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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칼렛 Aug 09. 2024

동생이 생긴 너에게

동화작가 스칼렛의 독서지도

동생이 생긴 너에게 


지은이 : 카사이 신페이

   

서연이와 나는 매주 함께 책을 읽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서연이는 이제 막 8개월이 된 아기였죠.  작은 손으로 책장을 넘기며 눈을 반짝이던 그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제 서연이는 어느덧 40개월이 되었고, 작년 10월 동생 서준이도 태어났습니다. 서준이가 태어났을 때, 서준이의 서연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서준이의 탄생을 축복했지만, 서연이에게는 조금 다른 감정이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서연이는 그동안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해왔습니다. 부모님은 물론,양가 조부모님, 그리고 저도 서연이에게 온 마음을 다해 책을 읽어주며 사랑을 전했습니다. 서연이가 앉기도 전에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습니다. 서연이는 내 무릎에 앉아서 수많은 책을 읽었습니다. 어느날은 100권 넘은 책을 집중해서 읽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서준이라는 새로운 가족이 등장하자, 서연이의 마음은 복잡해졌습니다. 자신이 받아왔던 사랑이 동생과 나누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낯설고 불편한 일이었을 겁니다.


어느 날, 서연이와 함께 책을 읽었는데 서연이가 갑자기 책을 덮고는 말했습니다. 

"선생님, 서준이가 내 사랑을 뺏어갔어요. "

 그 말에 담긴 서연이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동안 혼자서 모든 사랑을 받아왔던 서연이에게 동생이 생긴 것은, 사랑을 나누어야 하는 새로운 현실이었습니다.

저는 서연이에게 부드럽게 설명해주었습니다. 

"서연아, 엄마 아빠가 서준이를 사랑한다고 해서 서연이를 덜 사랑하는 것이 아니야. 서연이는 여전히 엄마 아빠의 가장 소중한 딸이야. 그리고 서준이는 서연이의 사랑스러운 동생이니까, 같이 사랑해주면 더 행복할 거야. 사랑은 하면 할수록 샘물처럼 퐁퐁퐁 솟아나거든."

서연이는 겸연쩍은 듯 "퐁퐁퐁" 하면서 장난을 치는듯 하더니 한동한 고민하는 모습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마음 깊은 곳에는 여전히 동생과 사랑을 나누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을 것입니다. 이로 인해 서연이는 이전에 없던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퇴행이었습니다.


서연이는 동생 서준이가 태어난 이후로, 갑자기 아기처럼 행동하기도 했습니다. 밝고 명랑했던 아이가 시무룩한 표정을 짓거나 웬만해선 울지 않는 아이가 툭하면 울기 시작했습니다. 서준이를 돌봐주는 시터이모님 말고는 서연이의 허락을 받아야만 서준이를 안을 수 있었습니다. 하루는 서연이가 갑자기 "선생님, 포대기에 업어주세요"라고 말했을 때 서연이의 불안한 마음을 다독이려고 나는 주저없이 포대기를 둘러맸습니다. 서연이는 마치 자신이 동생과 똑같은 아기가 되면 다시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듯도  보였습니다.그래서 저는 서연이와 함께 책을 읽으면서 사랑을 나누는 것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서연이는 여전히 동생과 가까워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습니다. 하루는 서준이가 서연이 옆으로 기어오자, 서연이는 갑자기 기겁을 하며 발을 동동 구르며 무서워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서연 엄마는 "서연아, 동생에게 왜 그래? 뭐가 무섭다고 그래?"라고 말했죠. 그때 저는 서준이의 입장이 되어 서준이 목소리로 서연이에게 말했습니다. "누나, 나는 누나랑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그랬는데, 누나는 내가 왜 무서워?" 서연이는 조금 망설이더니 대답했습니다. "네가 나 지난번에 나를 때렸잖아."

저는 서연이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습니다. "아니야, 누나. 나는 누나를 때린 게 아니라 누나랑 놀고 싶어서 누나 발을 톡톡 했는데, 누나가 오해한 거야." 제 설명을 듣고 서연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그래?" 하며 상황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함께 책을 읽으며 동생 서준이와의 관계를 조금씩 받아들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우리는 형제자매가 나오는 그림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때로는 싸우기도 하고, 때로는 함께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들이었죠. 서연이는 점차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과 자신을 겹쳐보며, 동생과의 관계를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책 속의 형제자매들이 서로를 도우며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서연이도 서준이를 사랑하고 보살펴야 한다는 것을 조금씩 깨달아갔습니다.

물론, 서연이의 마음이 완전히 편안해진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서준이에게 책방은 금지구역이고 동생에게 부모님의 관심이 쏠리는 것에 서운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서연이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주 조금씩 조심스럽게 조금은 느린 속도로 서준이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다시 책에 집중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아주 가끔은 선심쓰듯 서준이도 책읽는 시간을 공유합니다. 그리고 서준이가 딸국질을 할 때 등을 두드려주는 모습에서 서연이의 변화된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서연이와 서준이는 책과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서연이는 동생과의 관계를 통해 더 넓은 마음을 배우고 있고, 저는 그런 서연이를 보며 책이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위로와 교훈을 다시금 깨닫고 있습니다.

서연이와 서준이의 이야기는 단순히 두 아이의 성장 이야기 그 이상입니다. 이것은 사랑이란 나눌수록 더 커진다는, 그리고 새로운 가족의 탄생이 얼마나 많은 가르침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이 글을 통해, 젊은 엄마들이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으며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사랑을 나누는 법을 배워가기를 바랍니다.    

 

1. 우리 동네 아이들 - 전혜진

내용: 이 책은 형제자매 간의 관계와 아이들이 겪는 여러 감정들을 잘 다루고 있습니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며 서로 다른 성격과 배경을 가진 아이들이 함께 어울리면서 겪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추천 이유: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통해 형제자매와의 관계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2. 내 동생이 될 거야? - 이명랑

내용: 형이 된 아이가 동생을 맞이하면서 겪는 복잡한 감정들을 유쾌하게 그린 그림책입니다. 형이 처음으로 동생을 받아들이고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통해 형제간의 유대감을 잘 표현합니다.

추천 이유: 첫째 아이가 동생의 탄생으로 겪는 변화를 재미있게 풀어내어, 서연이처럼 동생이 생긴 아이들이 읽기 좋습니다.

3. 안녕형아 - 김지은

내용: 동생이 태어난 후 처음으로 형아가 된 아이가 느끼는 감정들을 따뜻하게 그린 이야기입니다. 아이의 시선에서 형아로서의 책임감과 사랑을 배워가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추천 이유: 첫째 아이의 심리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책으로, 동생과의 관계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4. 나는 형이니까 - 이수동

내용: 형이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형으로서 느끼는 부담감과 자부심을 재미있게 표현한 그림책입니다. 형으로서 동생을 돌보는 책임감과 가족의 사랑을 배우는 과정을 다룹니다.

추천 이유: 서연이처럼 동생이 생긴 아이들에게 형 또는 누나로서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좋은 책입니다.

5. 사랑을 나누는 방법 - 김영진

내용: 가족 간의 사랑과 그 사랑을 나누는 방법에 대해 쉽게 설명한 그림책입니다. 형제자매 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부모와의 관계에서도 사랑이 어떻게 나누어지는지 다룹니다.

추천 이유: 사랑이 나눌수록 커진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책으로, 서연이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동화작가 스칼렛의 독서지도

#책육아

#나에게도 동생이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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