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쿠알라룸푸르
안 좋은 여행은 없는 것 같다. 여행에서의 안 좋았던 기억, 갑작스레 쏟아졌단 비들은 시간이 흐르고 흘러 다시 바라보게 되면, 나쁜 기억들은 사리지고 미화되어 완벽했던 여행으로 기억된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는 1박 2일이라는 시간이 나에게 주어졌고 하늘은 나에게 계속해서 비를 선물했다. 동남아의 비구름은 나를 반겼고, 계속해서 비가 쏟아졌다 그치기를 반복했다.
kl타워 전망대에 가기 위해서 비를 쫄딱 맞았고 전망대에 도착했다. 비가 오는 바람에 야외 전망대 티켓은 끊지 못했고, 전망층에 올라보니 유리벽에 빛이 반사되는 바람에 제대로 된 사진은 남기지 못했다. 야경이 아름다운 도시 쿠알라룸푸르에서 야경 사진을 남기지 못했다는 것은 두고두고 후회될 것 같았다. 타워에서 내려와 스몰 사이즈의 피자를 하나 먹고, 택시를 타고 페트로나스 타워에 도착했다.
비는 다행히 그쳤고, 하늘을 올려다보니 누군가 드론을 날리고 있었다. 결국 해서는 안될 야간 도심 비행을 했었던 중국인 관광객은 달려온 경찰에게 sd카드를 빼앗기는 모양새였다. 2017년만 해도 드론이 크게 활성화되지는 않았던 시기고, 실제로 금지구역에서 드론을 날리면 어떻게 되는지 볼 수 있었던 재밌는 경험이었다.
이렇게 내가 서있게 된 곳은 말레이시아의 석유회사 페트로나스의 본사 88층 트윈 빌딩이었다. 이곳의 대단한 점은 41층과 42층을 연하는 스카이브릿지이다. 재밌는 사실은 한국의 삼성건설과 극동건설 컨소시엄이 한쪽 타워를 시공하였고, 한쪽을 일본 기업에서 일본 기업이 시공했다는 부분이다. 고층임에도 쌍둥이 빌딩이며, 중간을 연결하는 브릿지는 건축의 기술에 대한 경이로움을 느끼게 해 준다.
비도 그쳤고 다행히 이곳에서 야경 역시 무사히 촬영할 수 있었다. 금세 또 비가 내리는 바람에 자리를 피해야 했지만, 이곳에서 사진을 담아냈기에 나의 쿠알라룸푸르 여행이 아쉬움을 남기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시금 이곳을 찾게 되면, 조금 더 좋은 사진을 내 사진 속에 담아내고 싶다는 욕심이 있는 곳 '쿠알라룸푸르'이기에 더 가치 있는 사진으로 기억된다.
이 사진은 나에게 비 내리는 날, 힘겨웠던 날의 추억을 스스로가 보정시켜버린 기억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