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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뉴월 Dec 02. 2023

미국생활

미국 생활 3년차, 내가 경험한 미국의 특징들을 적어봤다.

미국으로 유학 와서 생활을 한지 벌써 2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유학길에 올랐기에 예기치 못한 어려움과 뜻밖의 재미있는 경험들을 하면서 지냈다. 오늘은 지난 2년 반의 미국 생활의 장단점을 적어보려고 한다. 하지만, 아래의 장단점은 지극히 나의 개인적인 기준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완전히 반대로 생각하는 분도 계실 것이라 생각한다. 


미국생활의 어려움

난 정말 스몰토크를 못하는 사람이다. 심지어 유머감각도 꽝이다. 사실, 한국말로 대화를 할 때에도 하고 싶은 말을 입 안에서 굴리다 얘기를 꺼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나의 특징은 평소에 말을 할 때, 내 말이 상대에게 어떻게 들릴까? 라는 생각으로 말을 많이 고르는 습관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모국어도 아닌 외국어로 말을 하려니 입 밖으로 말이 더 안 나왔다. 유학하는 사람들이 흔히 영어를 할 때와 한국말을 할 때 자아를 바꿔 끼운다고 말할 정도로 영어는 활발한 인간들의 언어이다. 이런 영어의 속성을 과소평가한 나는 학교생활에 적응하기가 어려웠다. 말도, 말하는 방식도, 하는 공부도 낯설어, 나는 완전히 소극적인 인간으로 석사생활을 보냈다. 이런 점이야 나같이 내성적인 인간에게나 불편한 일일 것이다. 


두번째 미국생활의 불편한 점은 집을 구하기 위해서 너무나 많은 서류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 년 정도 살기 위한 아파트 찾기 위해서 정말 많은 서류들이 필요하다. 물론, 내가 한국에서 쭉 부모님과 함께 살아왔기 때문에 독립할 때 이런저런 챙겨야할 게 많은지 몰라서 일 수도 있다. 우선, 미국 아파트는 학교에 서류를 신청하듯, 나의 인적 사항 (신분, 직업, 반려동물의 유무 등), 나의 재정적 상태를 알려주는 서류들과 함께 지원서를 제출해야 한다. 아파트들 마다 심사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심사에 떨어질 수도 있다. 두번째로 내 집에 수도, 전기, 인터넷을 연결해야 한다. 이 점은 한국과 비슷한 부분이지만, social security number가 없었던 우리 집은 water & power 오피스에 직접 가서 전기를 뚫었어야 했다. 마지막으로 충격적이었던 것은 대망의 집 보험이다. 미국은 집 보험도 사는 사람이 따로 알아보고 아파트가 요구하는 것들을 충족하는 보험 프로그램에 가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모든 번거러운 것들을 이사할 때마다 하다 보니, 이젠 정말 빠른 속도로 해낸다 (이렇게 불만을 토로했지만, 우리집 집관련 일들은 나와 같이 사는 짝꿍이 도맡아 한다 ㅎㅎ).


세번째는 망가진 나의 패션 센스다. 미국에서는 정말 꾸미고 다니는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다. 물론, 그들도 나름 꾸미고 집에서 나온 것이리라... 하지만, 한국에 방문한 적이 있는 미국친구의 말을 빌리자면, 한국 사람들은 다들 연예인들처럼 이쁘게 꾸미고 다녀서 놀랐다고 한다. 이런 한국에서 나는 일주일에 똑같은 옷을 입지 않도록 신경을 쓰며 꾸미고 다니던 사람이었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땐 한국에서 하고 다녔던 것처럼 하고 학교에 갔다. 그런데 웬걸 화장을 하고 온 학생이 나 하나 였다. 모두 편안한 복장에 맨 얼굴 그리고 백팩을 메고 학교에 왔고, 이쁜 옷을 입고 화장을 하고 향수까지 뿌린 나는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아무도 나에게 뭐라고 하지 않았지만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다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었다. 이후로 나는 그들과 비슷하게 입고, 선크림만 바르고 학교에 다녔다. 이렇게 꾸미지 않는 생활을 일년하고 한국에 잠깐 들어갔을 때, 우리 엄마는 내 옷차림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처음에 나는 왜 뭐가 잘못 됐나? 했지만, 주변 사람들을 보고 내가 입은 옷이 요즘 한국 트랜드를 따라가지 못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국에 아예 들어와 사는 때에는 나의 패션센스가 다시 살아나길 바라며... 


미국생활의 흥미로운 점

미국은 개인주의의 차가움과 대외적인 친절함으로 인한 따뜻함이 공존하는 특이한 나라이다. 개인주의, 즉 개인의 독자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개념으로, 개인 스스로에게 맡기는 선택의 폭이 굉장히 크다. 미국애들은 각자 자신의 관심 분야에 따라서 개인이 정한 일을 열심히 한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방향성과 관심분야에 대해서 서로가 존중하고,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누가 누구보다 잘하고 있다는 식의 비교도 성립되지 않는다. 자율성이 높은 것은 좋지만, 가끔 나 혼자서 결정할게 너무 많다는 생각을 한다. 어디 의지할 데 없이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결정하고 내 결정에 책임을 져야 하니 가끔 절벽 위에 강풍을 견디며 서 있는 기분이 든다. 이런 와중 흥미롭게도 지나가는 낯선 사람에게 따뜻함을 느낀다. 오늘도 사실 앞으로 학기가 끝날 때 까지 할 일이 많아서 기분이 썩 좋지 않았는데, 편의점에서 물을 사오고 나오는 길에 들어오려는 사람이 문을 잡고 내가 나올 때 까지 웃는 얼굴로 기다려줘서 기분이 순간 너무 좋아졌다. 미국 사람들은 지나가는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면 참 잘 웃는다 (총을 소지한 나라라서 혹시 몰라 열심히 웃는다는 말이 있다). 우울할때, 얼굴을 들고 거리를 걸어 다니다 보면 지나가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의 반가운 미소에 마음이 금방 따뜻해질 수 있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10시간을 타야 도착할 수 있는 미국에서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부모님과의 물리적 거리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상당히 보수적이고 통제적인 부모님 밑에서 자라다 보니, 내가 어떤 결정을 할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우리 부모님이 어떻게 생각할지가 나의 가치판단의 일순위였다. 하지만, 미국으로 오고나서 부터는 부모님을 배제하고 (완벽한 배제라고는 말할 수 없다) 결정 할 수 있게 되어 일종의 해방감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비로소 내가 닮고 싶지 않은 내가 가진 부모님들의 속성들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할 수 있게 되었다. 아무래도 부모님과 함께 있으면, 유전적으로도 닮은 나의 속성들이 잘 발현이 되는데 미국에서는 유전적인 것까지 내가 어찌하지는 못 하더라도 적어도 나오지 않게 잠재울 수는 있다. 부모님과의 정서적인 거리를 확보하고 나서야 나라는 사람을 더 잘 알게 되고, 아이러니하게 부모님에 대한 나의 생각도 많이 바뀌게 되는 것 같다. 


타지에서 생활하면서 느끼는 점들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봤다. 앞으로 타지에서의 체류기간이 길어질 수록 이런 생각들이 바뀔 수도 있고 많은 생각들이 더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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