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유분방 Nov 16. 2019

08. 프라하, 긴박했던 한 장의 기억

2017년 체코

 누군가에게나 가보고 싶은 여행지, 카메라 속에 담아보고 싶은 사진이 있을 것이다. 2017년 시간도, 돈도 궁하던 시절 프라하에 대해서 검색하다 보니 저렴한 가격의 패키지가 나와있는 것이 보였다. 무려'동유럽 4개국 패키지여행'이었다.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 독일을 여행하는 가장 대중적인 패키지 중 하나였다. 준비를 하고 여행을 떠나기에는 당장 해야 할 일들이 나를 가로막았기에 기간도 짧고 유럽이라는 곳을 다녀올 수 있다는 희망이 나를 결제로 이끌었다. 


 패키지여행은 '빨리빨리'를 외치는 사람들에게 최적화된 여행이다. 신속하게 특정 장소를 빠르게 살펴보고,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 가장 효율적인 동선을 따라서 많은 곳을 보여준다는 것이 모토이다. 많은 준비를 하는 것이 힘들고, 시간이 많이 없다면 이런 패키지 프로그램이 많은 이점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나 역시 그 당시에 그랬고, 지금 떠올려 보면 좋은 추억으로 체코 여행이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 같다.


 단지, 너무나도 빠르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삼각대를 펼 시간은 주어지지 않는다. 정말 아름답고, 또 아름다웠던 체코 프라하성의 야경을 그저 바라보기만 해야 한다는 것이 아쉬운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다행히 10분 정도의 시간이 주어져서 빠르게 삼각대를 펴고, 이곳에서 야경을 촬영할 수 있었다. 


 삼각대를 놓고 그동안 쌓인 노하우를 통해 빠르게 세팅을 하고 야경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한 장, 두장 찍으면서도 계속 초조한 마음이 들었지만, 결국 원하는 사진을 찍어내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이 사진을 보면, 잔잔한 불빛이 아름다운 평온한 밤이라 누군가는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에게 이 사진은 시간에 쫓기는 순간 속에서 빠르게 삼각대를 펴고 숙련된 세팅으로 야경을 촬영했던 기억으로 지금까지 남아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이 사진을 보면, 몬가 서둘러야 할 것 같고 빠르게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당시의 초조함과 급박함도 시간이 흐르고 나니 좋은 추억들만 남아 재밌는 추억으로 남게 된 것 같다.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프라하성의 야경을 두 눈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황홀했던 시간을 추억해 본다. 


 이 사진은 나에게 시간에 쫓겼던 그 어느 때보다도 긴박했던 기억 속 한 장으로 추억될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07. 쿠알라룸푸르, 비 내리던 밤 보정된 기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