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유리잔 다시 붙일 수 있을까?
우리는 흔히 헤어졌다 다시 만나려는 연인을 두고 깨진 유리잔은 다시 붙기 어렵다며 재회를 만류한다. 나는 이 말이 비단 연인관계에 국한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친구 관계 혹은 가족관계에서도 큰 상처는 관계를 돌이킬 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상처를 받지 않는 인간관계는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우리는 상처를 치유하고 관계 회복을 잘 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다음은 내가 관계를 회복할 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들이다.
관계 회복을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용기'이다. 나와 상대가 상처를 받는 상황이 생겼다면, 그 사건에서 감정을 최대한 뺀 객관적인 상태로, 상대와 사건에 대해 대화할 용기가 필요하다. 어떤 다툼이었는지에 따라서 상처를 마주하는데 까지 걸리는 시간은 다를 것이다. 상처 받은 일을 다시 열어보고, 이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은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덮어두고 넘어가기를 선택한다. 하지만, 나의 경우 이렇게 덮어둔 상처는 시간이 지날수록 곪아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불쑥 튀어나와 나의 마음을 아프게하거나, 관계를 더 악화시키는 쪽으로 발현된다.
물론, 나만 용기를 낸다고 상황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용기를 낼 '타이밍'을 잘 잡는 것도 중요하다. 내가 준비가 되었다고 해서 아직 괜찮아지지 않은 혹은 그 상황을 다시 떠올리고 싶어 하지 않는 상대에게 용기를 낸다면 이건 폭력이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섣불리 상처로 남은 상황을 다시 언급하는 것은 상대에게 두 번 상처를 주는 행동일 수 있다. 나는 이런 경우, 상대를 기다려주거나 글로 나의 마음을 적어 보면서 내 마음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렇게 하다 보면, 다툼 상황 속에서 감정에 휘말려 내가 저질러 버린 비논리적인 말과 생각들을 관찰하게 되며, 나의 잘못을 확인하는 것은 때로 나의 상처를 회복 시켜주기도 한다.
하지만 위와 같은 방법들은 모두 상대를 '사랑'한다는 대전제를 기반으로 한다. 내가 상대를 충분히 사랑할 때 자기방어적인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 상대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내 마음의 문을 활짝 열었을 때, 상대의 비판 (상대방이 나에게 서운하다고 느꼈던 점)을 들으며 진실로 공감하고 나의 잘못을 되돌아볼 수 있으며, 행동의 변화까지 끌어낼 수 있다. 이런 소통은 나뿐만 아니라 상대의 변화도 기대해 볼 수 있게 해준다.
이런 점들을 알고 있음에도, 나에게는 붙이지 못한 깨진 관계들이 많이 남아있다. 어떤 경우는 내가 아직 용기가 없어서 화해의 시도조차 못 했으며, 또 다른 경우는 상대의 마음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사랑의 마음이 부족해 상처를 열어보지 못했다. 오랜시간 방치된 관계들은 다시 붙기엔 너무 헤져버렸지만, 나에게는 내 마음속에 남아 있어 상처들을 지워야 하는 과제가 아직 남아있다. 잘 치료된 흉터들은 새로 시작하는 관계들을 더 성숙하게 쌓아갈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시간이 더 지나고 나면, 그 시절 그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용기와 사랑이 나에게 생기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