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지기 친구들, 이제 곧 서른을 앞둔 우리의 대화는 지극히 현실적이었다. 세월의 무상함을 이야기하기도 했고, 우리가 함께한 시간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서로 달라진 것이 없는, 그저 각자의 일과 일상에 익숙해진 삶에 적응하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를 얘기하며 진지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어릴 때는 그저 가볍게 웃고 떠들기 바빴고, 오히려 가볍고 재밌는, 쓸데없는 이야기가 많았다. 어느 순간부터 가끔은 진지하고 무거운 이야기들은 재미없게 느껴졌다.
운동하며 만난 사람들은 같은 지역에서 운동하고, 같은 운동에 대한 관심사가 있다는 거 외에는 크게 같은 지점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이 땀 흘리고, 운동하고, 밥 먹으며 자연스럽게 꽤 깊이 친해졌다. 만나면 대부분 운동 관련 얘기만 하고, 어떻게 하면 운동을 더 잘할 수 있는지, 요즘 대회 소식은 어떤지, 누가 어떤 성적을 내었는지 등과 관련된 얘기를 했을 뿐인데, 누구 하나 지치는 사람 하나 없고, 지루해하는 사람도 없다. 서로 각자 운동에 진심이라서 가능한 대화다. 같은 곳을 보고 같은 것을 좋아하고, 마음이 맞는다는 게 우리가 서로에 대해 아주 자세히 알지는 못해도, 가벼운 만남으로 보여도 생각보다 우리는 꽤 의리 있고 정이 있다는 걸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친구들과의 만남이 싫다거나 지루하다는 건 전혀 아니다. 물론 오랫동안 봐 온 친구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이 반갑고 소중하다. 하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것만으로 쉽게 지치고 복잡한 세상에서 특별한 고민 없이 내가 좋아하는 걸 같이 공유할 수 있는 행복만으로도 삶의 또 다른 활력이 된다는 것이다. 친구들의 서운함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가끔은 가볍게 만나 별거 아닌 이야기로 웃고 떠들고, 한 가지 주제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떠드는, 공감대 있는 이야기로 행복이 가능한 게 좋다.
그리고 우연히, 어쩌면 운명적으로 만난 우리 사이가 만약 가볍지만은 않기를 바란다. 가벼운 사이의 만남이 지속되다 보면 소모적인 시간과 감정에 지쳐버릴 수 있으니까 말이다. 나 혼자만 애정하는 관계가 아니라 생각하며 적당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 마음의 온도 조절이 필요한 법이기도 하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에너지를 얻는 사람들은 사람들을 만나며 스스로 덜 다치고 더 성숙한 사람이 되는 법, 아파도 빨리 일어나 회복하는 법을 배워 간다. 경험만큼 좋은 자산은 없다고 믿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