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고양이

by 이삼일 프로젝트
b01.jpg cuzco, peru ⓒ 박상환

고양이는, 호랑이가 꾸는 꿈.




비양마르, 몽골 ⓒ 박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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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에서 고양이는 그리 사랑받는 동물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약 1년을 몽골에서 머물며 고양이를 좋아한다는 몽골사람을 단 한 명도 만난적이 없었을 뿐더러, 대부분이 노골적으로 고양이에 대한 적대감을 표현할 정도였습니다. (고양이를 가리키는 몽골어가 '모-르'인데 나쁘다를 가리키는 '모'와 발음이 비슷한 것이 연관이 있을 거라 짐작만 할 따름입니다.)

그런 고양이들이 예쁨을 받는 정도는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필요로 할 때가 있는데 바로 한겨울에 게르 안에서 지내며 온기와 먹이를 찾아 게르로 들어오는 쥐들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쓰일 때입니다. 녀석들은 겨우내 따뜻한 게르에 머물며 종종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며 편히 지낼 수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땅이 녹고 봄이 찾아올 무렵에는 다시 밖으로 쫓겨나는 것이 대부분 고양이들의 운명입니다.

여전히 칼바람이 불지만 공기에 제법 봄의 숨결이 느껴지던 어느 날, 들판을 거니는 길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동행(?)하던 동네 개 한 마리도 고양이를 발견하곤 쏜살같이 달려가 해코지를 하려고 했습니다. 깜짝 놀란 길고양이가 폴짝, 뛰어서는 나무 울타리로 올라가면서 화를 면했는데 이번에는 반대편에서 몽골사람 한 분이 나무가지로 녀석을 때리며 녀석을 떨어트리려고 했습니다. 고양이는 사면초가가 되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로 꽤나 힘들어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개를 멀찌감치 쫓아내고 장난을 치는 몽골사람을 말리고 나서야 고양이는 안정을 찾는 모습이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도 경계를 풀지않는 녀석을 안심시키기 위해 얼른 자리를 옮겨야 했어요. 몇 번을 뒤돌아 보며 녀석이 부디 안심하고 보금자리로 돌아가기를 빌고 또 빌었습니다.





비양마르, 몽골 ⓒ 박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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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주 위 고양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다시, 몽골입니다. 들판 위의 게르에서 살아가는 몽골사람들에게 전기를 사용하는 일이 매우 어렵습니다만 (태양광 전지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에는 전기를 끌어와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런 기상악화나 장비의 노후로 작은 마을은 전기가 끊기기 일쑤입니다. 한국에서 너무나 당연한 듯이 전기를 써 왔던지라 한숨이 나올만도 한데, 광활한 들판 위에 세워진 나무 전신주들의 앙상한 행렬을 보고 있으면 "끊어져도 어때. 이렇게 전기를 쓸 수 있는게 어디야..." 라는 생각이 절로 들곤 합니다.

서두가 길었네요. 들판을 가득 뒤덮었던 눈이 녹아들기 시작하던 겨울의 끝자락, 들판을 걷다가 높다란 전신주 위에 뭔가 희한한 것이 달려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새둥지인가...?' 싶어서 가까이 봤더니 길고양이였습니다.


들판 위, 전신주 꼭대기에, 고양이 한 마리라니. 이게 뭔가, 싶었습니다. 어떻게 저 높다란 전신주에 올라갈 수 있었을까요? 왜 저 높이까지 올라가야 했던 것일까요? 녀석도 광활한 들판을 보고 싶었던 것일까요? 어떤 천적으로부터 몸을 피하기 위함이었을까요? 부디 다치지 않고 무사히 내려왔기를.




b10.jpg 쿠스코, 페루 ⓒ 박상환

한낮의 햇살에게서 벌써 여름의 뜨거움이 느껴져요.

그늘에 모여 있는 고양이 가족처럼

그늘 아래에서 시원한 음료 한 잔 하는 여유를 가져보시길!



카페 그린빈 2호점 앞 주차장 ⓒ 박상환

성균관 대학교 정문으로 올라가는 길에 자리잡은 카페 그린빈 2호점 앞 주차장에 수라라는 길고양이가 터를 잡고 살고 있습니다. 벌써 몇 번의 출산을 한 성묘이지요. 카페 그린빈 2호점의 매니저는 고양이들을 아끼는, 이른바 캣맘입니다. 늘 수라를 위해 사료를 챙겨주는 맘씨 좋은, 게다가 정말 맛난 커피를 만드는 분이지요.


몇 해 전 늦가을에 수라가 새끼를 낳았습니다. 그린빈 매니저는 새끼들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치즈, 레오, 백작, 배트, 등등) 유난히 추웠던 겨울을 잘 이겨내라고 녀석들을 위해 따뜻한 거처도 마련해 주었습니다.


맛난 커피를 먹으러 갈 때마다 카메라로 아이들을 담았습니다. 낯선 사람이 가면 도망가거나 집 안에 숨어있던 녀석들도 매니저가 밥을 주러 가면 쪼르르 달려나와 필사적이면서도 사랑스런 먹이쟁탈전을 선보이곤 했습니다. 아이들은 그렇게 잘 자라는 듯했습니다.


아쉽게도 수라의 새끼들은 1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고 합니다. 한동안 그린빈엘 가지 못했다가 간만의 방문 때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습니다. 지나간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녀석들의 사랑스런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다가도 무럭무럭 커가는 모습을 이젠 보지 못한다는 생각에 코끝이 시큰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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