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뉴월 Dec 02. 2023

지난인연

끝난 인관관계에 대해서...

몇일 전 오랜만에 나간 독서모임에서 "사랑을 시작할때 평정심을 유지하기 힘든 상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었다. 상대방의 마음을 얻고 싶어 혹은 상대방이 신경을 쓰는 사람이 오로지 나이고 싶어 조마조마해 하고 애가타는 그 순간, 평정심은 유지하기가 힘들어 진다. 감정에 휩쓸려 이리저리 표류하는 나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한두번 느끼는 감정도 아닌데 왜 또 그러나 싶다. 아마 상대가 바뀌어서 그런 것이겠지. 상대가 어떻게 반응할 지 모르는 불확실함 속에서 매일을 아니 매초를 살아가는 건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경애의 마음 p110 : 그 뒤로 경애는 산주와 자주 만났다. 살아 있지만 더이상 가까이 있을 수 없기에 죽은 사람처럼 여겨졌던 누군가가 다시 일상으로 들어온다는 건 기적처럼 느껴졌다. 그러다가도 다시 산주에 대한 마음을 키워가는 자신이 두려워지면서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런 마음에도 괴물같은데가 있어서 시간이 흐를수록 애정의 허기를 채우려는 욕심을 버리지는 못했다. 경애는 산주의 일상에 점점 더 깊이 들어가면서 오늘은 산주가 점심에 무엇을 먹었고 누구를 만났으며 어떤 물건을 사고 몇시에 잠들었는지에 관해 아는 것이 당연한 상태를 맞았다.   


이랬던 설렘,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 위해 조심조심하게 행동했던 일분일초를 잊고 우리는 어느새 서로가 익숙해져 상대방의 소중함을 잊곤 한다. 애뜻했던 커플이 서로를 비방하며 헤어지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 한때 너무 사랑했던 사람을 저렇게 헐뜯고 있는 상태가 그들이 맞고 싶었던 결말은 아닐 지라도, 스스로를 그 상태로 몰아넣는 사람들을 보면 사랑이란 감정(연인, 배우자라는 관계를 넘어 사람사이의 깊은 관계에서의 사랑)에 대해 회의적이게 된다. 


서로를 헐뜯는 이별만이, 상대방에게 큰 실망을 주는 이별만이 상대를 확실히 잊을 수 있는 이별이라고 흔히 사람들은 말한다. 내 감정, 생각, 일상 모든것을 공유하던 사람을 단숨에 끊어내기엔 쉽지 않다. 사랑의 감정은 없어져 다른 사람한테 설레고 있지만 친구로서 상대방이 내 곁에 남았으면 하는 순간있다. 현실에서는 존재하기 힘든 관계이다. 나에게 흔적같이 남은 이미 끝난 인관관계들은 언젠가는 하나도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잊혀질 수 있을까? 그대가 내게 아무렇지 않을 날이 올까? 



작가의 이전글 미국생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