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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뉴월 Jan 24. 2024

독립생활-01

나를 찾기 위한 여정

'미국 생활'이라는 글에서 말한 미국 생활의 장점 중 하나인 부모님으로부터의 독립에 대해서 말해보려 한다. 많은 20대들이 자신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듯이, 나 또한 20대의 대부분의 시간을 나를 알아가기 위해 방황하며 보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뭔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나에게 맞는 인간관계는 어느 정도의 연결망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이것들에 대한 답은 물론이고, 이런 질문들을 가져보지도 못한 채 나는 20대가 되었다. 사춘기에 할 법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조차 떠올리지 못한 채 나는 대학생이 되어버린 것이다. 대학의 문턱을 밟으며 뒤늦게 쏟아진 나에 대한 질문들에 나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시간을 잘 못 찾아온 사춘기는 나의 20대에 정말 많은 실수와 흑역사들을 남기고 갔다. 


나는 여러 사람, 매체들, 상황들에 비판 없이 나를 노출하며 체험적으로 답을 찾아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부모님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나의 '나 알아가기 프로젝트'는 늘 제약이 있었고, 이 충돌에서부터 내 프로젝트의 진전은 더뎠고 이 충돌을 현명하게 헤쳐 나갈 방법을 몰라 시간을 허비했다. 


부모님과 떨어져 나와 정말로 친해지기 시작한 지 3년이 가까워지고 있다. 내가 아는 나라는 사람에 부모님의 가치판단이 개입되지 않아 정말 편안한 시간이었다. 나는 사실 친한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5명조차 안 된다. 심지어, 이들과도 잦은 연락을 하지 않으며, 몇 년에 한 번씩 보아도 마음이 따뜻하게 부풀어 오르는 느낌을 받는다. 많은 친구 및 인간관계를 가진 우리 부모님은 이런 나를 항상 걱정하시는 동시에 신기하게 보셨다. 엄마는 이런 차이를 받아들이기보다는 내가 변하길, 그녀의 인간관계와 닮은 것을 가지길 바라셨다. 이런 충돌 속에서 나를 부정하며, 변화해 보려 했었다. 하지만, 미국에 있는 동안 나는 그녀의 가치판단으로부터 해방되어, 진실로 나와 더 가까워졌고,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몇 주 전 미국에 다녀간 우리 엄마는 나에게 많이 바뀌었다고, 미국 생활이 잘 맞아 보인다고 말했었다. 나는 이 말에 정말 기뻤다. 사실, 미국 생활이 잘 맞는다기보다 나라는 사람을 더 잘 알아서, 내 마음에 흔들리지 않는 굳은 심지가 자라나기 시작해서 내 얼굴이 편안해진 것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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