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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ielraum Oct 05. 2023

‘책’은 외로움과 고독을 차단하는 부적(符籍)입니다

의미 없는 하루는 없습니다. 매일 ‘사람 책’ 읽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

카뮈는 인간의 외로움에 대해서 “우주가 얼마나 크다는 것을 가르칠 수 있는 것은 거대한 고독 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외로움보다 인간에게 더 무서운 공간이 없고, 고독보다 인간에게 더 두려운 감옥은 없다고도 하더군요. 외로움은 고립일까요?


10월, 마른 잎이 바스락거리며 굴러가는 소리는 영락없는 외로움과 고독의 소리라고 누군가는 말할 것입니다. 가을은 억울할 지 모를 일입니다. 외롭지 않은데 고독을 강요받고 있으니까요.

젊은 중년들도 외로움이 마치 하나의 훈장인양 고독을 강요받습니다. 혹자는 “가끔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고 하고 어떤 철학자는 “나이 들수록 혼자가 되어야 한다” 고 얘기합니다.


아이들이 성장하고 회사에서 직위가 올라갈수록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집니다. 솔직히 이런 시간들이 싫지만은 않습니다. 홀로 걷고 사유(思惟)하는 시간도 늘어납니다. 책을 읽고 재주 없는 포스팅도 해봅니다.


 “혼자 다니세요? 외로워 보이는데” 하고 누군가 댓글을 달더군요


혼자라고 해서 외로운 것은 아니지요. 만약 그랬다면 어떤 방식이든 저는 혼자 다니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외로움의 사전적의미를 찾아봤더니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 이라고 나와 있군요. 사전적 의미의 감정만이 외로움이라면 저는 솔직히 외롭지 않습니다.  


물론 제가 느끼는 외로움은 있습니다. 그것은 같은 공간에 함께 할 사람이 없어서 느끼는 감정이 아닙니다. 군중속에서 초연결사회에서도 외로움은 피할 수 없습니다. 당신처럼 말입니다.

아침마당 진행자이지요. 김재원작가의 ‘아주 작은 형용사’에서 아무도 위로해주지 않을 때 외로웠고, 외로움을 표현하지 못해 더 외로웠다” 고 하더군요. 그렇습니다. 혼자라서 외로운 것이 아니라 위로 받지 못하고 표현하지 못해 솔직히 외로웠습니다. 그렇게 외로움은 덥고 건조한 공기처럼 저를 에워싸고 있었습니다.  


카프카의 단편 ‘가장의 근심’이라는 작품에 오드라덱(Odradek)’이라는 생물인지 무생물인지 알 수 없는 어원이 등장합니다. 혹자(或者)는 이것을 가장이 겪는 외로움으로 표현했는데, 마치 낙엽들 속에서 나는 서걱거림으로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무토막처럼 보인다고 했습니다.

저는 카프카처럼 외로움을 문자와 언어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글자와 문장으로 표현할 수 없는 서걱거리는 외로움을 위로라는 두 음절로 달래기로 했습니다.  


외로움을 위로하기 위해 신기율작가의 ‘은둔의 즐거움’에서 난연한 문장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섬처럼 고독 하고, 호수처럼 고요하며, 바람처럼 고결하게 스스로에게 반하는 사람이 되려면 혼자 있을 때 눈부셔야 한다” 이것은 저의 로망입니다.


‘혼자’는 고립이 아닙니다. 고립은 무기력하게 혼자가 되는 것이지요. ‘혼자’는 자기성장을 위한 서스펜스(Suspense, 박진감 또는 긴장감)넘치는 자유입니다. 

그래서일까요?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을 보면 외로워 보이지 않았습니다. 혼자 여행하는 사람은 한 곳에 머물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라산 소주에 자리물회 한 그릇이면 함부로 외로울 수 없다” 고 했던 어느 시인의 시(詩)처럼 낯선 여행지에서 뜻밖의 위로는 서걱거리는 외로움을 천천히 삼켜버립니다. 그동안 우리가 외로웠던 이유는 위로가 없는 공간에서 계속 머물고 있었기 때문일지 모를 일입니다.

혼자 떠나는 길 위의 여행이 위로의 공간이라면 책상에서 떠나는 여행도 서걱거리는 외로움을 덜어내는 위로의 여백입니다.


무엇으로 당신의 외로움과 고독감을 위로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한다면 저는 서슴없이 ‘책’을 꼽겠습니다. 책 읽는 사람은 외로움을 느끼지 않습니다.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 샤넬은 어린 시절 보육원에서 보냈습니다. 훗날 화려한 삶을 산 것과는 정반대의 세계였습니다. 허름한 다락방에 살면서 얼마나 외로웠을까요? 물론 저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그녀는 오히려 충만한 삶을 하루하루 보냈다고 그녀의 전기 ‘코코샤넬’에서 얘기하더군요.


책은 나의 가장 좋은 친구였어요”


저는 책으로 책장을 채워가고 책상 위에 책이 쌓여가는 재미를 즐깁니다. 풀내 나는 책이 가득한 책장은 외로움과 고독감이 슬금슬금 들어오지 않도록 차단하는 부적(符籍)같은 것이고 공간입니다.  


읽는 책만큼 ‘사람 책’ 도 너무 소중합니다. 저는 ‘강연’과 ‘상담’ 때문에 매일 사람들을 만납니다. 이 사람들이 제가 읽는 ‘사람 책’ 입니다.


사람 책은 인쇄로 활자화가 되지 않았을 뿐이지 읽는 책보다 훨씬 거대한 서사(敍事)가 있는 글입니다. 장편부터 단편에 이르기까지 사람 책은 저도 모르는 사이 선한 영향과 위로를 주고받습니다.


저에게 의미 없는 하루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매일 사람 책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입니다 <‘사람 책’은 ‘아주 작은 형용사(김재원작가)’에서 인용했습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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