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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모 Mar 15. 2019

본 게 하나 없는 알찬 먹방 여행

독일 쾰른, 뒤셀도르프 먹방 여행기

여행을 할 때 가장 신날 때는 여행 계획을 세울 때가 아닌가 싶다.  어딜 갈까 뭘 먹을까 상상만으로도 나는 이미 그곳에 다녀온 듯하다. 그러다 막상 그곳에 가면 실망스럽기도 또 미리 알아본 가야 할 곳, 먹어야 할 것 리스트를 채우느라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면 막상 다녀온 것 먹은 것에 대한 기억이 오래가지 않을 때가 많다. 이런 여행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긴 시간 비행기를 타고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했으니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것을 경험해보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단지, 오래 기억하고 싶은 어떤 순간이 있다면 최대한 그 순간을 여유 있게 즐기는 것도 좋은 여행 방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라인강변에 접해있는 독일의 두 도시 쾰른과 뒤셀도르프에 다녀왔다. 이번 여행의 모토는 먹방이었다(먹방이 빠진 여행이 있었던가) 볼 것과 먹는 것 중 선택한다면 먹는 것을 선택하는 여행이다. 그리고 바쁘게 돌아다니지 않기. 그러다 보니 매번 선택은 먹는 것, 돌아다니다 곧 휴식, 본 게 참 없는 여행이 되었다.

먹는 것만 기억에 남은 본 게 참 없는 여행도 참 괜찮았다.


독일 안에 작은 일본 뒤셀도르프

뒤셀도르프에 일본 기업들의 독일지사가 많아 일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일본문화와 음식이 발달되었다고 한다. 일식집, 일본 서점, 일본 체인의 호텔, 일본식 빵집 등 잠시 일본에 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거리에는 일본 상점이 즐비했고, 여행객으로 보이지 않은 슈트를 입은 일본인들이 많았다.


Naniwa Sushi

초밥이 너무 먹고 싶었지만 예약은 하지 않았다.

설마 우리 둘을 위한 한자리가 없을까

뭐 없다면 기다리지 뭐

얼마나 기다리겠어

하고 갔지만 우리를 위한 두 자리가 있는 곳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하나 건너 하나 있는 일식집에 문을 두드렸지만 모두 만석에 두세 시간은 기다려야 먹을 수 있다고 한다. 허기가 졌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다섯 번째 집의 문을 두드렸다. 겨우 들어간 우리는 30분가량 기다렸다 드디어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기다림이 가져다준 너무나 황홀한 맛이었다. 정신없이 먹고 난 후 남편과 나는 결코 배고픔이 새겨준 맛집은 아니라고 진짜 맛있는 곳에 우연히 들어온 우리는 행운이라고  다시 한번 눈을 맞췄다.


Naniwa Sushi & More
Klosterstraße 68A, 40211 Düsseldorf, 독일
+49 211 8302222
https://goo.gl/maps/y1yLbU7mRsL2


Takumi

독일인가 일본인가

일본음식을 좋아하는 우리로선 독일에서 먹는 일본음식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셰프가 모두 일본인인지 일본 현지에서 먹은 음식 맛과 거의 같은 느낌이었다. 우리가 머문 호텔 길 건너에 있던 이 라멘집에는 기다리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우리는 매서운 바람에 이렇게 기다리면서까지 먹을 필요 있나 라고 합의했는데 마침 호텔방 창문에서 이 집이 보이는 게 아닌가! 줄이 줄어드는 것을 호텔방에서 지켜본 뒤 줄이 사라진 틈을 타 잽싸게 뛰어 내려갔다. 긴 줄을 설 필요 없이 맛집에 입성해 괜히 기분이 더 좋았다. 주문을 받으러 온 점원은 한국분이셨다. 자세히 설명해주신 덕분에 맛있는 돈코츠 라멘 메뉴를 선정하는데 훨씬 수월했다. 기다림 없는 맛집에 독일에서 만난 한국 점원분까지 제대로 횡재한 맛집 투어였다.


Takumi
Immermannstraße 28, 40210 Düsseldorf, 독일
+49 211 1793308
https://goo.gl/maps/fUjoBXVAKaH2



묵직한 도시 쾰른

도시에 들어서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쾰른 대성당이 위엄 있는 모습으로 우뚝 서 있다. 세계 3대 고딕 성당인 쾰른 대성당은 이 도시의 주인임을 내세우는 듯 도시의 중심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어디서든 볼 수 있다. 대성당 앞에 도착했을 때 고딕 건축물이 주는 웅장함과 장엄함은 차가운 바람의 공기도 잠시 견딜 힘을 주는 듯했다. 차갑게 휘몰아치는 바람과 함께 회색빛의 하늘, 하늘 끝까지 솟구치는 듯한 대성당의 모습은 이 도시만의 아우라를 만들어내는 것 같았다.


Frittenwerk Köln

대성당의 아우라만큼이나 압도적인 역대급 감자튀김이 이곳에 있다. 감자튀김이 뭐 다 거기서 거기지 라는 생각으로 들어갔다 천국을 맛보았다. 감자튀김 위에는 다양한 토핑들이 올라가 단순히 감자튀김을 먹는다기 보다 한 그릇의 요리를 먹는 것 같았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독일의 맛을 느끼기 위해 커리부어스트와 멕시칸 스타일의 토핑이 들어간 것 하나, BBQ Pork를 얹힌 것 3가지를 시켜 먹었다.

어떻게 이렇게 맛있지,,

한입 먹을 때마다 나오는 찬사는 어찌할 수 없었다.

남편과 나는 여행 중 맛집에 올 때마다 이거 한국에 가져가면 대박이겠다. 이거 가져갈까 하는 약간의 진심이 담긴 얘기를 하며 약간의 현실적인 상상도 한다. 어김없이 한국에 가져가면 좋겠다는 얘기를 수십 번 한 뒤 세 접시를 모두 클리어했다. 한 접시당 양이 상당했는데 싹싹 먹고 나니 너무 배가 불러 다음 맛집 투어를 위해 우리는 걷고 또 걸을 수밖에 없었다.


Frittenwerk Köln
Ehrenstraße 94, 50672 Köln, 독일
+49 211 26009203
https://goo.gl/maps/fTwvWZ1Zzqm


Bakery Merzenich am Neumarkt

노란 천막에 수북이 쌓인 빵들이 보인다. 우선 노란색으로 시선강탈을 한 이곳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제일 많이 쌓여 있는 게 제일 인기 있는 거겠지

앞사람도 앞에 앞에 사람도 이걸 사갔어

설탕이 저렇게 묻어있는데 맛없을 수 없잖아

하고 설탕이 잔뜩 묻은 동그란 빵을 주문했다.

남편은 뚝심 있게 캐러멜은 진리라며 자기 스타일대로 캐러멜이 묻어있는 크루아상을 선택했다.

옆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커피 두 개를 주문 한 뒤 조심히 빵 봉지를 열었다.

아메리카노와 함께 한입 크게 베어 물자 역시 설탕 묻은 빵은 배신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두 입을 먹는 순간 안에 있는 딸기잼이 흘러져 나왔다. 아 이 기분 좋은 반전,,, 남편에게 이 맛을 알리고자 입에 넣어주었다. 세 입으로 설탕 묻은 도넛을 끝내고 남편의 캐러멜 크루아상을 탐했을 땐 나를 위한 아주 작은 한입만 남아 있었을 뿐이었다. (그래도 고마워 코딱지만큼이라도 남겨줘서)  

  

Bakery Merzenich am Neumarkt
Neumarkt 8-10, 50667 Köln, 독일
+49 221 2577123
https://goo.gl/maps/TdgHGn31Kk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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