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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분방 Nov 16. 2019

06. 괌, 낯선 곳에서의 대화를 추억하다

2017년 괌

 아직도 나는 이사진 한 장 속에 담긴 이야기를 잊지 못한다. 2017년 괌, 하루 종일 힘든 스케줄이었다. 액티비티와 스노클링으로 이루어진 대표적인 휴양지의 프로그램들은 즐겁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힘든 일정이다. 늦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흘러가는 괌에서의 시간이 아쉬운 마음에 동네 공원이라도 담아볼 요량으로 호텔 공원으로 향했다. 


 공원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투몬만 이파오 비치 공원'이라는 사실 정도만 알고 이곳으로 향하게 되었다. 아무도 없는 한적한 공원에는 앙상한 나뭇가지를 드러낸 나무들이 곳곳에 늘어서 있었다. 낮에 했었던 수많은 여행 일정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고, 나는 다시금 새로운 여행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 하늘의 별, 공원의 나무를 사진 속에 담아내고 있을 때 낯선 이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영어를 거의 하지 못하는 나는 당황했고, 나에게 말을 걸었던 '제임스'라는 할아버지 또한 당황했다. 나의 이상한 영어를 들으면서도 계속해서 대화하고 싶다는 의지를 가지고 계셨던 할아버지 덕분에 1시간 남짓 공원에서 사진을 찍으며, 외롭지 않은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1시간 동안 이름과 직업, 무엇을 찍는지 정도만 이야기했었던 것 같다. 이 사진을 보면,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 낯선 이국에서 만난 할아버지와의 대화가 생생하게 떠오른다. 할아버지의 얼굴도 어렴풋이 떠오른다. 오래전 촬영한 야경사진들은 사실 못 찍었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찍지 말고 다른 설정값으로 촬영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들이 오래된 사진들 속에 묻어있다. 하지만, 잘 찍고 못 찍고의 기억의 경계를 부수는 건 그 당시의 나만이 느낄 수 있었던 감정과 추억들 때문인 것 같다. 


 야경사진 한 장이 내게 주는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를 써 내려가다 보니, 늘 마지막에 '내가 다시 이곳에 갈 수 있을까?'라는 의문과 함께 당시의 시간들이 소중했음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것 같다. 또한 이때 대화를 나눴던 '제임스'라는 아저씨와 다시 만날 수 있을까라는 확률을 생각해보는 엉뚱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이 사진은 나에게 낯선이 와의 대화를 떠올리게 하는 한 장의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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