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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 Apr 02. 2024

나는 더 해볼 수 있는 게 없었다.

연락하지 않는 시간 동안 상대도 생각할 시간을 가질 거라 여겼다. 일주일을 참아보겠다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기약 없이 참고 기다리는 게 제일 어려운 일이었다. 결국 참지 못한 나는 단숨에 전화를 걸었다. 마주 보고 얘기하고 싶다고. 보고 싶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 긴장된 마음을 겨우 숨겼다.     


연락하지 않는 5일 동안 상대에 대한 나의 감정, 상대와의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첫날에는 오지 않을 연락인 걸 알면서도 내심 기대를 했고, 정말 마음이 이 정도 마음뿐이었던 건지 씁쓸하기도 했고, 여기까지가 끝인 건지 불안하기도 했다. 내가 먼저 끊은 연락이었지만, 비겁하게도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닌지 화가 나다가도, 더 많이 좋아하는 내가 나라는 사실에 어쩔 수 없었다. 이 혼란한 마음도 3일째가 되어서야 이성을 되찾았다.      


만나기 전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로, 글로 한참을 정리했다. 그동안 상대에 대한 나의 감정, 앞으로의 관계에 대해 깊이 고민해 봤다. 너무 빠르게 친해진 탓에 혹시 내가 보지 못한 게 있지 않을까. 내 감정을 되돌아볼 여유 없이 너무 상대만 보고 달려간 것은 아닌가, 더 상대를 좋아하게 되다가 내가 다치지는 않을까. 하고 말이다. 내 마음에 내가 졌고, 더 마음이 컸던 내가, 더 좋아하는 사람인 내가 졌다. 고민 결과 나중에 끝이 어떻게 되든, 좋아하는 마음이 있고, 일단 더 알아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리고 정리된 생각과 마음을 차분히, 솔직하게 전하려 했다. 그렇지만 되돌아오는 답은 “더 이상 네가 궁금하다는 생각이 안 들더라고”라는 말이었다. 늘 상대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한 나에게 그 어떤 말보다 가장 큰 충격으로 다가왔고, 그 어떤 말보다 차갑게 느껴졌다. 그의 거절을 예상하긴 했으나, 할 말이 없었고, 나는 더 해볼 수 있는 게 없었다.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그 앞에서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밝고, 솔직하고, 당당한 게 나의 모습이니까. 눈물로 되돌릴 수 있는 감정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리곤 나는 너는 좋아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그렇게 마음을 접기로 했다. 사람 마음이란 게 억지로 한다고 되는 게 아닌 걸 알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와 내가 그날 연락을 끊지 않았더라면, 좀만 더 참고 기다렸으면 달랐을까 자책과 후회를 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었다. 오히려 더 시간을 끌었다면 더 큰 상처를 남기지 않았을까.  편하게 친구로 남기로 하고 그동안 우리의 시간과 추억을 서로의 기억과 가슴에 묻어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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