겁게 일할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Q. 자신이 생각하는 리더십 성장이란?


사업하면서 힘든 점이 많았지만, 리더로서의 성장, 인간으로서의 성장이 가장 어려웠어요. 


와이프는 제가 힘들어할 때마다 “사람이 바뀌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당신은 바뀌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라고 말해줘요. 전에는 자신을 객관화하고 내 생각을 내려놓는 것이 어려웠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스스로 바뀔 준비도,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준비도 되어있어요.


리더는 누군가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같이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사람이잖아요. 그러기 위해선 내가 다 맞다는 생각을 버리고 빈자리를 같이 채워나가야 하는 것 같아요. 그 방법을 공부하고 실천하는 과정이 리더로서의 성장이라고 생각해요.




To. 임팩트 지향 조직 리더


처음 인류가 달 탐사를 떠날 때는 우주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잖아요. 죽을 수도 있는데 우주비행사들은 자발적으로 모험을 떠났죠. 이런 우주비행사의 이야기를 다루는 데이빗 보위의 ‘스페이스오디티'라는 노래가 있어요. 스페이스오디티는 ‘우주 괴짜’라는 뜻이라고 해요.


저는 이런 스페이스오디티들이 모험을 했기 때문에 세상이 바뀌었다고 생각하면서 회사 이름을 정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우리들 모두가 용감한 괴짜, 스페이스오디티라고 생각해요. 


같은 시기에 스타트업을 하고 있는 대표님들을 생각하면 ‘왜 하필 우리가 대표를 할 때 이렇게 상황이 안 좋을까’싶죠. 그냥 해도 어려운데 100년 만의 팬데믹부터 투자 혹한기까지 악조건이 많은 상황이잖아요. 쉽지 않은 모험인데도 해나가고 있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이 과정을 우리 모두 후회하지 않길 바랍니다.



From. 스페이스오디티 김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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