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연이가 세돌을 앞두고 있다. 이제 곧잘 말도 하고 책을 읽을 때는 내가 읽어 주는 것을 일방향으로 듣는 것이 아니라 서로 대화를 나누는 쌍방향 독서 방식을 좋아한다. 신데렐라 이야기도 여러 버전으로 수십 번 아니 수백 번을 읽었을 것이다. 요즘은 역할극으로 읽기를 좋아한다. 스토리도 다 외우고 있어서 책을 펼치면 서연이는 할 말이 너무 많다.
책을 펼치자 서연이가 신데렐라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새엄마에게 구박받아서 슬프지? 내가 쓰담쓰담해줘야 돼."
"아? 그래? 그럼 신데렐라가 어떻게 구박받는지 읽어볼까?"
"네!."
새엄마는 신데렐라에게 힘든 일만 골라서 시켰어요. 신데렐라는 혼자서 집구석구석을 깨끗하게 청소해야 했지요. 온갖 부엌 일도 신데렐라의 몫이었어요. 신데렐라는 아침부터 밤까지 쉴 틈이 없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성에서 무도회가 열렸어요.
서연이가 새엄마와 두 딸들에게 말했다.
"신데렐라 괴롭히지 마아. 두 딸들아. 너희들은 예쁜 옷 입었잖아."
신데렐라는 구박을 받고 예쁘지 않은 옷 입는데 두 딸들은 예쁜 옷을 입었다고 했다. 두 딸 중 언니는 핑크 드레스를 입었고 동생은 퍼플 드레스를 입었는데 마음씨는 나쁜데 얼굴은 예쁘다고 했다. 그러면서 두 딸들에게 말했다.
책장을 넘기자 새엄마와 두 딸들은 마차를 타고 떠났다. 서연이는 신데렐라를 쓰담쓰담해 주며 말했다.
"신데렐라야. 내가 요정을 불러줄게. 곧 요정이 나타날 거야. 신데렐라야 울지 마. 내가 무도회에 갈 수 있게 도와줄게."
서연이의 외침에 따라 다음 장에는 요정이 나타났다.
그러고는 요술 지팡이로 호박과 생쥐들을 톡톡 두드렸어.
호박은 멋진 마차로, 생쥐들은 말과 마부로 변했지 뭐예요?
요정은 신데렐라에게 예쁜 옷을 주었는데 서연이는 리본도 달아주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데렐라에게 말했다.
"신데렐라야 왕자님에게 말해줘. 요정이랑 서연이가 예쁜 옷 꾸며줬다고. 자! 리본장식도 하고 가야 돼."
신데렐라가 왕자님을 만나는 장면이 나오자 서연이는 신데렐라에게 말했다.
"신데렐라야. 왕자님에게 말해봐. 서연이가 리본장식 해줬다고 말해봐."
나는 신데렐라가 되어 왕자님에게 말했다.
"왕자님 이 예쁜 옷은 요정님이 주었고 이 리본장식은 서연이가 해주었어요. 예쁘죠?"
"네. 신데렐라 아가씨. 이렇게 예쁜 옷은 처음 봅니다."
"왕자님! 이 리본은 서연이가 다 만들어 줬어요. 이 꽃도 서연이가 다 꾸며줬어요."
나는 왕자님 목소리로 말했다.
"하하하. 고마워요. 서연이는 디자이너 기질이 있군요. 산타할아버지에게 얘기해서 서연이에게 선물을 많이 주라고 해야 되겠어요."
"네!."
서연이는 무척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다음날 신데렐라는 요정의 도움을 받아서 예쁘게 꾸미고 무도회에 갔어. 신데렐라에게 반한 왕자는 신데렐라의 곁에만 있었어. 땡땡땡 어느새 밤 12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들렸어 신데렐라는 깜짝 놀라 밖으로 뛰어나갔어. 신데렐라는 숨을 헐떡이며 집으로 돌아왔어요. 어느새 마차는 호박으로 말과 마부는 생쥐들로, 드레스는 낡은 옷으로 바뀌었어. 한편, 신데렐라의 유리 구두를 주운 왕자는 신하들을 시켜서 유리 구두의 주인을 찾게 했어. 그리고 유리구두의 주인과 결혼하겠다고 온 나라에 알렸지요.
서연이는 왕자님에게 말했다.
"왕자님 여기 있어요. 신데렐라가 유리구두의 주인이에요. 두 딸들은 발이 커서 맞지 않아요. 신데렐라 발에는 딱 맞을 걸요?"
서연이는 왕자님 손을 잡고 책을 넘겨 신데렐라에게 데려다주었다. 유리구두는 신데렐라 발에 꼭 맞았고 둘은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에 서연이도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서연이가 신데렐라를 쓰다듬어 주면서 쓰담쓰담해줘야 한다고 말해서 놀랐고 핑크 드레스와 퍼플 드레스를 입은 언니들이 나쁘긴 하지만 예뻐 보여서 당혹스러워하였다. 그리고 새언니들이라고 안 하고 두 딸들이라고 부르는 것이 너무 귀여웠다. 서연이는 책을 읽으면서 자기도 주인공을 돕는 사람이 되고 싶어 했고 왕자님에게 서연이가 신데렐라 드레스에 리본장식을 해준 것을 말해달라고 했고 나에게는 왕자가 되어 자기에게 고마운 말을 해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