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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칼렛 Apr 18. 2024

동화작가 스칼렛의 독서지도

일곱 난쟁이들이 걱정하잖아

서연이는 요즘 공주시리즈에 빠져있다. 신데렐라, 백설공주,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등등등.

나는 백설공주를 문고판으로 읽었다. 교학사에서 나오는 동화책이었고 글이 상당히 많았다. 그래서 이야기도 엄청 자세하고 스토리가 많았다. 서연이가 아직 어려서 그런지 요즘 동화책에는 간단 버전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 아쉽다. 출판사마다 스토리를 취사선택하기 때문에 여러 출판사의 이야기를 긁어 모아도 내가 알고 있는 백설공주 전문이 되기 힘들다.

어쨌든 서연이는 여러버전의 백설공주를 갖고 있다.



하얀 눈이 펑펑 내리는 날 왕비가 바느질을 하다가 그만 바늘에 손을 찔리고 만다. 왕비는 피처럼 붉은 입술과 눈처럼 하얀 살결의 가진 아이가 태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몇 달 후 하얀 피부에 붉은 입술을 가진 백설공주가 태어나지만 왕비는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만다.



세돌이 지난 서연이는 새엄마의 개념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엄마를 잃은 백설공주가 가엾다고 했다. 새 왕비가 백설공주의 새엄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부터는 서연이는 엄마를 서연이 엄마라고 지칭하기 시작했다.

"서연이 엄마는 친엄마지?"

"그럼."

"미가 봤어요?"

"응. 서연이 엄마가 서연이를 낳고 배에 상처가 크게 나서 많이 아파했어. 그래서 미가 서연이 돌보는 걸 도와줬지. 서연이 엄마는 서연이에게 맛있는 걸 많이 해주려고 노력하셨어. 이유식 먹었던 거 기억나?"

"응. 기억나."

"뭐 먹었는데?"

"라또도 먹고, 바나나도 먹고, 블루베리도 먹고, 사과도 먹고, 배도 먹었어."

"맞아. 서연이 엄마는 서연이에게 더 좋은걸 많이 해주셨어. 아보카도로 퓌레도 만들어 주시고 단호박죽도 만들어 주시고, 생선도 구워주시고, 소기기도 비싼 거 사주셨단다."

"소고기 비싸?"

"그럼. 비싸지."

"친엄마니까?"

"응 친엄마니까 비싼 것도 막 해주시는 거야."




왕비는 사냥꾼을 시켜 백설공주를 죽이라고 하지만 사냥꾼은 백설공주에게 도망가라고 한다. 서연이는 사냥꾼이 착해서 백설공주를 살려주었다고 내용을 연결시킬 단계가 되었다. 서연이는 유치원에서 배운 백설공주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백설공주가 리본장수로 변장한 왕비에게 속아 넘어가자 서연이는 백설공주에게 외쳤다.

"조심해."


빗장수로 꾸민 왕비가 나타나자 백설공주에게 소리쳤다.

"빗에 독이 묻었어."


사과 파는 할머니로 변장한 왕비가 나타나자 서연이는 이제 정말 걱정이 되어 앉았다 섰다 했다. 결국 유혹에 넘어간 백설공주가 독사과를 먹고 쓰러지자 서연이는 안타까운 목소리로 백설공주에게 말했다.

"조심해야지. 일곱 난쟁이가 걱정하잖아."

왕자가 나타나 백설공주를 살려내고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에서 서연이는 자기가 백설공주가 된 것처럼 볼이 발그스레해졌다. 결혼식장에 나타난 왕비는 달구어진 쇠구두를 신는 벌을 받고 팔짝팔짝 뛰며 멀리멀리 사라지는 장면을 보고 입을 막고 즐거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서연이는 신데렐라와 백설공주를 통해 엄마의 소중함을 알게 된 것 같다.

주말 오전에 방문하면 서연엄마는 두 아이들을 챙기느라 기진맥진 상태이다. 서연이에게 3색 반찬에 밥과 국을 곁들인 정성스러운 밥상을 차려주지만 본인은 굶고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 세대는 아이들 밥을 먹이면서 우리도 밥을 먹었는데 요즘 엄마들은 아이들 밥은 골고루 영양소를 생각하며 차려주지만 본인들은 굶는다. 그래서 요즘 엄마들은 다들 미스 때 몸매를 유지한다. 

두유제조기를 마련한 나는 지난주 서연이네 집에 갈 때 두유를 가져가서 서연엄마에게 한잔 건네주었다. 다행히 서연엄마가 맛있게 먹었다.

서연이가 나에게 말했다.

"미! 내일도 서연엄마 먹을 두유 갖다 주세요."

"응. 그래."


서연이가 자기 엄마를 서연엄마라고 지칭하는 이유가 내가 서연엄마를 부를 때 그렇게 서연엄마라고 불러서 그러는지 엄마에 자기 엄마라는 사실을 부각하고 싶어서 그러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전에는 엄마라고 했는데 새엄마의 개념을 알고부터는 꼭 서연엄마라고 했다. 


서연이를 만나는 주말이 기대되기도 하고 업무가 많아서 부담이 되기도 한다. 주중에 복잡한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주말엔 느긋하게 쉬고 싶은 마음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가 나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움직이지 않을 수가 없다.  주말이 가까워지면 서연이의 목소리가 귀에 쟁쟁대기 시작한다.

"미. 빨리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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