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하이난
중국 최남단에 자리 잡고 있는 휴양 도시인 '하이난'은 중국의 하와이라 불리기도 한다. 중국이라는 도시의 밤을 걷다 보면, 모든 건물이 금테를 두른 듯 금빛 조명으로 반짝인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도시의 밤 역시 화려할 수밖에 없었다. 하이난에는 잘 알려진 야경 포인트가 하나 있는데, 바로 '녹회두 공원'이다.
녹회두 공원은 중국의 잘 알려진 '장예모 감독'의 송성가무쇼 속에 등장하는 스토리의 배경이기도 하다. 녹회두 공원은 '사슴이 고개를 돌린다'는 뜻을 담고 있으며, 사슴과 사냥꾼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는 곳이다. 사슴이 사냥꾼에게 쫓기다가 절벽으로 내몰렸는데, 사슴이 아리따운 여인으로 변하여 사냥꾼과 사랑에 빠졌다는 다소 이상한 전설이 내려오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저런 전설에 대해서 아는 것도 야경 포인트를 즐길 수 있는 한 가지 매개체로 작용한다.
녹회두 공원에 오르기 위해 함께했던 지인분과 걷고, 또 걷고 헤맸던 기억들은 아직도 이 사진을 보면 생생하게 떠오르는 추억들이다. 지금도 함께 녹회두 공원에 갔었던 지인분을 만나면, 이 당시의 이야기를 하곤 한다. 중국이다 보니, 구글맵도 되지 않아서 바이두라는 중국어로 되어 있는 어플을 어렵게 보면서 겨우겨우 녹회두 공원을 찾을 수 있었다. 입구에 멈춰 서니 역시 말이 통하지 않았다. 어떻게 어떻게 추천해주는 금액을 결제하고 보니 앞에 대기 중인 전기차에 탑승해야 했다. 중국의 여행지이다 보니, 대부분의 관광지들의 규모는 상당히 큰 편이고 녹회두공원역시 도보로 걸어서 올라가기에는 조금 힘든 곳으로 전기카트를 이용해야 한다.
하차하여 다시 정상까지 조금 더 오르니, 정말 완벽하리만큼 아름다운 하이난의 야경이 펼쳐졌다. 싼야 강과 환하게 쏘아 올리는 레이저, 금빛 테를 두른 듯한 건물들이 이뤄내는 하나의 심포니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열심히 사진에 담고, 또 담았고 바람은 계속해서 불어왔었다. 야경사진은 참 신비롭다. 당시에 불어오던 바람을 떠올리니, 갑작스레 추워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열심히 야경을 촬영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다급히 우리를 불렀다. 막차가 이제 내려가야 하니 타라는 신호였다. 오랜 시간 머물지 못했기에 녹회두 공원에서 바라보았던 야경이 조금 더 아쉬움이 남는 듯한 기분이다. 언젠가 다시 이곳에 올라 내가 원하는 야경을 사진 속에 담을 수 있을까.
이 사진은 나에게 미쳐 완성되지 못한 미완의 아쉬움을 느끼게 해주는 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